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계곡에서 할머니들이 여고생처럼 춤추고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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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비 때문에 포기했던 구룡계곡이 너무 아름답다고 여러 명이 추천을 해서
전주 한옥마을을 들리려고 했던 것을 변경하여 구룡폭포로 갔습니다.
나중에 다시 오자고 하지만 사실 나중에 다시 오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전날 잔치국수 먹던 장소에서 부터 다시 시작해서
구룡폭포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막 떨어져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이 운치를 더했습니다.
붉은색 계통의 아랍풍의 양탄자가 아니라 영국풍의 브라운과 녹색의
양탄자가 깔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산길입니다.
계속 내려가는 길이라 길이 험하긴 했지만 오르는 것 보다는 수월했습니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한 친구가
"여기 멋지다 수니야 안 찍니?" 그러기에
"난 아무리 멋있는 풍경도 사람이 없으면 안 찍어"
이렇게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습니다.
멋진 풍광을 잘 찍는 사진작가들이 많아서 나처럼 어설픈 눈으로
휴대폰 기능에 딸린 사진기에 담아내 봤자 볼품이 없지만
풍경 속에 사람을 담은 그 순간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차별성이 있기도 하고
사람 인물을 찍는 것이 좋고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친구들의 찍사를 자청해서 친구들의 사진을 남겼다가
돌아와서 주면 기념도 되고 친구들이 좋아합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필름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찍어서
현상을 해서 주다가 디카가 나온 후론 필름 값도 안 들고
미오디오 같은 곳에 사진을 맡겨 현상을 해서 주면 되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카톡으로 보내주면 되니까 사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고
그냥 찍어서 올려주기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요.
필름 없어도 되고 현상도 필요 없고 각자 자기가 원하는 사진만 골라서 가지면 되니까
돈도 안 들고 아주 편리하게 되었습니다.

필름사진을 찍을 때는 필름을 아껴 써야 하니까 꼭 필요한 사진만 찍었는데
디카 사진 후로는 여러 장을 찍어서 그중 하나를 골라 인화하면 되지만
많은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 화면에 열어서 고르는 일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쉽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보인엔 예쁜데 친구 눈엔 안 들 수 도 있구요.
이제는 같은 장소에서 여러 장을 찍어서 카톡에 무조건 올려놓으면
각자 필요한 사진을 골라서 저장을 하면 되니까 사진 선별에 필요한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간에 찍은 사진이라도 어떤 사람은 눈을 감았다거나
돌아 봤다든가 손이 올라갔다던가 하는데 여러 장 사진 중에
자기가 예쁘게 나온 사진을 골라 저장하면 되니까 여러모로 유익입니다.
디카와 카톡 덕분에 편리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처럼 게으르고 구도나 배경이나 광선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찍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유익한 휴대폰 카메라 기능입니다.
그렇게 찍어준 사진도 친구들은 나를 사진작가라고 부르며 좋아합니다.
나는 기꺼이 친구들의 찍사를 자청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보면 친구들이 왜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얘들아 너네들은 할머니 같지 않고 여고생 같다."
알록달록 아웃도어를 입고 단풍든 산에 오른 친구들이
내 눈엔 여고생처럼 예뻐 보여서 칭찬을 했더니
한 친구가 "다들 그렇게 착각하고 사는 거지 뭐 할머니들이 되어가지고
여고생이 다 뭐니? 친구들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지" 이럽니다.
어찌 되었든 친구들 눈에라도 곱게 보이면 되는 거지….
예쁘게 늙어가는 친구들의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찍어 주려고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한참 예쁠 때 한 장이라도 더 찍자“내가 말했더니
친구들이 호호 거리고 웃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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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가 나타나자 친구들이 쉬었다 가자고 합니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소풍을 가까운 설악산으로 갔습니다.
설악산 금강굴 오르는 길에 넓고 평편한 바위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쉬면서 포크댄스를 추던 시절을 추억하는 말을 누가 꺼내자
지금도 춤 출수 있다며 친구들이 막춤을 춥니다.
놓칠 새라 내가 얼른 셔터를 눌렀습니다.
춤추고 있는 친구들을 찍고 있자니 지나가던 등산객 한분이 일부러 다가와서
함께 바위에 올라가 춤을 추면 찍어 주겠다고 합니다.
나는 일행이 아니고 사진기사라고 괜찮다고 해도 그분은 기어이 찍어주시겠다고
바위에 올라가라고 해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한 장 찰칵 찍었습니다.
바위에서 내려 올 때도 친구 한명 한명을 다 손잡아 안전하게 내려 주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계곡에 있었는데 여러 명 중에 한명이 사진을 찍느라고 바위 아래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안 되어 보여서 일부러 다가와 호의를 보이고 가는 것입니다.
일행도 멀찍이서 웃으며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산에서 작은친절을 만나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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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 지났습니다.
친구들은 여고 때 모습 그대로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騎士

    2013-11-17 at 00:59

    할머니들 이라니요 ?
    아직 청춘이신데…
    나이 겨우 58 ±1 살에 할머니라고 하시면 섭하지요
    그러면 우리는 고려장 당한 송장이게요 ?
    사람이 있어야 사진을 찍는다는 그 정신 좋습니다.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주인이 없으면 그냥 달력의 그림이지요.
    렌즈를 인식하지 않은 사람의 사진….
    사진 보니 모두가 미인이신데요
    아직 밤길 함부로 다니기 조심해야 할 모습들 이십니다.
       

  2. 소리울

    2013-11-17 at 04:25

    재미있었겠어요.
    대한민국 평균적 사람들이 친절하고 몇 사람만 불친절한 것 같아요.
    나가면 특히…   

  3. 김상수

    2013-11-21 at 04:25

    눈물 나도록 그립네 내 고향땅 저곳 ~~~~~전 저곳서 싸움을 했지요 저 구름다리를 건너는데 저편에서도 몇몇이 오고 그래서 구름다리 중앙에서 딱 마주 쳤는데 서로 비키라고 밀고 당기다 결국 출렁거리는 구름다리 중간에서 우리편 다섯 상대편 셋 이렇게 싸우는데 결국 숫자가 많은 우리가 상대를 처절 하게 패 주었죠 그리곤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집엘 왔는데 글쎄 우리집 사랑방 마루에 그 셋이서 앉아 있더 라고요 나도 놀라고 그들도 놀라고 ~~~알고보니 얼마전 결혼한 형님네 처갓집 식구들이 저 유명한 구룡폭포 구경 왔다가 사돈인 저한테 죽도록 얻어 터진 거였죠 ~~ 아고 지금도 그땔 생각하면 쥐구멍이 어딨냐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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