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기 위해선 꿈을 꾸거나 계획하지 않아야

자유롭기 위해서 꿈을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뭔가를 계획하면 거기에 맞춰서 움직여야하고
지금의 상황은 무시하거나 고통이 따르더라도 현재를 포기해야 합니다.

동생과 약국을 할 때는 쉬는 날 없이 일을 했습니다.
딸아이 결혼식도 일을 쉴 수가 없어서 친정엄마가 되어가지고 마사지는커녕
토요일 오후 2시까지 일하고 서울에서 오후5시에 하는 예식시간에
헐레벌떡 달려가 참석했습니다.
어머니 팔순생신에도 병원처방전이 끝나는 6시 반까지 일을 하고서야
겨우 참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약국은 일반 사업장 하고는 틀려서 자영업이지만 내 사정에 의해서
내 맘대로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쩌다 저녁에 긴한 볼일이 있어서 문을 일찍 닫은 날은(그래야 오후 7시지만)
다음날 손님들의 원망이 섞인 아우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1년 365일,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매년 여름휴가철이 되면 손님들이 저에게 인사 치례로 꼭 물어봅니다.
언제부턴가 휴가는 선택이 아니라 꼭 가야 되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휴가 안가세요?"
휴가철이 시작할 즈음이면 갈 예정이라고 대답하고
휴가철이 막바지에 이르면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돈 버느라고 휴가도 안가고 일한다고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약국을 열심히 열면 쉬지도 않고 돈 벌어 다 뭐하냐고 하는 사람이 있고
어쩌다, 정말 어쩌다 어머니 생신이나 긴한 일이 있어서 닫으면 닫았다고 화를 냅니다.
머피의 법칙으로문닫은 저녁에 약이 꼭 필요해서 약국에 다녀가신 분들은
두고두고 원망의 말을 합니다.
왜 문을 일찍 닫았냐고….

동생과 나는 약국을 하면서 사생활을 거의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동생과 서로 위로하길 나보다 4살이 적은 동생이 60살이 될 때까지만 일하자고 했습니다.
평균수명이 기니까 이후에도 20년은 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습니다.
영업장 문을 닫기보다는 대리 인력을 두고 우리는 놀러 다니자고 하면서
잠자는 시간 빼고는 일만 하면서도 힘든지도 어려운지도 몰랐습니다.
나이 먹어서 돌아올 보상을 기약하고 위로를 받았으니까요.

그러나 그 나중이 있었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급성백혈병으로 진단이 났습니다.
1%도 동생의 죽음이 예고된 징후를 본 적이 없어서 악몽을 꾸는 줄 알았습니다.
급하게 약국을 정리하고 동생 치료에 매달렸지만 어이없이 동생을 떠나보내고
난 너무도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생이 죽고서야 삶이 이렇게 허망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생은 누구보다도 착하고 성실하고 식습관도 좋고 잠도 잘 자고
운전이나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운동도 안했고 남을 잘 돕고
순하고 종교적인 사람이라 확률적으로 따져 봐도 죽음하고는 거리가 멀었는데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
열심히 살면 노년엔 보상받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보기 좋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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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습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내 집을 나두고 낯선 잠자리에서 잠을 자고
아침은 호텔 조식뷔페, 점심은 해물칼국수 저녁은 통갈치구이
이런 식으로 매끼 마다 밥을 사 먹고 다닙니다.
비행기, 배, 잠수함, 보트까지 온갖 탈 것들은 다 타 봤고
숲길을 걷고 민속마을을 다니고 공연을 보고 새벽바다 수영까지
3박 4일을 꽉 차게 새로운 경험에 몰두했습니다.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 43m를 내려가서 물고기가 노는 것이나
산호초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깊은 바다 밑 생물에 감탄했습니다.
성산 일출봉에서는 일출봉을 오른 것이 아니라 오른쪽을 깊이 내려가서
보트를 탔습니다.
바다에 내려가 성산일출봉을 올려다보니 깎아지른 절벽이 쳐다보여
자연의 오묘하고 기이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이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동생이 나에게 주고 간 숙제이고 변화입니다.
가는 곳 마다 동생이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너무 아쉽고
동생 생각이 절로 납니다.

꿈을 가지고 장래 희망을 향해 노력해야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고 부지런해야하고 일찍 일어나야하고 등등
모든 자기 개발서에는 꿈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계획이 없이 사니 오히려 자유롭습니다.
물론 이제 새삼 꿈꿀 나이도 아니고 특별한 야망을 가질 일도 없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살겠다고 생각하니 평화롭습니다.

블로그도 해 보면 매이는 것이 맞습니다.
며칠 글을 올리지 않으면 친구들이 걱정을 합니다.
뭐해? 바빠? 어디 갔어? 아파? 이런 연락이 옵니다.
별일 없으면 블로그를 해야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본 패턴이라는 것이 있어서인지 일중독인지
나는 여행이나 노는 것보다 일터에 있는 시간이 안정되고 평안합니다.
노는 것이 훨씬 힘들고 고생스럽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睿元예원

    2015-08-24 at 03:59

    ㅎㅎ
    비슷합니다.
    하지만
    동생분은 참 안되었어요.
    많이 생각이 나시나봅니다.
    왜 아니겠는지요.
    특히 더 동생이 안스럽지요..!
    사는동안 건강하게 사셔야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요.^.^   

  2. 데레사

    2015-08-24 at 04:13

    일 할때는 그래요.
    그러나 은퇴하고 몇년 지나면 또 노는것에도 익숙해지거든요.
    저도 퇴직때 까지는 일밖에 몰랐는데 이제는 그 생활로 다시
    돌아가라면 글쎄요 하고 싶을 정도로 편안 해 져 버렸습니다.

    동생분이 떠난지도 제법 되었지요?
    사람 산다는게 참 아무것도 아닌데 우리는 살아있다는 교만으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오늘도 일터에서 편안하길 바랍니다.   

  3. 좋은날

    2015-08-25 at 02:11

    나중의 몇 년 뒤에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을 감수하는 일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요.

    현세에서는 고난을 감수하고
    내세에 커다란 은혜와 축복의 충만?

    절대 동의치 못할 최면술이며 고도의 심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누군가의 참으로 못된
    남몰래 자기만 폼나게 점잖멋스럽게 살아갈 꼼수며 장난입니다.

    그에 자기를 잃고 희생되어지는 오늘의 고난.
    결코.. 결단코 오늘이 행복치 못하면 미래는 고사하고 내세에서의 막연한
    최면술적.. 반복적 학습에 길들여진 가엾음에 드는 것을요.

    코메디언 이주일씨가 폐암광고를 전국민에게 했지만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따로 유언을 남겼답니다.

    최대한 재미있게 살라고.

    누군 재미있게 살 줄을 몰라?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중생들이란 것을
    이주일씨를 코메디속 설정인 바보로만 아는 사람들의 무식의 소치입니다.

    오늘이 행복하려면
    정치나 종교에 너무 눈썹밑까지 찰랑찰랑 빠질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아.. 저 부부는 일요일마다 둘이서 손잡고 성경,불경을 옆에 끼고
    참 아름답게 종교생활을 하는구먼.

    아.. 저 사람은 우리 실생활에 떼어놓을 수 없는 정치에
    중심을 잡고 나름의 국가관이 서있는 진득한 사람일세나.. 하면
    그 사람이 아름다워보입니다.

    그저 오늘을 최대한 행복하게
    고향 울담 아래 꽃밭을 가꾸듯 그리 살 일입니다.

       

  4. 오석환

    2015-08-25 at 14:41

    안녕하세요.
    조블 없어지면 어디서 순이님 글 보나요?
    꼭 공지해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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