남해에서…..꽃구경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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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있는 아라클럽을 알고부터는 꼭 가보고 싶다고 몇 년을 벼르다가
이번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박삼일을 계획하고 떠난 여행입니다.
금요일 오전 일찍 남부터미널에서 삼천포행 버스를 타야합니다.
지하철 남부터미널역에 내리자 어찌나 날씨가 차던지 겨울코트를
입을 것을 바바리코트로 입고 나온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5번 지하도를 나와 지상으로 올라와서 두리번거렸으나 터미널 방향을 모르겠어서
큰길을 향해 돌아서 있는 경찰에게 등 뒤에서 남부터미널이 어딘가
서너 번 물어도 자기 일에 골몰해 있어서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행인을 붙잡고 물었는데 그분도 못 들었는지 그냥 지나쳐서
무안한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그곳에 서있을 수 만은 없어서
바삐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물었더니 귀찮은 듯 귀에 꼽은 이어폰 한쪽을 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위를 쳐다보기에 그 눈길을 따라 나도 고개를 돌리니
바로 그곳이 남부터미널 담장이었습니다.
그제야 남부터미널 간판이 보입니다.

아~
순간 얼마나 창피한지.
옆에 두고 교통경찰과 바쁜 행인을 붙잡고 묻다니

대답을 안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앞만 볼게 아니라 옆도 둘러 봐야지, 이런 게 주의집중 장애인가
주착인가 하는 민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더듬 해서야 이박삼일을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오번 출구라는 것은 표시되어있는데 더 이상의 안내가 없으니
어느 방향으로 더 가야하는가 보다 라고만 생각하고 출발부터 삐걱 거렸습니다.

푸나무님을 만나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두어 시간은 버스 앞뒤 좌석에 앉아 가다가
휴게소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버스에 빈자리가 많기에
뒤로 가서 나란히 앉아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시간이 빠르게 지나 지루하지 않게남해에 도착을 했고
소리울 언니 내외분이 터미널에 마중을 나와 계셔서
아라클럽까지 금방 도착이 되었습니다.
서울서 남해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바다나 보자하고 떠난 여행이지만 소리울 언니의 배려로
홍쌍리 매실마을과 화개장터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었던 평사리
최참판댁을 둘러보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매화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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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매화가 지천으로
우리를 반기다니!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겨울 코트가 아쉬울 정도로 추운 아침에 서울을 떠나 왔는데
버스로 네 시간 남짓 거리에 이런 무릉도원이 펼쳐지리라곤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삼천포에 오후두시에 도착했는데 그 이후 일몰시간까지는
화사한 햇살과 꽃들로 눈이 부셨습니다.

매실 농원을 가면서 곳곳에 꽃이 보여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껑충 뛰어 넘은 듯 그런 느낌이랄까?
개나리도 피고 산수유도 있고 매화는 만개는 아니지만 아쉽지 않게 피어있습니다.
이달 말 즈음에는 벚꽃도 활짝 피어나서 남해는 꽃동네가 될 것 같습니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이런 싯귀가 절로 떠 오릅니다.

왼쪽이었다가 오른쪽이었다가 섬진강은 꽃나무의 배경으로 그곳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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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벚꽃이 질 무렵 하얀 배꽃이 피어난답니다.
벚꽃이 하롱하롱 떨어질 때 (이건 소리울언니 표현입니다.)
그 아래로는 배꽃이 하얗게 피어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답니다.
정호승시인은 섬진강에 매화 떨어지는 모습을 보기 전에는
인생을 사랑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배꽃위로 떨어지는 벚꽃을 보기 전에는 남해를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거 아닌 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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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멀리 떠나온 나에게 보너스라도 주는 듯
삼일 내내 날씨는 화창하고 고요했습니다.
어찌나 화사한 봄을 나에게 안겨주었는지!

봄 향기를 가득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소리울 언니께서 특별히 신경을 써서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습니다.
도움을 주신 정도가 아니라 먹고 자고 구경까지 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음식 이야기 바람흔적 미술관 다녀온 이야기
다락논 나비공원 등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잔잔한 남해도 많이 보고 왔습니다.
바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데 꽃 이야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로 책을 보다 눈을 들면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해외 어느 유명한 해안보다도 멋진 장소였습니다.
바다를 발치에 두고 자는 멋진 아라클럽 이야기도 한 자락 하겠습니다.

버스가 서울에 가까이 오니 비가 차창에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일산에 도착하자 비는 본격적으로 내립니다.

남해의 화사한 봄 여행은 비를 맞으며 집으로 오는 것으로 마감했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소리울

    2013-03-18 at 03:22

    수고했어요. 집더나면 고생인데. 아라클럽도 임시로 걷어낸 창고에 비가 퍼부어
    세탁기도 오늘은 쓰지도 못하게 되었어요.
    너무 귀한 손님이었는데 제가 편하게 대해야 서로 편할 것 같아서 …
    혹여 서운했는지 그랬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2. 푸나무

    2013-03-18 at 05:27

    정말….. 좋은 여행이었어요.
    순이언니…
    소리울 언니께도 …..
    감사드려요.    

  3. 무무

    2013-03-19 at 20:25

    다녀가셨군요…
    뵙고싶었는데 혹여하고 연락주시지…
    아라클럽엔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컨디션 괜찮으면 갈 수 있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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