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차이가 이런건가?

"엄마, 시어머님이 나보고 다이어트 그만하래."
"네가 언제 다이어트 했어?"
"그러니까~ 날 보고 살 좀 그만 빼라고 그러셔서 깜짝 놀랐어."
주말에 시댁에 다녀온 딸이 나에게 하는 말입니다.
살을 빼는 것하고 살이 빠지는 것하고는 현저하게 다른 일인데
이런 말에서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차이를 느끼게 했습니다.

작은딸의 시어머님은 보기 드물게 현대적이고 착하고 좋은 분입니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봐도 존경스러울 정도로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딸아이가 결혼하고는 집에서 김치를 담아본 역사가 없을 정도로 김치에서부터
온갖 밑반찬을 해서 보내와서 우리집 냉장고는 늘 풍성합니다.
김치도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까지 종류별로 다 담아서 보내줍니다.
며느리 좋아하는 장조림 멸치볶음 그리고 제철에 나는
가지나물 호박나물까지 무쳐서 보냅니다.
복날 근처가 되면 삼계탕을 끓여서 솥 채로 가져오고
아이들 먹으라고 과일도 떨어지지 않게 보냅니다.
며느리가 해산을 하거나 생일이거나 손자들 백일이나 생일이면
금일봉도 두둑하게 하사하는 통 큰 분이고
집에 아기들 장난감이 놀이방 수준으로 많은 것도
거의 사부인이 사 주시는 겁니다.

나는 딸에게
"난 아들이 없어서 참 다행이야. 아들이 있었으면 네 시어머니처럼 나는 못해
요즘 며느리들은 이렇게 해야 좋아할 탠데 나는 요리도 못하고
게을러서 며느리에게 얻어먹으려고만 했을 탠데 딱 밉상 바치기 좋지"
이런 말을 하면서 사부인 칭찬을 늘 하고 삽니다.
실제로 우리 생각으로는 친정엄마가 해야 할 일을 시어머니가
이렇게 알뜰살뜰 챙겨주니 너무도 감사하고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고부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미안해질 때가 많습니다.
시부모님께 식사를 해드리거나 반찬을 해 날라야 할 것 같은데
덩달아 나까지 앉아서 받아먹기가 미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딸이 거절을 해 봤지만 사부인은
"나는 음식하는 게 취미이고 내 아들 손자 먹일 것을 장만할 때
너무 기쁘다. 그러니 나의 기쁨이니까 잘 먹기만 하면 된다."
이러셔서 감동을 주는 분이 나의 사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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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이렇게 미묘한 차이가 있네요.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있잖아요.
며느리에겐 손자 젖을 자꾸 많이 먹이라고 하고
자기 딸은 아까워서 외손자에게 젖 좀 그만 먹어라 그런다잖아요.
저도 친정엄마가 되고 보니 아기 젖을 먹이느라 자꾸 마르는 딸애가
안타까워 뭐라도 딸 입에 넣어주고 싶고 7개월씩이나 젖을 먹였으니
이젠 그만 먹이라고 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요즘 들어 까꿍이는 이가 나기 시작했고 이유식을 먹는데
30CC 정도 되는 죽을 30여분에 걸쳐서 작은 숟가락으로 아기 입에
떠 넣어 주어야 합니다.
오물오물 받아먹는 아기가 예뻐서 이기도 하지만
아기 배를 채워놓으면 딸아이 젖을 덜 빨까 하는 마음에
인내심을 가지고 까꿍이에게 밥을 먹입니다.
까꿍이 체중이 거의 10kg에 가까운데 어미젖만 가지고는
모자라는 영양소를 이유식으로 채워야 하고 딸도 너무 살이 빠져서
젖먹이는 것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아서 까꿍이 이유식은 내가 열심히
챙겨서 먹입니다.
굳이 따져보진 않았지만 손자가 예쁜 것도 있지만 결국은 딸이 아까워서 일겁니다.

나의 두 딸은 다 모유로 아기를 키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을 복귀를 해야 하거나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등의 이유로 젖 먹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우리 딸은 육아를 즐겨하고 전적으로 모유로만 아이를 키웁니다.
체질이 좋은지 젖을 먹여서인지 두 딸은 아기를 두 명씩이나 낳았는데
결혼 전 몸매를 유지합니다.
산후에 살이 안 빠져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가씨 때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보기 좋고 어쩌면 다행스럽기 까지 합니다.
그래도 난 내 딸이 살이 빠지는 것이 아까워서 뭐라도 먹이려고 애를 쓰는데
사부인은 며느리가 날씬해지는 것이 다이어트를 해서 그런 걸로 아셨나봅니다.
젖먹이를 둔 산모가 다이어트 할 새가 어디 있겠어요?

"애 젖 먹여 키우느라 힘들어서 네가 살이 너무 빠진다.
젖을 그만 먹여라"라든가
"네가 더 잘 먹어라. 너무 말랐다."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좋았을 탠데 "다이어트를 그만해라." 이러셨다니
나도 살짝 서운한 거 있지요. ^^
손자 키우느라 힘들어서 살이 빠진 것 하고
살 빼려고 다이어트 하는 건 180도 다르잖아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차인가요? ㅎ

순이

5 Comments

  1. 데레사

    2015-08-31 at 05:09

    그럼요. 다르고 말고요.
    옛날 내가 진급을 하면 친정에서 축하 해 주었는데 시댁에서는
    니가 출세하면 남편 앞길 막는다 였거든요.
    솔직히 진급하면 월급도 많아지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나도 시어머니가 되면 마찬가지일거에요.
    사위가 설겆이 하는건 보기 좋고 아들이 설겆이 하는건 싫을테니까요. ㅎㅎ

    어느새 8월도 끝나네요.   

  2. 睿元예원

    2015-08-31 at 08:40

    ㅎㅎ
    저는 딸이 없어서
    이해를 못하는 걸까요?!..
    저도 이글을 읽지 않고 며느리를 보았다면
    자칫 말 실수 할것 같아요.
    살이 많이 빠졌구나..
    보다 "다이어트 그만해라" 할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살지 않으니 잘 모르고 그러 실수도 있으리라 믿어져요.
    에고…
    사돈지간은 참 어려운 사이 같습니다.
    그나저나 아기들이 웃는 모습이 넘 사랑스럽습니다.ㅎㅎ
    순이님은 엔돌핀이 퐁퐁 솟으시겠어요.^.^   

  3. 필핀쉬리

    2015-08-31 at 10:40

    순이님의 글들을 보면 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더 재미있습니다.
    저도 딸만 둘이고, 두 딸중 큰 딸애의 시어머님은
    온갖 음식을 즐겁게 만들어 보내주시고, 그래서만이 아니고,
    매사에 그런분 없다싶게 마음이 깊으신 분이십니다.

    작은 딸 아이의 시어머니는
    며느리 사랑보다는 간섭과 바라시는 것이 많더니,
    그댁에 딸을 결혼 시키고 그 딸은 또 시댁이 매우 점잖은 댁이더군요.
    딸의 시댁에서 며느리에게 하는걸 보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듯 합니다.
    그걸보면 작은딸의 시어머니도 나쁜 분은 아니십니다.

    아가들이 아주 아주 예쁩니다

    저도 여름에 딸들 가족이 다녀가서
    아가들을 실컷 보았는데
    보내고 나니 어찌나 헛헛한지요   

  4. enjel02

    2015-08-31 at 16:39

    순이 님 진정한 마음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러게 아들과 딸 모두 있어봐야 입장을 바꿔 볼 것도 같군요

    딸이 없어 친정엄마는 못해본 시어머니라서 ㅎㅎ
    좋은 시어머니 애틋한 친정어머니
    입장 바꿔 이해해 보았어요    

  5. 정민 맘.

    2015-09-01 at 09:11

    예쁜아가들.
    귀여워라 …
    그러게, 나이먹어도 사는 이유가 핑게가 생기더라구요.
    귀여운 아기보러 딸네 집에 한번 더 가게 되더라구요.

    야윈 딸을 보는 친정엄마의 마음 이해됩니다
    시집을 보내 놓고도 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지~~잘~살고 있는데…
    죽을때 까지 끝나지 않을 엄마의 마음이겠지요.
    좋은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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