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어서 맞이하는 어린이날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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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랄 때와 비교하면 요즘은 일 년 365일이 어린이 날입니다.
엄마 아빠는 물론 양쪽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삼촌 이모할머니
외삼촌 할아버지까지 동원되어 아이 하나에 바치는 정성이 대단합니다.
따로 어린이날을 두지 않아도 아이들이 늘 귀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방기하다 시피 되어 또래들과 들과 산으로 뛰어 놀았습니다.
일찍 철이 든 탓에 어린이날 선물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학교를 쉬는
어린이날이 되면 목청껏 노래 부르며 놀았던 것 같습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이런 노래를 반복해 부르면서 학교 안가고 노는 날을 즐기는데
엄마가 무슨 심부름이라도 시킬라치면
"엄마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아? 어린이날이야~"
이러며 어린이 인 것을 엄마 앞에서 유세 떨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어린이날에는 그래도 될 것 같고 보호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어린이날은 밥도 안 먹니?"라며 일상적인 것을 벗어나는 일을 야단 치셨지만
우리는 어쩐지 어린이날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 억울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고 고른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는 등의 학교에서 배운 어린이 현장 속에
있는 문구들을 떠올리며 나에게 유익한 것만을 취하여 맛있는 것만 먹고
당당하게 놀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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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좋아 주변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작은 사위는 회사를 쉬는
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아이 장난감이 있는 방을 정리하고 부엌일을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등 혼자 조용조용 다니며 집안을 돌봅니다.
늦도록 책을 읽다가 거실로 나갔더니 아이 목욕을 시켜서 머리를 말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부엌에 들어가 아침 준비를 합니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된장국 냄새가 퍼지기에 일찍 밥 먹고 본가에 가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딸과 사위의 합작으로 식탁이 차려지고 식탁에 식구들이 둘러앉았습니다.
두 돌이 돌아오는 손자도 이제는 아기 의자를 놓고 식탁 한자리 차지합니다.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기도를 하는 것을 매일 본 손자는
제일 먼저 고사리 같은 손을 마주잡고 눈을 찡그리고 기도하는 폼을 잡습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집니다.
사위가 식 기도를 대표로 합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한이와 본가에 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기쁨을 드리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 사부인은 아들을 정말 잘 기르셨습니다.
늘 긍정적이고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부지런하여
집안일도 미루는 법이 없고 스스로 움직여 살핍니다.

특별메뉴는 된장라면입니다.
사위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남은 재료를 섞어서 퓨전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어제 먹다 남은 된장국에 라면 사리를 넣어서 끓였는데 라면스프를 넣지 않고 된장국에
라면사리만 넣은 것이라 맵지도 짜지도 않고 맛있었습니다.
날 닮았는지 한이는 아기가 면을 좋아합니다.
라면가락을 건저서 접시에 놔 주자 손으로 한가락씩 집어서 잘먹습니다.

아이 한명이 주는 생기가 집안에 가득합니다.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면 손자가 뛰어나와 배꼽 손을 하고 궁둥이를 치켜들고
머리가 땅에 닺도록 하는 인사와 더불어 내가 자세를 낮춰 눈높이를 맞추면
보너스로 품안에 와 폭 안기면서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립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집으로 들어오면 손자가 내 뺨에 자기 뺨을 갖다 대며
"차~ 차~" 합니다.
아기의 따뜻한 뺨을 내 뺨에 대고 “아~ 차! 차!” 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세상에 근심이 다 녹아내립니다.
그래서 자녀를 낳고 손자를 기대하고 그러나 봅니다.
저 아이들이 없다면 굳이 열심히 살 이유도 환경오염을 걱정할 일도
전쟁이나 재해를 근심할 이유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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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좀 더 자연을 아끼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사회의 어려움이 바로 잡히기 위해 힘쓰고
남에게 싫은 소리 대찬 소리를 입바른 소리 안하고 살게 됩니다.
입바른 소리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우리 어머니신데
말로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으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라
본인이 실천하지 않고 비아냥대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자녀를 키우면 모든 일에 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없다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겠지만
내 손자들이 살아갈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되어 맞이하는 어린이날은 책임이 느껴지는 날입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롭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순이

2 Comments

  1. seven N a half

    2014-05-05 at 04:05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오늘은 아주 좋습니다
    월초 주말에는 고지서 등 컴퓨터로 정리할 일들이 많은데
    한국 블로그는 더 골치가 아파서 피합니다
    미국 facebook 에는 아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좋은 글에는 추천을 합니다
    그리고 Congratulation!
    To be motivatied, to be purified and to be successful 등으로요
    I like it. 추천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기분 좋게 해주셔서 내일은 일을 더 열심히 할 수가 있을 것같습니다   

  2. 데레사

    2014-05-06 at 00:30

    우리들 어린시절의 어린이날에는 쑥떡을 해서 나누어 주었지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쑥떡 바구니를 들고 두개씩인가 주면
    얼마나 맛있던지… 그때는 공휴일이 아니었어요.

    나도 요즘 어린이가 한번 되어 보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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