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중문해수욕장 새벽 바다에 들어가보니

6 (1).png

"언니 일어나! 바다에 나가서 수영하자!"
제주에 도착한 둘째 날 새벽 단잠을 자고 있는데 동생이 깨웁니다.
"몇 신데?"
창문이 부염하긴 하지만 너무 이른 새벽시간이라
더 자고 싶은 생각에 동생에게 시간을 물었습니다.
다섯 시 반쯤 되었다는 대답을 듣고 짜증이 버럭 일었습니다.
“무슨 수영을 새벽부터 하니? 잠이나 더 자자” 이러고 돌아누웠더니
동생은 새벽바다가 얼마나 좋은데 잠을 자냐고 성화입니다.
나는 잠에 대한 애착이 많고 게으른 사람이라
잠을 안자가면서 하고 싶은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까짓(!) 바다수영을 위해 이른 새벽에 잠을 깨우다니…..

"갔다 와 나는 더 잘래. " 하면서 일어날 생각을 안했더니
해 뜨기 전에 수영해야 한다며 시간이 아깝다고 일어나길 재촉합니다.

b.pnga.png

동생은 수하에 많은 제자를 거느린 춤선생이라 (카바레 춤선생하고는 좀 다릅니다. ^^)
가르치고 설득하는 일에는 도가 튼 사람입니다.
언니인 나에게도 늘 잔소리를 합니다.
"언니 걸을 땐 허리를 꼿꼿이 하고 어깨를 펴야지 배는 짚어 넣고.
그런 자세는 할머니가 하는 거야. 왜 배는 내밀고 걸어? "
"언니 생각을 밝게 해야지 언니 표정이 지금 우울해 보여."
따라다니며 지적을 하는 통에
동생이 언니에 대한 애정은 알겠는데 거슬릴 때가 많습니다.

"에너지 많은 너를 따라온 내가 잘못이다" 어쩌고 하다 보니
잠이 좀 깨기에 투덜투덜 하면서 일어났습니다.
동생은 세수도 필요 없고 그냥 나오라고 합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억지로 바다로 나갔습니다.
서귀포 중문 색달해수욕장엔 낚시꾼들이 벌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서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수십 명 바다에 떠 있었습니다.
파도는 높지 않은데 파도를 타다가 수없이 곤두박질 하는 것을 보니
아마 서핑 동호회에서 강습을 하는 듯 했습니다.

11 (2).png

동생은 모래밭에 걸치고 간 옷을 벗어 놓더니 나에게도 재촉을 합니다.
빨리 물에 들어가자는 것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평생 수영을 안 해봤습니다.
어렸을 때는 물가에서 놀았겠지만 가족들이 물놀이를 가도
풀장 가에서 구경만 하지 물에 들어가 놀지를 않습니다.
그늘에 앉아서 보따리나 지키고 책이나 보고 있다고 해서
별명이 월 플라워(wall flower)입니다.
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오긴 했지만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별명에 어울리게 담벼락꽃이 아니라 모래사장꽃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동생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바닷물에 끌려들어갔습니다.
수영복도 필요 없고 반바지에 티를 입은 상태에서 신발과
안경을 벗어두고 (안경은 파도에 잃어버릴 수가 있다며)
한발 두발 물속으로 들어가려는데 파도가 자구 밀려와 무섭기도 하고 겁이 납니다.
한발자국 앞서가던 동생이 바닥에 발을 딛고 서면서
물이 깊지 않다고, 안심하라고 하면서 파도가 오면 파도를 타고
살짝 뛰면 된다고 가르쳐 줍니다.
동생은 파도를 타면서 환호성을 지르며 제법 멀리까지 들어갑니다.
나도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예상외로 바닷물은 따뜻하고 물이 깊지 않았습니다.
파도가 오면 살짝살짝 뛰어 오르면서 파도를 타면 그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해뜨기전이라 햇볕에 그을릴 염려도 없습니다.
바닷물이 찰 걸로 생각해서 겁을 먹었는데 전혀 아닙니다.
첫날은 한낮에 제주에 도착했기 때문에 빼고
3박 4일 동안 아침마다 오는 날도 새벽에 바다에 나가 수영을 했습니다.
물가에 서있다 파도에 부딪쳐 넘어져 무릎이 조금 벗겨지기도 했고
미쳐 파도를 타지 못해 물에 풍덩 빠져서 짠물을 먹기도 했습니다.
언니가 바닷물을 많이 먹어서 서귀포 앞바다 물이 줄었다고
동생이 억지를 부려서 웃었습니다.

c.pngd (1).png

같은 부모님께 태어난 자매이지만
동생과 나는 성격도 몸 쓰는것도 현저하게 다릅니다.
동생은 사진을 찍어도 나처럼 뻣뻣하게 서서 찍는 것이 아니라 온갖 포즈를 다 취합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즐겁고 명랑하고 목소리 톤이 보통 사람보다 한 옥타브는 높습니다.
인정이 많아서 사람들을 잘 돕고 직업은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춤 선생입니다.
우리 형제 중에 유일하게 공부와는 거리를 두고 컸습니다.
그러다 부모님께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고 야단도 많이 맞았는데
그렇게 몸에 익힌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의 인생이 가장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동생 덕에 경험해 보는 신기한 것이 많습니다.
동생은 내 노후를 책임지겠다며 늘 큰소리를 칩니다. ^^

믿어도 될 듯 합니다. ㅎ

순이

6 Comments

  1. 데레사

    2015-08-20 at 04:21

    노후를 책임져줄 동생이 있어서 정말 부럽네요.
    춤을 춰서인지 날씬하고 정말 예쁘네요.
    포즈도 물론 좋고요.

    저도 언니와 나 두 자매인데 많이 달라요.
    언니는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요리솜씨도
    좋고 공부도 1,2등은 아니었지만 잘 했거든요.
    그런데 나는 딱 공부 한가지만 잘했답니다.

    그러던 언니가 80고개를 넘드니만 여기가 부러지고 저기가 부러지고
    그러면서 거의 집에서만 지냅니다. 세상에 게이트볼 국제심판 까지
    했었던 사람이 반 앉은뱅이가 되어 버렸어요.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 언니를 보면서 다시 깨닫습니다.

    순이님
    건강하시고요.   

  2. 좋은날

    2015-08-20 at 09:00

    형제간
    성격이나 외모가 아주 많이 다른 가족 많습니다.

    친탁이냐
    외탁이냐로 더욱 갈리는 외모와 성격.

    그래도 유일하게 눈 수정체는 많이 비슷하던 것을요. ㅎㅎ

       

  3. 한국인

    2015-08-20 at 10:36

    제가 중문과를 나와서
    중문해수욕장을 좋아하지요.
    ㅎㅎㅎ   

  4. 리나아

    2015-08-20 at 10:47

    사진 너무 좋으네요.
    와.. 진짜 노후책임.. 아니지더라도 동생에게 그런 말을 듣는게 어디예요~~

       

  5. 고운바다

    2015-08-20 at 14:02

    새벽수영은 전혀 생각치 못해본 일입니다.

    작년에 함덕 서우봉해변(제주에서는 해수욕장보다도 해변이라 한답니다)에서
    아침 일찍 나갔더니 사람도 별로 없고 파도소리만 기가 막히더군요.
    심심찮게 물위로 튀어오르는 숭어새끼들도 보았습니다.^^

    언제까지나 제주의 자연이 잘 보존되기를 바랍니다 .   

  6. 강한필

    2015-08-21 at 01:56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아도 될 멋진 동생을 두셨네요..^^
    ‘월 플라워’ 언니에 대한 애정이 넘치니 말입니다..

    언제나처럼 늘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