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귀농의 꿈을 접게 만든 고구마 농사 체험

병원 식구 중에 강화에 땅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어서
매년 고구마 농사를 지러 갑니다.
저는 벌써 3년차가 되었습니다.

봄에 심으러 갈 때와 가을에 고구마 캐러 갈 때 멤버가 계속 바뀌는 것은
이직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한번 다녀오면 다시는 안 가려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녀왔던 사람들이 힘들다고 소문을 내는 바람에 미리 공포를 느껴서
가려는 지원자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고구마를 심을 때가 되어서 함께 갈 사람을 모집하는데
나는 제일 먼저 자원을 했습니다.
고구마 심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가려고 하느냐고 말리는 분이 있기에
이래봬도 고구마 농사 3년차라고 으스댔습니다.
고구마를 심으러 가겠다고 자원하는 이유는
왠지 모르지만 흙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으면 핑계대지 않고 참석합니다.

밭이 마니산 자락에 붙어 있어서 뒤로 병풍같이 산이 둘러 있고
밭 앞으로는 시야가 확 트인 넓은 바다가 보여 풍광이 뛰어납니다.
앞으로 별장이나 휴양시설을 지으면 딱 좋을 입지조건입니다.
땅 주인이 그런 계획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내가 남의 땅에 농사지으러 가면서도 그 땅 밟는 것을 좋아하니까
나보고 그 밭을 사라고 하는데 나는 능력 밖이라 웃기만 했습니다.
농사짓는 밭도 호가가 100만원이나 한다니 내 능력으로는 택지 마련은
어려울 것 같고 나중에 그곳에 가서 지낼 수 있을지는 혹 모르겠습니다.
자연 환경도 좋지만 해풍이 불어오기 때문에 강화에서 나오는
모든 농작물이 맛이 좋답니다.
강화는 인삼과 순무 포도 그리고 노랑고구마 등이 특산물입니다.
특히 포도와 고구마는 당도가 높아서 그 맛이 뛰어납니다.
지금 강화에는 아카시와 찔레꽃이 한창이어서
오가는 길에 차의 창문을 열고 아카시향을 흠뻑 들이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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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농사 첫해는 아무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지만
지난해부터는 그것도 경력이 쌓이니까 차츰 요령도 생기고
기구도 사용하게 되어 점점 쉬워집니다.
병원 구급차를 타고 초보 농사군 여럿이 갔지만
대게 농사하고는 거리가 먼 도시출신들이라 호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매년 가는 사람은 강원도 영월이 고향인 자칭 농부의 딸이라는 분과
무슨 일이든지 말없이 행동으로 열심히 하는 팀장 한분과
밭주인 그리고 저 이렇게 네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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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원도 촌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농사를 짓지 않으셨기 때문에
농사짓는 것을 잘 모릅니다.
촌에 살면서도 한 뼘 농토도 없으니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본 적이 없는데도
농사에 대한 향수는 있습니다.
올 봄에는 손자가 어린이 집에서 나누어 준 딸기 모종 두 개를 베란다에다
잘 키웠더니 딸기가 열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온 식구가 즐거워했습니다.
한이가 직접 물을 주고 애지중지 하는 모습이 귀엽고 정서적입니다.
반면 영월출신 자칭 농부의 딸은 나이 먹으면 고향에 내려가
동네 부녀회장이 꿈인 분이 있는데 자랄 때 집에서 농사를 많이 도와봐서
농사가 익숙했습니다. 고구마 심는 모든 것은 부녀회장 후보가 지휘했습니다.
풀을 맬 일이 없도록 검정비닐을 밭이랑을 덥고
(모든 밭작물은 잡초와의 싸움이라고 하더군요.)
구멍을 뚫어 고구마 순을 한 뼘 간격으로 심는 것도 부녀회장 후보의
진두지휘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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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고구마 심는 것을 처음 보는 일꾼들은 볕에 그을리는 것을 막으려고
더위에도 긴팔 옷에 장화를 신고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일했습니다.
농사일을 체질적으로 잘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소풍삼아 놀러 온 분들이라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최선을 다해서 밭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대부분 밭에 일하러 가기 싫어하는데 밭가에서 먹는 점심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며 그걸로 사람들을 유혹당해 온 어설픈 일꾼들입니다.

*남편이 퇴직을 하고 나면 시골로 내려가 살려고 했는데 포기해야 하겠다.
*앞으로는 농산물을 사서 먹을 때 절대 비싸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배추나 무 고추 고구마 감자 등 모든 야채를 먹을 때 마다 농부의 수고에 감사하겠다.
*농사 지어 먹는 것 보다 사 먹는 게 싸다.

소풍가는 삼아 따라나섰던 사람들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순이

4 Comments

  1. 데레사

    2015-05-31 at 00:53

    잘난 아파트 베란다에다 좀 넓은 화분을 놓고 채소 몇가지를
    심어 봤는데 그것도 힘들더라구요.

    지금 밖에서 불러서 급히 나가느라 길게 못 쓰서 미안해요.   

  2. 데레사

    2015-05-31 at 10:20

    평택으로 귀농한 옛 동료집을 다녀왔어요.
    300평에다 감자, 땅콩, 고구마, 야콘까지 심어놓았던데
    많이 부러웠어요.
    점심먹고 놀다가 밭에서 뜯어준 상추랑 한보따리 들고
    차 막힐까봐 일찍 올라 왔어요.

    순이님 오늘 포슽 생각나서 제가 물었지요.
    사먹는것과 농사지어 먹는것, 비용면에서 어느쪽이 싸게 먹히느냐고요.
    그랬드니 대답이 사먹는게 싸다 였어요.

    그러면서도 농사가 재미 있데요.   

  3. 이예수

    2015-06-01 at 06:18

    직접 야채를 기르는 것은 농약과 제초제로 부터 안심하는 먹거리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시골에서 채소나 꽃등 식물을 키우는 것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면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4. 고운바다

    2015-06-05 at 14:01

    고구마를 작년가을 부터 최근까지 줄기차게 먹었습니다.^^
    주로 간단한 아침이나 간식거리로 먹는데,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인스턴트 재료가
    아니라서 무엇인지 편안함을 주는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많이 먹었던 파글파글한 밤고구마를
    이제는 거의 볼수가 없어서 아쉽군요.
    밤고구마라고 판매를 하지만 예전의 맛이 아니군요.
    문득 진짜 밤고구마가 그리워집니다.

    -고구마 서정(抒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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