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면서 부르는 애절한 노래, 떠나가는 배

제주시에 내려서 차를 한대 렌트하여 예약된 숙소가 있는 서귀포로 갔습니다.
창문에서도 바다가 내려다 보였지만 성에 차지 않아 가방만 던져두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서귀포에서 보이는 바다는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바다입니다.
파도는 잔잔하고 날씨는 맑고 바람은 산뜻했습니다.

이 공기~,
이 기분~
음 ~ 이 맛이야~
이러고 서 있는데 여동생이 옆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동생은 성가대 알토를 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는데
거기다 흥이 많고 감정표현이 좋은 사람이라 바닷가에서 파도를 보면서 듣는
“떠나가는 배”는 가슴에 쏙 들어와 새겨질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나도 옆에서 허밍으로 따라 불렀습니다.
1절인지 2절인지 가사가 뒤범벅이 된 채로 부르는데도 그 노래가 어찌 그리 좋은지요.
여행 내내 바다만 보이면 이 노래가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알고 보니 그건 3절 가사입니다.

차로 이동할 때는 휴대폰으로 You Tube로 연결해서 엄정행이 부르는 “떠나가는 배”를
듣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조용필의 떠나가는 배도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들었는데 엄정행의 떠나가는 배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떠나가는 배"와 함께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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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을 찾다가 노래에 얽힌 사연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어떤 시인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혹 시인의 명예에 흠이 될까 해서 이름은 생략합니다.
시인은 30대 후반의 아내와 자녀가 셋이나 있는 분이었습니다.
20대 대학생 처녀와 사랑을 하게 되어서 제주도로 사랑의 도피를 떠납니다.
60년대에 서울에서 제주도를 간 거리는 지금의 교통수단으로 비교해 보면
아프리카쯤으로 간 것과 비슷할 듯합니다.
시인은 동화여관이라는 곳에서 지내면서 제주에 사는 시인들과
어울려 시 낭송회도 하고 했다니 정말 낭만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을 시인의 아내가 아기를 업고 찾아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라고 솜옷을 지어 왔는데 남편의 것만이 아니라
동거하는 처녀 것도 같이 지어서 생활비가 든 봉투를 두고 말없이 돌아서 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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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사랑도 좋지만 많이 미안했겠지요.
그런지 얼마 되지 않아 처녀의 아버지가 찾아왔답니다.
처녀의 아버지가 설득해서 둘 사이를 떼어내어 딸을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찾아가지도 않겠지만 찾아가서도 폭력적인 사태가 예견되는데
어쩌면 사랑의도피를 떠난 괘씸한 남편과 남편의 동거녀의 옷을 지어가지고
갈 수 있고 뭐 그렇게 이쁘다고 생활비까지 주고 올까요?
시인의 아내가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떠나가는 배”는 처녀가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고 떠나는 부둣가에
시인이 서 있는 모습을 지켜 본 시인의 친구가 작곡한 노래입니다.
작곡자는 양중해 선생님인데 노랫말의 배경을 알고 노래를 들으니
더 절절한 느낌이 듭니다.

1,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로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2, 터져나오라 애설픔 물결위로 한 된 바다
아담한 꿈이 푸른 물에 애끓이 사라져 내홀로
외로운 등대와 더불어 수심뜬 바다를 지키련다

3,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로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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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올레길이 제주도 해안을 따라 완전 한 바퀴를 돌 수 있게 연결이 되어 있어서
어차피 한번에는 다 돌 수 없으니 이번에는 몇 구간을 가보고 다음에는
몇 구간을 걸어보겠다 계획을 세우면 너무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외돌개올래와 월평올래를 맛만 봤습니다.
한구간이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 정도 걷는 길이 21개 구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닷길이 좋은 곳도 있고 숲길이 좋은 곳도 있습니다.
어디서 바라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절경들입니다.
제주도는 말 그대로 보물섬입니다.
올레길이 완성되어서 더욱 가치를 높인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동차로 휙 지나가는 것 보다 내 발로 걸으며 느끼는 자연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8월14 15 16 연휴를 이용해 갔더니 마침 광복70주년이라
가는 곳 마다 무료입장이라 그 덕도 상당했습니다.
제주에서 어머니 모시고 명성아카데미 주일예배에 참석했는데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 목사님의 선창으로 애국가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광복 70주년에 부르는 애국가는 어찌나 감동이 되는지
저절로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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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민속마을에서 1000년 된 고목을 바라보는 어머니)

7월초에 둘째여동생과 어머니 모시고 독도를 다녀왔는데
막내 여동생은 해외 공연이 있어서 못 간 것이 너무도 아쉽다며
어머니 모시고 제주도를 가겠다고 해서 따라나선 길입니다.
동생들은 서로 시샘을 할 정도로 어머니께 잘 하는데 저는 어머니 덕택에 호강을 하는 것입니다.
동생들은 저를 80대 후반의 어머니와 비슷한 노인으로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제주여행에 관해 서서히 풀어 놓겠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순이

6 Comments

  1. 데레사

    2015-08-18 at 04:09

    어머님 모시고 제주도 다녀 오셨군요.
    좋으셨겠어요.
    떠나가는 배, 저도 그 노래 좋아합니다.
    한때는 정태춘이라는 가수도 불렀지요.

    날씨가 이제 가을모드로 바뀌어 가는것 같아요.
    나도 올 가을에는 딸과 함께 제주를 한번 가볼까 하고
    있거든요. 순이님 여행기 보면서 갈만한 곳 체크해 두어야
    겠습니다.   

  2. 좋은날

    2015-08-18 at 08:11

    이 애틋한 정한을 연전에 저도 글로 쓰면서
    노래를 올려봤던 기억으로
    글과 사진을 봅니다.

    생전에 효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
    스스로를 위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가시고 난 후에 가슴 애려오곤 합니다.

       

  3. 초롱아씨

    2015-08-18 at 09:20

    그분은 서울에 올라와서도 효자동 여관에서
    두 달 정도 머물다가 겨우 집으로 들어가셨다고 해요…..

    그 아내분이 대단하신건지 이분이 대단하신건지
    본인 아니라 모르겠지만
    그 당시 사회가 남정네들의 일탈은
    별스럽게 보지 않았던 터라……

       

  4. 고운바다

    2015-08-18 at 12:06

    그 시인의 아내분이 마음씨가 꼭 고운 바다같은 분이군요 ㅎㅎ ^^
       

  5. 선화

    2015-08-18 at 13:28

    제주 좋지요?
    오죽하면 제가 이민까지 왔겠습니까? ㅎㅎㅎ

    제가 제주에 살지만 봐도 봐도 끝이 없는곳입니다
    알수록 볼수록 멋진…ㅎ

    담편이 궁금해 집니다!!   

  6. 양송이

    2015-08-18 at 23:16

    제주도에 가보고 싶습니다.
    아스라한 기억속으로 30년 전 쯤 그곳에 있었던 같습니다.

    떠나가는 배는
    그러게 맺지 못할 사랑은 왜 해서 괜한 마음고생이냐는 생각도 듭니다. ^^
    원래 제 심성이 이렇게 심하게 비뚤어지지는 않았는데
    험한 세파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되었나 싶어 반성합니다.

    늙고 병들어서 이제 더 이상은 아무것도 촉촉하게는 바라볼 수 없는 내가 가장 두렵군요.
    ㅎㅎㅎ…

    좋은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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