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의 블로거라면 다 아시겠지만
올리뷰의 이벤트에 참여해서 책을 공짜로 받아 읽는 맛이 쏠쏠합니다.
그러나 내가 사놓고 읽어야 할 책도 자주 밀리는 형편이라
올리뷰에 신청하면 좋든 싫든 후기를 작성해 올려야 하니 약간의 부담도 있습니다.
책을 공짜로 얻은 대신에 독후감이 숙제니까요.
내가 하고 싶어서 쓰는 것은 좋지만 어릴 때부터 숙제는 그냥 싫고
하기 싫은 게으름이 있어서 한동안 이벤트에 참여를 안했는데
이문열이라는 이름에 클릭을 하고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이문열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이고 뛰어난 글쟁이라
그분의 글을 많이 보면서 영향을 받고 살았기 때문에
이문열이라는 이름은 반갑고 어쩐지 친근합니다.

그분의 책 중에
사람의 아들, 우리의 일그러진 영웅,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등을
접해보지 않은 분이 없을 겁니다.
이문열 작가의 책은 나올 때 마다 화제가 되었고
많은 분들이 읽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소설은 물론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것도 이문열 평역으로 읽었습니다.
신들메를 고쳐 매며, 시대와의 불화, 변경 같은 것도
함께한 시대에 대한 공감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이번에 올리뷰에서 받은 biography 는 격 월간지로
한사람을 집중 조명해서 역어낸 책입니다.
이문열 앞에는 이어령 김부겸 심재명 세분의 이야기가 더 있다고 하는데
이어령씨에 관해 쓴 책은 주문해서 볼까 합니다.
한권의 책 속에 명사의 삶과 철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와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져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타인의 삶에 우리의 삶을 비추어 사람을 배우고 세상을 배웁니다.
이것이 biography 를 만드는 이유라고 합니다.

5월에 올리뷰에 신청해 놓고는 잊고 있다가 엊그제 퇴근해서 집에 오니
책상위에 소포가 포장채로 놓여있어서 이게 뭔가 하고 뜯었더니
검버섯 핀 이문열 작가의 얼굴이 쑥 나와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렇지 이분도 이제는 70을 바라보는 나이니……

요즘엔 노안이 심화되어 고굴절다촛점 안경을 쓰고는 잔글씨를 읽을 수 없어서
안경을 벗고 책을 코앞에 가까이 대고서야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엔 책상에 앉아서 시작을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면 누워서 책을 읽게 됩니다.
엊그제도 아예 잘 준비를 하고 책을 들고 누웠는데
잡지처럼 쉽게 술술 넘어가서 몇 시간 만에 다 읽었습니다.
한사람의 생애를 쉽게 읽는 다는 것은 모순이 있을 수 있겠는데
월간지의 형태를 가지는 일이라 무겁거나 어려울 일은 없지만
너무 가볍게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홍위병 논란의 배경 이야기도 있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읽자니 이문열씨 개인의 변명 같은 것도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그분이 썼던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분은 정치를 해도 잘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는 분들이 정치판에 기웃거리다가 어려움을 당하는 사례를
보게 되는데 이분도 어쩌다 그런 케이스입니다.

아버지가 월북한 것으로 인해 연좌제에 걸려 생활에 제약을 많이 받았는데
두 살때 아버지와 해어져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흔 살이 넘도록
받은 감시는 가혹한 일이라고 보여 집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사하면 이사한 주변을 정보과 형사가 가족의 행동을 수소문하고 다니고
직장에 가면 직장동료들에게 묻고 다니고 하니까 정말 사는 게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좌제를 없앤 대통령을 높게 평했습니다.

20년 전 일이지만 나도 또렷하게 기억하는데
이문열 작가가 선택이라는 글을 발표해서 페미니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나는 딸 둘을 키우고 있던 때라 페미니즘에 혹 한 상태였습니다.
내 딸들이 살아가야 하는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겠지요.
가부장제에 매여 여자를 남자보다 한 수 아래로 보는 것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중에 이문열 작가가 조선시대 안동에 살았던 장씨 부인의 입을 빌려
과도한 여성운동을 꼬집어 비판한 것입니다.

"너희 논객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자기의 일을 가져라. 자아를 되찾아라.
남편과 아이들로 부터 벗어나라 가정에서 해방돼라,
그런데 내게는 그런 권유들이 마치 자기 성취를 원하는 여성에게는
가정은 감옥이고 남편은 폭군이며 아이들은 족쇄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린다.“

당시 독설가로 유명한 방송인 전여옥은 "아주 잘 쓴 잡품인(작품이 아니고)
“선택”은 여성 독자에 대한 정신적인 성폭력이다“라고 주장했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이순원 선생님은
“저속하고 천박하게 추구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와 생각하면 이순원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성향으로 가정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가정과 가족의 가치를 다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은
일을 쫓아 아이들과 남편과 가정으로부터 떠나 봐도 만족을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도 나이 먹고 보니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던 것이
후회가 된다고 하더군요.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더욱 큰 허망함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따뜻한 가정에서 저녁상을 차려놓고 오순도순 먹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그런 평범한 가정이 소중한 것을 늦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문열 작가의 부인 박필순씨)

명사에 대한 접근이 쉽게 읽히고 그 사람의 생애를 알 수 있어서
biography 라는 격 월간지는 앞으로 잘 팔려나갈 것 같습니다.
개인을 특별하게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다면요. ^^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