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세련된 강남 시어머니와 산후조리원

오전 7시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큰사위 이름이 보이기에 "건이 동생을 낳으려고 진통이 시작하나보다"
미리 짐작하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사위의 목소리가 밝습니다.
옆에 손자 건이도 있는지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인사해야지” 하는 딸 목소리가
들리고 건이가 큰 소리로 인사하는 소리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건이의 인사 뒤에 수화기는 사위가 들고 있는 듯 하고
" 엄마 안녕! "하는 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울립니다.
진통이 오면 얼른 병원에 가야지 왜 이렇게 느긋하게 있지? 아직 여유가 많은 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른 아침 받은 전화라 마음이 바빠진 내가 재촉합니다.
"진통을 시작했어? 빨리 병원에 가야지!"
"여기 병원이에요."
"그래? 새벽에 진통이 시작했구나. 일찍 병원에 갔네?
아기가 언제쯤 나올 것 같아?" 물었더니
"벌써 낳았어요."합니다.
"어떻게 벌써 낳았어?"깜짝 놀랐더니
새벽 6시에 낳고 벌써 병실에 와 있다고 합니다.

초산이 아니라서 빨리 낳을 것 같다고는 했지만 예정일이 일주일 정도 남아서 안심하고
있다가 자정이 넘어서 부터 진통이 시작하기에 날이 밝으면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하고
있었는데 새벽 네 시쯤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더랍니다.
해산을 하러 병원엘 가려고 옆 동에 사는 건이 할머니께 건이를 맞기러 갔는데
건이가 아빠 목에 매달리며 “너무 슬프다”고 우는 바람에 건이까지 데리고 병원에 가서
한 시간 남짓 만에 아기를 낳았다고 합니다.
만약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면 집에서 아기를 낳을 번했다는군요.
“건이만 할머니 댁에 두고 가면 슬프다”고 말하며 우는 건이 때문에 새벽부터 웃었다며
슬픈 게 뭔지 알고 슬프다고 말하는지, 슬프다고 말하는 건이를
때어 놓을 수가 없어서 시어머니까지 식구가 다 병원엘 갔다는 군요.
아기를 쉽게 낳아서 참 좋다고 하면서 아기 성별이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혹시나 여자아인가 하고, 미리 알았던 성별과 낳으면 다른 수가 종종 있으니까. ^^”

샘 (1).jpg

세 번째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생명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모릅니다.

오후에 내 막내여동생에게 연락해서 함께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산모 방에 도착하니 건이 할머니와 사위 건이 까지 다 있습니다.
건이 할머니와 사위가 싱글벙글 합니다.
딸이 대견해서 “아이를 쉽게 잘 낳는데 딸 하나 더 낳아라.” 했더니
“엄마는~~~ 이제 고만 날래.” 이러기에
“나는 딸이 두 명이나 있는데 넌 딸이 없어서 어쩌누?” 이러니
“그래도 두 명만 키우고 더는 안 낳을래” 합니다.

퇴원하면 일산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옵니다.
텔레비전 달인 프로에 나왔던 분이 원장으로 있는 조리원입니다.
그 산후조리원 원장은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배가 고파 우는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다 아는 신생아 보는데 달인이랍니다.
그렇게 텔레비전에 나와 유명세를 타고 산후조리원을 차려서 그런지
자리가 잘 없다고 이미 몇 달 전에 예약을 해 둔 상태입니다.

퇴원하면 당연히 언니네 집으로 올 줄 알았는데 산후조리원으로
보름 들어간다는 말을 들은 내 막내 여동생이 딸의 시어머니도 계신데
“집에서 하지 뭐 하러 비싼 조리원에 가냐”고 산모에게 말합니다.
막내 여동생은 말을 잘 못 참고, 말이 빠른 사람이라 가끔 생각 없이
말을 쏟아내서 딸의 시어머니 앞이라 내가 조마조마 해졌습니다.
내가 친정엄마 이긴 하지만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산후조리를 해줄 기술(!)이 없다는
것을 딸 들이 알기에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 보름 정도 있다가 우리 집으로 와서 조금 더 몸조리를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나 봅니다.
어차피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고 건이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 일이라 난 산후조리원에
가는 일에 찬성도 반대도 안했습니다.

여동생이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가격이 얼마냐고 기어코 묻고
뭘 해주는데 그렇게 비싸냐고 하고 뭐 하러 그런델 가냐고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되는 일이 더 많더라며 여러 말을 해서
나도 불편하고 산모도 불편해 졌습니다.
이모가 아니고 시어머니가 그러면 고부간에 갈등이 생길 분위깁니다.
그런데 현명한 딸의 시어머니가 오리려 감싸고 나옵니다.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건이 엄마가 아프면 우리 아들만 고생합니다.
이제 더 낳을 것도 아닌데 조리를 잘해야지요. 내가 산후조리원에 가라고 했어요.“
“그래도 너무 비싸잖아요.”(이모 맞아?)
“나이들어 아픈 거 보다 나아요.”

주객이 바뀐듯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감싸고 이모는 부당하다고 합니다.
자꾸 퐁당 퐁당 말하는 여동생 때문에 내가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조리원비용이 너무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산후조리원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계속 이모가 뭐라고 하자
우리 딸도 아무 말 못하고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습니다.
이모가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너는 아들만 둘이면서 나중에 아들 장가보내 며느리 앞에서 그러다가는
미움 받는다. “ 동생이 그만하길 바라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젊은 친정 이모가 저렇게 산후조리원이 부당하다고 할 정도인데도
일흔이 넘으신 사부인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십니다.
“강남 산후조리원은 더 비싸요. 일산이 싼 편이예요.” 이러시기까지 합니다.
동생은 말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을 하기 전에 말을 하고봐서
다른 시어머니 앞이었으면 우리 딸이 곤란 했을 상황인데
며느리를 적극 감싸고도는 시어머니 앞에서 동생이 더는 할 말이 없는지
“역시 강남 시어머니는 다르시네요.” 그렇게 결론을 내더군요.
착하고 세련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순산하고 건강한 손자를 본 것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십니다.
시어머니가 친정엄마나 이모보다 훨씬 다정해 보였습니다.
강남 시어머니라서 그럴까요? ^^

순이

2 Comments

  1. 지란지교

    2014-01-24 at 02:39

    축하드려요^^^ 새생명은 언제나 축복이네요. 아기가 너무 예쁘네요!,, 저두 나이먹으면 저런 현명한 어른이 되고 싶네요..   

  2. 騎士

    2014-01-25 at 07:55

    언제나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 강사합니다
    제 손자도
    강남의 그리 유명하지 않은 산부인과에서 출산 했구요
    압구정동 같은데 가면 호부지게 비싼 초 일류 산부인과가 있지만
    아들래미가 좋은 산부인과에 낳는다고
    훌륭한 사람 되느냐고
    예수님은 말 죽통에서 지푸라기 깔고 태어 나셨다고
    제 대학 동문들이 하는 방배동의 서민적인 산부인과에서
    출산하고
    산후 조리원도 좋은데는 1000 만원이 넘는데
    할애비가 가난해서 그런덴 못 보내고
    그냥 서초동있는 조촐한 산후 조리원에서
    며느리가 착해서
    자기 엄마 말로는
    그시대 농촌에서는
    밭에서 일하다 애 낳고
    3,7 일 지나서 밭에서 일 했다고 하면서
    그냥 집에서 조리해도 되는데
    고맙다고 …..
    그래도 400~ 500 만원 깨졌지요
    그러나
    가문을 이을 손자가 태어 났으니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니지요
    아들 내미가 회사에서 다 나오는데
    아버지가 왜 돈 쓰시느냐면서
    그러나 그 회사에서 나온다는 돈
    나를 안주네요 ㅎㅎ
    생명은 하나님의 은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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