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자살 시위를 하는 듯

묘사가 뛰어나고 문장이 좋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글을 쓰는 유명한 작가도
자신의 어머니에 관해서 쓸 때는 객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우리 어머니는 신사임당 같은 분이라고 쓴답니다.
어머니를 회고 하면서 악마 같다거나 나뿐 사람이라고 회고하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소중한 존재고 천사 같은 분입니다.
자녀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의 삶을 사셨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우리를 기르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아릿합니다.
자신을 보살펴 키워주신 분이기 때문에 그간에 살면서 약간의
나쁜 기억이 있었다고 해도 연민으로 바뀌고 좋았던 것만 남게 됩니다.
어머니께서 자녀에게 항상 천사 같고 정당하게만 했겠어요?
어머니도 인간인지라 어둡고 기억하기 싫은 면도 없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런 서운했던 것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에 서운함은 다 묻히고 어머니의 위대한 모습만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 사는 일이 다들 나름대로 애환이 있어서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경우를 보긴 했지만 자녀들이 어머니를 지긋지긋해(!) 하고 힘들어
하는 것은 드믄 경우인데 참 안타까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불쌍하게 여깁니다.
요양병원에서 보면 폭력이나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병든 아버지는 배척받는 경우가 있지만
어머니가 아프거나 인지장애로 오래 병원에 있어도
자녀들은 어머니를 불쌍하게 여깁니다.

우리병원 할머니 한분은 입원해 계시면서도 끝없이 자녀들을 괴롭힙니다.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몇 년씩 병석에 계시는 어머니께
한 결 같이 잘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실 무리입니다.
긴병에 효자 소리 듣기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이 할머니는 파킨슨으로 인지장애가 있는 분이기는 하지만
자기주장이 끝없이 강하고 고집이 센 분이라 주위 사람들을
자기 맘대로 휘두르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안 되면 견딜 수 없어 합니다.
자기 생각에 몰두 해 있어서 항상 자기주장만 합니다.
한 밤중에 주무시다가도 운동이 하고 싶다고 침상에서 내려오고
본인이 원할 때 자녀들이 면회를 오지 않으면 단식투쟁을 하고
아니면 목을 매어 공포감을 조성해서 주위를 겁박합니다.
남이 하는 말은 본인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은 못 들은 척
하시는 등 선별하여 듣습니다.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어머니께 시달려서
할머니를 대면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하고 괴로워합니다.
잠깐 면회를 하면서도 연세가 5~60대 인 자녀를 향해
뭘 잘못했는지 꼬치꼬치 헤아리며 고함을 치고 나무랍니다.
자기애가 강한 성품이라 스스로 자기만 귀하게 여기고 타인에 대해서는
자녀라도 맘에 들지 않는 다고 화를 내시는 겁니다.
그런 것 까지는 자녀들이 잠시만 참으면 지나가니까 그냥 넘긴다고 해도
병원 측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할머니가 목을 매려고 시도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죽음을 목표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시위의 성격으로 그러기는 하지만
할머니의 엉뚱한 행동은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죽으려는 의도는 없지만 주변을 괴롭히기는 충분합니다.
그분의 간병인은 매번 너무 놀라 일을 못하겠다며 그만 두겠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자살 시도는 아주 교묘합니다.
오래 침상에 계시는 노인 분들은 욕창이 잘 생기기 때문에
침대 매트리스 위에 공기매트를 더 깔아 드리게 됩니다.
공기매트는 올록볼록한 공기층이 있어서 공기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침대에 닿는 피부의 압력을 분산해서 욕창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이용해서 하는 기구라 침상 머리맡에 있는 콘센트에
전선으로 공기매트가 연결되어 있는데 어느 날은 그 전선을 빼서
자신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매트리스를 고정하기 위해
탄력붕대로 묶어 놓은 것을 풀러 자신의 목을 조르기도 합니다.
침상에서 식사를 하니까 식사할 때 쓰는 앞치마를 가지고도
시도를 하시니 간병인이 그 환자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분 옆에서 간병인이 간이침대를 놓고 주무시는데도
그러시니 간병인이 질색을 합니다.

간병인의 말로는 목이 졸릴 만큼 조르지도 않고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해서
자녀들을 오라고 협박을 겸한 시위를 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해야하는 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난감한 일입니다.
자녀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우리 엄마는 젊을 때부터 자신의 원하는 대로 일이
안되면 늘 죽는다고 시위를 했다며 돌아가시지 않으니까 그냥 두라고" 하더랍니다.
그래도 너무 자주 시위를 하다가 만약의 경우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 책임은 어떡하겠습니까?

따님도 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여러모로 힘드시고
연세도 있어서 어머니의 경우 없는 폭력을 견딜힘이 없다며
“엄마 제발 우리 좀 살려 주는 샘 치고 병원에 조용히 계시면 안 되겠냐?”고
울면서 어머니께 빌다시피 하더랍니다.
당분간 면회를 안 오시겠다고 한다는 군요.
요즘 하는 모습으로 봐서 자녀들에게 평소에 어떻게 하셨을지
상상이 되기에 따님을 야속하다고도 못하겠더군요.
90이 넘은 지금도 그러시는데 기운이 있을 때는 더 자녀들을
볶았다고 하니 어머니라고 해서 다 신사임당 같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엄마의 사랑 없이 어디서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겠습니까?

순이

4 Comments

  1. 데레사

    2015-05-27 at 22:51

    참 딱한 경우네요.
    보통의 엄마들로서는 상상도 안되는 행동을 하시니
    그 자녀들이 한없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얼른 돌아가시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2. 벤조

    2015-05-28 at 04:31

    이런 얘기를 들으면 늙는게 정말 겁나요,
    어쩌나. . .
       

  3. TRUDY

    2015-05-28 at 04:38

    늙으며 성격도 유순해진다고 들었는데 아닌 모양입니다.    

  4. jh kim

    2015-05-30 at 07:14

    순이님
    그래도
    어떤일이 있더라도
    단 몇일만이라도
    울 엄니가 보고프답니다
    몇일만이라도 무언가 잘해드린후 하늘나라로 가셨어야 했는데…….
    왜이리
    나는불효를 했을까요
    어머님께서 서울로 대구로 다니시며
    기도하시는 어머님이 계신
    우리 최목사님과
    순이님은 세상에 가장 훌륭하신 효자 효녀 아닙니까?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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