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가면서 먹어 본 제주도산 애플망고

성산일출봉을 돌아 서귀포로 돌아오는 길에
"애플망고 팝니다." 라는 안내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큰여동생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10년을 사는 동안
필리핀을 여러 번 다녀오기도 하고 2~3 개월씩 마닐라에서 지내기도 해서
동생이 사다드린 망고를 자주 드신 덕에 망고 맛을 아시고
또 좋아하셔서 조금 비싼 듯해도 기회가 있으면 사드리는 과일입니다.
요즘엔 망고 수입이 자유로워서 인지 대형 슈퍼에 가면
쌀 때는 망고 한 개에 2~3000원 하고 비싸면 오천 원정도 합니다.

“망고 사가지고 갈까?” 하는 동생의 말에 제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차의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습니다.
컴퓨터 키보드만한 사이즈의 송판에다 소박하게 쓴 “애플망고 팝니다.” 라는
안내표지판이 눈에 띈 것도, 그것에 끌려서 소로로 접어든 것도 찰라적입니다.
한참을 들어가다 여긴가 하고 모퉁이를 돌면 화살표로 된 안내 표지판이 다시 나옵니다.
표지판은 페인트로 대강 애플망고 농장 이라고 쓰고 화살표를 해 놓았습니다.
너무 멀다 하면서 돌아서 나오려고 보면 차를 돌려 나오기도 힘든 작은 길입니다.
큰길 안내표지판을 본 곳에서 2~3분 내에 농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계속 소로를 따라 들어가야 하니 “이거 안내표지판 따라가다가 이상한데
도착 되는 거 아니야? 잘 못 가는 건 아니겠지?“
이런 느낌이 들 정도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몇 번 차를 돌려 나가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때 마다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보자.
사람이 네 명이나 되는데 무슨 세우 잡이 배에 끌려가겠어?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함정에 빠진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로 10분 이상 갔으니 큰 길과 많이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드디어 산 밑에 있는 애플망고 농장에 도착하여 창고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그다지 반가워하지도 않고 우리 일행을 쓱 한 번 훑어봅니다.
그렇게 멀리까지 찾아들어갔으면 주인이 반색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담담하게 하찮은 태도로 손님을 맞는 모습이 의외였습니다.
사인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교감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함정에 빠진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이 조금씩 나빠져서 도착을 했는데
주인의 태도도 시들하니 김이 빠졌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여러 소리 할 것도 없다는 듯
우리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애플망고를 깍두기처럼 잘라서
딱 깍두기만한 것을 한쪽씩 이쑤시개에 끼워주었습니다.
얼떨결에 동생도 제부도 어머니도 나도 한쪽씩 받아먹었는데
애플 망고가 정말 맛이 기가 막힙니다.
망고도 맛있는데 애플망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열대지방 망고는 겉이 노란색인데 애플망고는 사과처럼 빨갛습니다.
노란 속살은 아이스크림보다 더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고
향은 얼마나 달콤하고 향긋한지 천상의 과일 같았습니다.
한 상자 7개가 담긴 것이 열려 있기에 얼만가 물었더니
구만원이라고 아주 심드렁하게 말합니다.

그 아주머니의 태도는,

7~8개 들어서 한 봉지에 만원하는 참외도 망설임 없이

못 사는 심약한 마음을 한 나 같은 사람을 질리게 했습니다.
내가 예상했던 가격의 서 너 배가 넘기에 마음에 포기부터 했습니다.

나는 이미 몸을 돌려 나오려고 하는데 그나마 순발력 있는 동생이
"그렇게 비싸요?" 라고 한마디 합니다.
우리 일행의 놀라는 모습을 본 주인아주머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애플 망고 처음 보셨어요? 여긴 산지라 싸게 파는 거예요.“ 합니다.
애플 망고 7개에 9만원이 싸게 판다면 비싸면 얼마라는 말인가?
과일 한 개에 2만원을 주고 사먹기는 마음이 편치 않아서
“나중에 서울 가서 사 먹자.” 그러고 나는 일행을 돌려 세우는데
아주머니가 한 마디 더 합니다.
“이 과일은 아무나 못 먹어요.”
그 말에는 묘하게 가시가 있고 경멸의 태도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안사고 가면서 여러 말 하기 싫어서 못 들은 척,

어머니와 나는 차로 돌아오는데 동생은 발끈 합니다.
“아주머니 말씀을 아까부터 이상하게 하시네요.”
나는 먼저 어머니를 모시고 차에 왔는데 동생은 잠시 후에 자리에 와 앉더니
기분이 영 언짢은지 “아주머니가 장사를 이상하게 한다.” 고 중얼거립니다.

망고.jpg

제부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아주머니와 뭐라고 하더니 망고 상자를 들고 나옵니다.
동생은 화가 나서 제부에게 사지 말라고 했는데 왜 사왔냐고소리를 지릅니다.
나도 제부에게 뭐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비싼 과일을사는 것도 그렇고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도 맘에 안 들어서요
동생이 “가서 환불받아 오라”고 화를 내는데 제부는 묵묵히 차를 돌려 나갑니다.
성격 급한 동생은 약이 올라하고 제부는 아무 말 안하고 운전만 합니다.
평소 제부는 동생이 하는 일에 대단히 협조적이고 아내를 여왕마마 모시는 듯 하면서
자기주장을 하거나 아내의 의견에 반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나도 의아했습니다.

분위기가 싸~해 졌습니다.

망고 때문에 부부싸움이 나게 생겼고 어머니 앞에서 이러면

어머니께서 몹시 불편해 지시는데 누구편을 들 수도 없고

상황을 말리기에도 내 심정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어머니께서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막내야 제주도까지 온 덕택에 엄마도 비싼 과일 먹어보자.이왕 산 거 아무 말 하지 말아라. “

비싼 것에 어머니도 마음이 분명 편치 않을 터인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 하시니
동생도 더 이상은 남편에게 쫑알거리지 않았습니다.
이왕 산 것 맛있게 먹기라도 해야 하니까요.
제부도 점잖은 사람인데 망고가게 주인아주머니 태도가 옳지 않은 것은 알지만
이왕 사려고 들어간 곳에서 빈손으로 나오기 보다는 장모님을 위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샀는데 싸움이 나게 생겨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겨우 안심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조차 비싼 것 샀다고 원망을 했으면 먹지도 못하고 다들 기분만 망치고

억망이 될 뻔 했습니다.

먹어보니 애플망고는 일반 망고에 비해 씨가 작고 과즙이 풍부하며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어머니 드시라고 우리는 안 먹는다고 사양했지만
어머니는 씨 있는 부분을 갈비를 뜯듯이 하며 맛있게 드시면서
온전한 쪽을 잘라서 우리를 먹으라고 주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과일도 너무 비싸니 마음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수습을 해 주셔서 다행이지
아니면 부부싸움을 크게 하겠더군요.
기고만장하여 어디서든 무시당하는 일이 잘 없는 동생은
망고가게 아주머니의 묘한 상술에 기분이 나빴는데
아내가 기분나빠하는 일에 행동을 같이 하지 않은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며 퍼부어대니 여행지에서 싸움이 커질듯 했는데
어머니가 드시겠다고 하고 제부는 “장모님 맘 편히 드시게 그만 하라”고 하니
동생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도산 애플망고는 싸워가면서 먹어도 맛있는 과일임은 분명한데
비싸도 너~무 비싸요. ^^

순이

5 Comments

  1. 선화

    2015-08-26 at 00:24

    ㅎㅎㅎ

    제주사람을 몰라서 그런 오해를 하신겁니다
    어딜 가든 제주토박이는 그렇습니다 / 원주민이 잘한다는 어느 허룸한
    횟집엘 갔는데…그쥔 할머니께서 딱~ 그런 스탈로 저희에게 대했습니다
    기분이 나빠 나가자고… 그랬더니 같이 간 사람들이 원래 제주사람들이
    그렇답니다…이해가 안됬는데 살아보니 원래 그럽니다

    워낙 자존감이 세고 배타적이고… 굶어죽어도 머리는 못 숙인다는~ㅎㅎ
    그 할머니가 나빠서가 아니라 아직 상술도 모르고 그 특유의 기질이 그렇습니다

    다만, 조금 젊은사람들은 그런점을 인정하면서 타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그럼점을 많이 보고 반성하고 배운다 하더군요

    그나저나 애플망고 비싸도 맛나죠? 아주 가끔 하나로 마트에서 왕창세일을
    합니다 그래도 비싸요~~ㅎㅎㅎ   

  2. 데레사

    2015-08-26 at 01:31

    정말 비싸네요.
    내 간으로는 못 사먹겠는데요.

    겨울에 싱가폴로 이사 간 딸네집에 갈텐데 그곳에 가서나
    한번 먹어봐야 겠습니다.   

  3. 필핀쉬리

    2015-08-26 at 07:03

    어쩜, 바다 건너 갔다고 가격이 그렇게 차이가 나다니요.
    실제로 여기 필리핀에서 애플 망고는 별로 대접을 못 받습니다.
    저도 올해서야 애플 망고를 제대로 맛을 알았습니다.
    1 키로에 50 페소,
    1 키로에 4-5개 됩니다.
    50페소면 우리돈으로 1250원.

    잠시 계절 과일로 잘 익었을때 향이 좋습니다.
    올해는 애플 망고 뿐 아니라 피치 망고도 제대로 맛을 봤는데
    정말 복숭아 맛이 났습니다.
    애플 망고보다 더 맛이 깊더군요.

    필리핀에 십년을 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쨋거나 제부 되시는 분,
    참 듬직하시고 멋지십니다.

    행복한 여행의 추억 오래 간직하실듯 좋아보이십니다.
       

  4. 고운바다

    2015-08-26 at 11:11

    조끄뜨레 하기엔 하영멍 당신
    (가까이 하기엔 머나먼 당신 )

    애플망고 값이 가까이 하기엔 머나멀군요 ….
    그래도 제주 애플망고 먹고 싶다 마심 .^^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해수욕장 입구에서 50미터만
    가면 해장국집이 있다는 반듯한 안내판을 보았는데
    근처를 이리저리 한참 돌아다녀도 찾지 못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던 기억이 나는군요……

    하여튼,제주엔 참 종거 만쑤다양 !   

  5. 오드리

    2015-08-26 at 23:27

    못먹어 봤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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