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자녀를 다섯 명이나 낳겠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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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손자가 태어나 오늘이 삼 이레가 되는 날입니다.
큰딸이 낳은 건이는 첫 번째 손자라서 너무도 신기하고 귀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둘째딸이 낳는 한이는 두 번째 손자이고 함께 같은 집에서 사니까
고물거리며 커가는 것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더욱 정이 갔습니다.
이 번 세 번째 손자는 기왕이면 손녀이기를 바랐는데 손자라
건이나 한이 만큼 기대가 되질 않았습니다.

나는 딸만 둘을 낳아 기르느라 집안 어른들께 싫은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100세가 거의 되어가는 시 백모님은 인지장애와 노환으로 요양원에 계시는데
면회를 갔더니 “아들을 낳아야지 왜 그러고 있냐?”고 심각하게 말씀하셔서 놀랐습니다.
시 백모님은 지금껏도 아들을 못 낳은 저를 걱정하고 계셨던 겁니다.
자녀의 성별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들을 바라는 세월에는 딸만 낳아서 구박을 받은 엄마나
딸을 바라는 세월에 아들만 둘을 낳은 큰 딸이나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자녀 성별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정장 본인들은 심각하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 하는 아쉬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를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은 봄 눈 녹듯 사라집니다.

건이는 누가 봐도 잘생겼다고 하는데 건이보다 더 예쁘고 똘망한 아기가 나오자
신이 난 건이 아빠는 이제 2/5 를 달성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자녀 다섯 명을 낳으려는 목표 중에 두 명이 태어났으니까
앞으로 3명을 더 낳겠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세 명을 더 낳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내 딸이 고생스러워서 말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큰딸은 아기를 가지고 10달 동안 입덧도 안하고 체중도 많이 늘지 않아
몸도 가볍고 진통한지 두어 시간 만에 아기를 낳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하는 일이
남들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아주 익숙하게 잘 하는 것이 대견한 것을 보면
다섯을 낳아서도 잘 기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요즘엔 자녀를 많이 낳은 것이 애국이기고 하니까 부부가 합의 되면
다섯 명도 나을 것 같아 보입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의 태명이 샘인데 성이 안(安)씨다 보니 이름 짓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샘이 이름을 공모해서 여러 단어가 나오긴 했지만 이렇다 할 단어가 없습니다.
낱말로 있으면 근사한 단어도 앞에 안자를 붙이면 뜻이 달라지니까 어울리지 않는
고충이 있습니다.
산이나 강 같은 낱말을 쓰려고 보면 안강이 되고 안산이 되어서 이상하고
사랑이니 하늘이니 하는 한글 이름을 붙여 봐도 안하늘 안사랑이 됩니다.
안이 앞에서 부정을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인의 아들 이름인 담이나 휘를 붙여 봐도 안담, 안휘 등 발음이 어렵습니다.
결이라는 말도 좋다고 해서 안결이라고 붙여 불러보니 그 발음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들을 하다가 태명인 샘을 그냥 쓰자고 했더니
삼촌이 무슨 방수공사 사장이름 같다며 놀리기도 합니다.
안 샘은 뭐가 안 샌다는 의미로 들리고 요즘엔 선생님을 줄여서 샘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만약 샘이 커서 선생님이 된다면 안샘샘 이렇게 부를 거냐고 반대가 많습니다.
딱 한 자만 필요한데 그 한 자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좋은 단어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安씨 성에 어울리는 단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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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고
결혼해도 자녀를 안 낳는 부부도 많고
낳아도 한 명만 낳아서 잘 기르려고 하는 때에
두 명을 낳고도 세 명을 더 낳겠다고 하는 사위나 딸은
우리 할머니 세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자녀를 낳아서 기르는 일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자신을 삶을 몽땅 포기 하고 아기에게 올인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고 아침에 방에서 나올 때 보면 아기가 밤새 오줌 싼 기저귀를 열 개씩 안고 나옵니다.
밤새 모유수유를 해야 하고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기저귀 마다 변을 보니
그걸 갈아주느라 밤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입니다.
잠이 많은 딸인데 잠을 토끼잠처럼 자면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 생각을 하니
편하게 밤잠을 자는 내가 미안하기도 하고 고생하는 딸이 애처롭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자기 자녀를 키우는 일이니까 불평하지 않더군요.
“아기가 밤에 잠을 안자서 고생스러워서 어쩌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면
“신생아 때는 다 그래. 걱정하지 마 엄마, 낮에 자면 되.” 이럽니다.
밤새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찾아 먹는 딸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내 딸이 아깝기도 해서 자녀를 다섯 명이나 낳으려
계획하는 사위를 말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위도 자녀가 둘이 되자 쉽지 않습니다.
건이가 동생이 태어나자 응석이 늘고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긴 심술을 부리느라
아빠에게 대롱대롱 매어 달리고 요구 사항도 많고 짜증도 심해졌는데
그걸 다 받아 주고 먹이고 입히고 목욕시키고 달래고 놀아주곤 합니다.
좀 혼내고 야단을 쳐도 좋을 상황인데 절대 아이에게 큰소리 내지를 않습니다.
건이가 퍼즐을 잘 맞추고 말도 영리하게 잘하고 노래 부르고 노는 것을 보면
흐뭇해서 열 명이라도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기도 합니다.
사실 자녀를 잘 기르는 일 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다섯 명은 좀 심하지요?
건이 임신 때 꽃을 다섯 송이를 사가지고 왔기에 왜 다섯 송이냐 했더니
다섯 명의 자녀를 낳기 위해서 그런다고 했다는데
나는 딸도 아깝고 낳은 자녀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출산은 두 명에서 끝내면좋겠습니다.
요즘 세상에 다섯 명을 어떻게 길러요?

순이

8 Comments

  1. 쉬리

    2014-02-13 at 04:31

    옛날 이광수의 소설 흙에서 ‘안빈’ 이름이 참 좋았더랬습니다.
    그래 그랬는지 안씨 성을 가진 남편을 만나 두 딸을 낳으니
    안 시내, 안 가람, 다들 결혼을 하여 저도 손주가 셋입니다.
    참 다복하시고, 좋아 보입니다.
    애독자 입니다. 건필을 빕니다.   

  2. mutter

    2014-02-13 at 10:08

    능력있으면 다섯명도 좋지요.
    애국도 하고,나중에 커서 형제들이 많으면 그보다 좋은게 없지요.
       

  3. 푸나무

    2014-02-13 at 12:44

    휘 괜찮은데요
    안휘….빛날 휘 ㅎㅎ   

  4. 푸나무

    2014-02-13 at 12:47

    그나저나 건이 동생….이쁘다요.
    다섯..은 그래도 한명 은 …딸하나…ㅎㅎ   

  5. 해군

    2014-02-15 at 12:21

    빈, 휘…괜찮은 것 같고
    혁, 필…
    그런데 작명은 할아버지가 하시는 거 아니가요?   

  6. TRUDY

    2014-02-15 at 20:57

    갓난이가 어찌 저리 똘망해 보이지요?
    이제 낳을수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10명이라도 줄줄이 사탕으로 낳고 싶어지군요.
    그렇지만 많이 낳아 기르는 커플 프로그램들을 볼때면
    좀은 미련스러워 보이더군요.   

  7. 옛멋

    2014-02-17 at 03:02

    아.. 수 도 괜찮을것 같은데..
    혁, 하녀튼지 참 다복해 보이고 따님이 너무도 편하게 아일 순산하고 건강 하다니 축하합니다^^   

  8. 오발탄

    2014-02-22 at 07:35

    아이들이 아주 귀한 상이네요…흐뭇 합니다…….저 역시 블로그 애독자가 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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