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얗고 수줍게 웃던 겨울비님이…….

일을 서둘러 마치고 부지런히 간다고 해도
청담 사카에 7시에 도착하기엔 늘 숨이 찼습니다.
헐레벌떡 사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하얗게 웃으며 손을 잡아
맞아주시던 여인이 겨울비님입니다.
하얗게 웃는다는 말을 보면서 좀 이상한 단어가 아닌 가 했는데
그녀의 장례식장에 가서 영정 사진을 봤을 때 그녀의 미소는
하얗다는 말 보다 더 적당한 표현이 없었습니다.
청담에서 보고 사카가 문을 닫은 후 못 만나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녀는 사진 속에서 여전히하얗고 수줍게 웃고 있었습니다.

안암동 고대병원 장례식장엔 청담 모임을 그대로 옮겨온 듯
참나무언니와 가인님 네잎클로버님 덕희님 마리님 산성님
바위섬님 오드리님 리사님 초록정원님 손풍금님
저까지 12명이 식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았습니다.
손풍금님은 하도 울어서 두 눈이 토끼눈처럼 빨갛게 충혈 되었습니다.
울지 말라고 달래 봤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손수건이 젖도록 자꾸 울자 지인들이 술을 권하게 되었습니다.
손풍금님이 차를 몰고 먼 길을 돌아야하는데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음날 발인과 벽제까지 함께 가신다면서 밤을 거기서 지난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속 버린다고 예쁜 가인님은 안주를 손풍금님의 입에
넣어주며 울고 손풍금님은 받아먹으면서 울고 우리는 그걸 바라보며 울고
그랬습니다.
초록정원님은 무릎 수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중인데도 문상을 오셨습니다.
겨울비님이 시인 한분만 모셔왔으면 시모임이나 하고 차를 한잔 마시고
놀았으면 딱 좋을 건데 거기가 겨울비님의 문상을 간 자리였군요. ㅠㅠ

모인 분들이 겨울비님을 추모하기를
사람에게 정성을 쏟는 분이라고 하시는 군요.
연애 하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손풍금님께 꽃도 가져다 드리고
좋은 음식점에 예약을 해서 대접을 하면서 깊이 위로하고
서로 가슴속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지내셨다고
손풍금님이 가장 서러워하셨습니다.
유난히 정이 많고 섬세한 분이라 오히려 조심스러웠다는
정말 아깝고 소중한 분이 떠나셨네요.
돌아가시는 날에도 의료진이 병실을 다녀가면 한 번도 빼 놓지 않고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랍니다.
죽음이 엄습하는 고통의 순간에도 자신을 위해 병실을 드나드는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기가 쉬운 일이겠습니까?

청담 시모임을 안 한 후로 한 번도 못 보다가
이런 자리에서 보게 되었다며 손풍금님 출판기념회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가인님 (아이디처럼 곱기도 합니다.)
착하고 연약해 보이는 산성님께서는 이번 조블이 이유 모르게 며칠씩이나
불랙아웃 되었을 때 정말 화가 나서 조선닷컴에 전화로 항의하셨다고 했는데
“그렇게 착한 어조로 얘기해서야 어디 말이 먹히겠어요? ” 하면서 내가 웃었습니다.
오드리님을 조블에서 안지는 10년이 되었는데 어제 처음 만났습니다.
사진으로 늘 뵙던 분이라 낯설지 않고 어제 만나고 또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부지런한 참나무 언니는 누구보다도 먼저 와 계셨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계시면서 회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사랑을 나누어 주시면서 모두를 위로하셨습니다.
사카에서 진행을 활기차게 하던 덕희님께서도
할 말을 잊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없이 앉아계셨습니다.

리사님은 본인 차로 우리를 안암역까지 태워주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나오자 금방 안암역이 나와 헤어지기 아쉬워서
조금이라도 멀리 함께 가자며 신호등을 지나 내려주었습니다.
유일한 청일점이셨던 바위섬님께서는 안암역에서 헤어졌습니다.
네잎클로버님과 나는 하행선, 바위섬님은 상행선………

겨울비님!
오늘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 맑고 산뜻합니다.

모든 걱정과 근심 고통 다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세요.

평안히 주무세요!

겨울비

순이님의 후기를 읽고 또 읽습니다.
끄덕끄덕 하면서…
그 말씀 그 목소리 …
말씀 사이의 쉼, 작은 영탄…
많이들 오셔서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면서 말이지요.

일 때문에 평일 저녁 시간내어 오시는 거 쉽지 않으신 거 아는데

그 먼 길 오셔서 그 아름다운 시간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2011/12/17 21:56:59

겨울비 순이님의 후기를 읽으며 다시 시인의 말을 정리해봅니다.
감사한 마음…
또박또박 쓰시는 글 공감하며 읽곤 합니다.
글의 이미지보다 젊으신 모습 선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으리 생각하니
또 감사한 마음…

손풍금님께…
그리고 청담에…

2011/09/25 08:34:48

겨울비님은 가셨지만 이런 글은 남았네요.

순이

7 Comments

  1. 참나무.

    2015-09-16 at 07:02

    의리파 순이님…후기 고마워요

    저도 요즘 겨울비 답글 자주 찾아읽지요
    먼 일산에서 고대병원까지 가깝지도 않은 거리
    와주셔서 많이 고마워찌요…
    어제 분위기 잘 그려주셨네요…

       

  2. 오드리

    2015-09-16 at 09:33

    우리도 그런데 유족들 마음이 어떻겠어요…   

  3. 데레사

    2015-09-16 at 11:05

    참 아까워요.
    어떻게 그리도 빨리 가버렸는지… 마음 아픕니다.

    겨울비님
    편안히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4. 睿元예원

    2015-09-17 at 03:33

    한번도 글을 본적도 뵌적이 없는 분이지만
    순이님 글을 읽자니 눈물이 울컥 나옵니다.
    삼가 고 겨울비님의 명복을 빕니다.   

  5. 말그미

    2015-09-17 at 13:47

    순이 님,
    조블에 늦게 합류해 그런 모임 참석하지 못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안 뵌 분이지만 명복을 빕니다.   

  6. 리나아

    2015-09-17 at 14:38

    애고… 그런일이…..!
    젊으신데…많이 마음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7. TRUDY

    2015-09-18 at 14:12

    모르는 분인데
    안타까움을 숨길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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