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보다 즐거웠던 주례없는 결혼식

친구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9시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산에서 기흥에 있는 아이티컨벤션웨딩홀까지 길 찾기와
버스노선을 검색해 보니 거의 3시간이 소요 됩니다.
수원도 아니고 기흥이라 초행의 낯선 길을 가야 해서
12시 30분에 시작하는 결혼식에 늦지 않도록 일찍 출발을 했지만
휴일이라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하마터면 늦을 번했습니다.
(눈앞에서 차 한대를 놓치고 나니 숭례문 정류장에서 30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경부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예식 시작 10분 전에 도착을 해서

친구들이 전해 달라는 부조금 봉투를 접수하고
먼저 온 친구들이 자리 잡은 곳에 가서 앉았습니다.
강릉과 부산에서 온 손님들로 예식장은 이미 꽉 찼는데 친구들이 자리를
맡아 놓고 있어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서울에 조계사 근처에 서울예식장과 신신예식장
그런 곳이 유명했는데 요즘엔 지방에 새로 생긴 예식장들이 찾아가기는 좀 멀지만
예식공간이 품위 있고 주차 시설이 좋아서 여유 있는 예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을 시작하기전 사회를 보는 젊은이가 여러번 어나운스를 합니다.
“오늘 결혼식은 주례가 없는 예식입니다. 다소 생소하실 수 있으나
즐겁게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은 처음 보는 것이라 또 다른 기대를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주례 단상은 비워둔 채 양가의 어머니들이 입장하여 촛불점화를 하고
신랑입장이 있고 신부가 아버지 손잡고 입장하는 것까지는 같았습니다.
서로반지를 끼워주고 결혼서약을 하는 데부터가 다릅니다.
평생을 함께할 신부에게 하는 혼인서약을 직접 써 와서 읽었습니다.
신부도 신랑을 향해 마음에 담은 편지형식의 서약을 읽었습니다.
주례가 일방적으로 교훈적인 말씀을 하는 것보다
훨씬 실제적이고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서약입니다.

다음에는 신랑아버지가 나와서 아들에게 주는 덕담을 겸한 편지를 읽었습니다.
신랑은 그 가정의 둘째 아들인데 부모님께 즐거움을 주는 아들이었나 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아직 어린 줄 알았는데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다니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감회를 말씀 하시다가
신랑이 어릴때 개구쟁이로 자란 비행도 감추지 않고 이야기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반장이 되었는데 친구랑 싸워서 사흘 만에 반장이 박탈되어

무척 아쉬웠고 속상했었다고 해서 온 하객들이 웃음바다를 이루었습니다.
개구쟁이기는 하지만 공부는 잘 했는지 그 후에는 반장을 박탈당하는
일없이 잘 했노라고 하는군요.
며느리에게도 우리 집에 시집와 주어서 고맙다며 딸에게 이야기 하듯
조근 조근 미리 써온 편지를 읽어 가는데 어떤 분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을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신랑아버지의 무대 다음엔 신부아버지가 단상에 올랐습니다.
황금연휴에 예식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객을 향해 인사 말씀을 하신 후에
신랑신부를 향해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웃도 잘 보살피고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도우라“
는 당부를 하는데 전문 주례보다 더 잘하는 것입니다.
목소리도 차분하고 얼마나 능숙하게 하시는지
주례를 많이 보신 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피로연에서 만났을 때 모든 친구들이 친구남편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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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에는 신랑친구들의 축가가 이어지고 신랑이 신부를 향해
청혼가를 부르고 난후 (노래도 수준급입니다) 진한 썬그라스를 꺼내 쓰더니
신랑이 백댄서들과 함께 가수 싸이처럼 춤을 추었습니다.
좀 일찍 가서 앞자리에 앉았더라면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떨어져 앉다 보니 내 휴대폰으로는 그 즐거운 광경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신랑이 결혼식에 춤추며 하객들에게 재롱을(!) 부리니 어쩌면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지요.
즐거운 축제의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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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과묵하고 점잖아야 존경받던 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엔 점잖은 남자는 인기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남자가 최고로 인기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가씨들에겐 코미디언이 일등 신랑감이라고 합니다.
즐거운 대화가 가능한 배우자가 첫째 인 것입니다.
잠간이지만 친구의 사위는 우리들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신랑이 부르는 노래에 따라 아줌마들이 손을 머리위로 치켜들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섹시댄스를 얼마나 잘 추는지 신랑의 무대는 인기 만점입니다.
노래 한곡과 섹시댄스를 추는 그 시간에 우리는
어느 아이돌 콘서트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열광을 했습니다.
신랑 신부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동료 의료인으로 일종의 사내연애라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젊은이들의 휘파람 소리도

요란하고 앙콜이 외쳐질 정도로 다들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우리친구들은 모두 그 사위가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신랑신부와 그 가족이 주인공이 되는
즐겁고 행복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결혼예식을 이끄는 그 솜씨대로
양가 가족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주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순이

6 Comments

  1. jh kim

    2015-05-25 at 13:02

    제가 문제가 있는건지 아님 고리타분해서인지
    그런 결혼식이 저에게는 많이 어색 하였더랍니다
    그래도 좀 엄숙하고
    경건하길 바라는 제마음이
    너무 시골스러운걸까요 ?   

  2. jh kim

    2015-05-25 at 13:03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3. 데레사

    2015-05-25 at 22:56

    저도 올해 초 주례없는 결혼식엘 갔습니다.
    참 신선하고 좋던데요.   

  4. 말그미

    2015-05-26 at 15:30

    아이돌 콘서트보다 즐겁고 신선했겠습니다.
    저도 주례 없는 결혼식을 두어 번 보았습니다.
    의미도 있고 재미있어 신선했습니다.    

  5. 나무와 달

    2015-05-26 at 21:32

    생각의 차이가 남과 다르게 만드는군요…^^*
    매우 신선하게 잘 읽었습니다…   

  6. Lisa♡

    2015-05-31 at 13:38

    요즘 이런 결혼식이 왕왕 있답니다.

    저도 그런 결혼식 두어번 봤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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