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는 세 살짜리 아기도 깍두기를 담아요

11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보는 사람마다
"김장 하셨어요?"라고 묻는 것이 인사입니다.
김장을 안 하고 얻어먹는다고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주부들은 날이 추워지기 전에 김장 하는 것을 숙제처럼 여기기 때문에
김장을 해 놔야 마음이 놓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장 걱정을 하지 않는 나를 부러워합니다.
나는 사돈 복이 있어서 우리 집 김치는 한이 친가에서 넉넉하게 해서
사철 여러 가지를 보내 주어서 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큰딸 시댁에서도 김장을 여유 있게 해서 맛있는 김치를 한통 가득 보내오고
한이 친가에서는 김치를 고루고루 담아 보내오기 때문에 김치를 먹으면서
“물김치는 건이 할머니가 담근 것이 맛있고 총각김치는 한이 할머니께서
해 주시는 것이 맛있다.“ 이러며 맛을 비교하기 까지 합니다. ^^
딸 가진 집에서 김치를 해서 시댁에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풍속이고 정석인데
우리 집은 그 반대의 경우입니다.
제가 운이 좋아서 두 딸의 시어머님들이 반찬 솜씨가 좋으신 분들이고
맛있게 해서 나눠 먹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분들이라 우리가 맛있게 먹은 후

“맛있다, 잘 먹었다.”는 피드백만 보내면 그분들이 행복해 하십니다.

작은딸 시어머니는 젊기도 하시지만 일도 잘하셔서 임산부라 배부른 며느리
오라소리도 하지 않고 김장을 담아놓고 가져가기만 하라고 합니다.
주말에 시댁에 가면 김장은 물론이고 쌀과 여러 반찬들을 가지고 옵니다.
아들 며느리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시려고 얼마나 애를 쓰시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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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에 김치 담그는 법도 조기교육 하는지
김장철이라 놀이삼아 깍두기를 담아 봤는지
우리 한이는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서 비닐봉지에
깍두기를 담아가지고 왔더군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사진으로 찍어서 네이버 라인에 올린 사진을 보고
신기해서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빵 자르는 칼로 무를 썰어서 비닐장갑을 끼고
깍두기를 담는 모습이제법 진지합니다.
할머니도 못 담는 김치를 우리 한이가 담근다니 대단하지요?
어린이집에서부터 김치 담는 법을 배워 두었으니우리 한이 장가가도
김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요즘엔 직원들이 식사하는 식탁에
김장을 마친 직원들이 맛보기로 한통씩 가지고 온 김치가 놓입니다.
그러면서 김장 담구는 이야기를 화제로 삼습니다.
고추는 시댁에서 보내 주었고 배추는 어디서 샀고 하는 재료 조달서부터
누구랑 모여서 하는지도 이야깃거리입니다.
자매들이 모여서 하는 집도 있고 이웃과 함께 하는 집도 있지만
대게는 시댁식구들과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라도 시댁에 김장하는 날은
월차를 받아서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30대 며느리들은 시댁에서 김장을 담가주는 것도 원치 않고
담아서 보내려면 택배로 보내라고 한다는 사람도 있다는 군요.
시댁과 사이가 나쁜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김장을 해 주면
버리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설마 그 정도까지야 하겠나 했습니다.

사람사이의 관계가 무너져서 권위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다보니
연장자나 시부모님 혹은 선생님 등을 존경하고 따르는 상하관계는 무너지고
몰염치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며느리의 목소리가 크면 시어머니는 시끄럽고 싸우는 것이 싫으니까 아무 말 못하고
시어머니가 목소리가 크면 며느리가 참아야 조용하고 그렇습니다.
상호 조절이 가능하면 서로 평안하고 좋은데 그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장을 하려고 여럿이 모여서 협동하는 모습도
어쩌면 앞으로는 그리운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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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나더니 나무마다 오래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짧은 듯 아쉬웠는데

올해는 가을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문 것 같습니다.
우리 한이가 노는 놀이터에 예쁜 은행잎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김장철도 거의 끝나가고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이제 본격적이 겨울이 시작 되려나 봅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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