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 ‘간장 두 종지’에 대한 불편한 소회

간장 두종지.jpg

싹싹한 우리 사위는 식구들과 외식을 하러 가서 보면
식당에서 서빙 하는 아주머니를 "이모님"이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합니다.
서빙 하는 분을 부를 때도 "이모님 여기요," 라고 하고
음식을 날라 왔을 때도 "이모님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빠짐없이 합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는 좋지만 이모라는 호칭은 좀 어색해서 왜 이모님이라고 부르는지를
사위에게 물어봤습니다.
사위는 회사근처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을 때 이모님이라고 부르던 것이
습관이 되어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 보다 이모님이라고 하면 친근한 기분이 들어서 손님이나
일하는 분이 다 편하고, 실제 이모가 손님을 조카 대하듯 해서 회사근처 식당에는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이모라는 호칭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회사주변 식당의 풍경을 상상해 보면
직장인들이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는 시간이 훈훈할 것 같습니다.
식당주인이나 일하는 분들이 직장인들을 조카 대하듯 하고
직장인들은 일하는 분들을 이모님 대하듯 하면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님의 간장 두 종지라는 칼럼을 읽고 회사주변의 식당들과
손님들 관계가 꼭 좋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길 건너 동아일보 쪽에 가서 밥을 먹고 동아일보기자들은
조선일보 앞에 와서 밥을 먹는 다는 군요.
조선일보 기자와 주변 식당과는 평소에 우호적이지 안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매번 그렇게 하나본데 날씨가 추워진데다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조선일보 부장기자 분이
직장 근처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을 시킨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칼럼을 쓴 기자는 네 명이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을 시켰는데 간장을 두 종지만 주어서
한 명당 하나 달라고 하니 두 명당 하나라고 해서 화가 났습니다.
회사동료와 간장 종지를 같이 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철칙이 있나봅니다.
우리는 친구들과 식당에 가면 "골고루 맛보자."며 음식을 여러 가지 시켜서
먹던 숟가락으로 서로 퍼주기도 하고 먹다가도 맛있으면 친구 밥그릇 위에
슬쩍 얹어주기도 합니다.
우리 친구들처럼 그렇게 식사를 하면 당장에 지구 종말이라도 올 것 같습니다.
그뿐 아니라 비약이 심한 글을 읽으면서 기자의 멘탈이 걱정스러운 부분이
짧은 칼럼 안에 수없이 발견 됩니다.

"간장은 2인당 하나. 대가리 두 개당 하나 간장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짬뽕이나 먹고 떨어질 놈아. 그렇게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라고 썼습니다.
실제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글을 재미있게(?) 쓰려다 그렇게 되었다고 이해를 해 보지만
이어지는 글을 읽어보면 정말 이분이 환청에 시달리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간장 종지에서 아우슈비츠까지 생각이 비약되는 것은 우리 같은 소소한 불로거도
그렇게 환청에 시달리는 것 같은 글을 쓰지 않습니다.

더하여 내 돈 내고 정당하게 먹는 일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당한 듯 말하고 있습니다.
서빙 하는 분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왜 불쾌할까요?
"을이 갑을 만든다."고 썼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을 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고 맞는 일입니다.
그 분의 눈에는 이런 것이 “이상한 도시”에 살아서 그런 것처럼 말합니다.
내 돈 내고 밥 먹으니까 당연하다는 논리 같습니다만
아무리 돈을 내고 밥을 먹는다고 해도 추운 날 따뜻한 밥 한 끼가 감사하지 않나요?
식당주인의 이익을 보태주는 것이라서, 굳이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요?
대단히 감사한 일이 아니더라도 감사하다고 하는 인사를 우리 서로가 하고 살면

사회가 훨씬 부드럽고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적어도 신문기자라면 사회분위기가 포지티브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써야 하는데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먹는데 뭐가 감사하단 말인가?” 라는 논조는
기자의 양식으로 보기는 어려운 기대 이하의 발언이라고 보여 집니다.

만약 간장종지 이야기를 순이가 썼다면 반응이 어땠을까요?
사실 하루에 2~300명 드나드는 곳에서도 다루기엔 민망한 이야깁니다.
글 말미에 서너 곳의 중국집이름을 거론하고 거기는 아니다 라고까지 명시를 하니
이건 기자를 무시를 했다고 생각해서 복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조선일보 기자라고 해도 글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일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 칼럼을 오보라고 볼 수도 없고
어디다 어떻게 사과할 성질의 것도 아니고
개인의 민낯을 보는 것처럼 민망하기도 하지만
조선일보 귀퉁이에서 소소한 블로그를 하는 사람으로서도 대단히 불편한 글입니다.
저 칼럼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순이

11 Comments

  1. 데레사

    2015-12-05 at 02:01

    하긴 좀 그렇네요.
    간장이야 나눠 먹으면 되는데….
    밥 먹고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게 이상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라니, 나도 그 부류인데요.
    나는 식당에서 설사 맛이 없고 입에 안 맞아도 나올때는
    꼭 잘먹었습니다 하고 나와요.

    이 분 좀 이상하네요.   

  2. 데레사

    2015-12-05 at 02:06

    지금 다른 기자분도 이 내용을 나도 그집에 안간다 라는 제목으로
    기자블로그에 올렸네요.
    이 기자의 말은 한현우 기자가 신문에 쓰지말고 자기 개인블로그에
    올렸으면 좋았을걸 하는 말도 해놓았네요.   

  3. 비풍초

    2015-12-05 at 04:16

    제의견은 로빈님 글에 댓글 달았고 한기자 글에도 댓글달았습니다만. 한현우기자를 모르는 분들이면 오해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현우 기자가 지금 부장이지만 그 전에 총각때 카페시절에 팬덤을 몰고다니던 기자입니다. 저도 팬이었구요.. 대단한 유머감각있는 분이지요. 그 분의 유머와 해학 스타일과 다른 스타일이면 이 간장종지 글을 이해못할 겁니다.    

  4. 필코더

    2015-12-05 at 04:47

    저도 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사단(事端)은 손님의 사소한 요구를 규정(?)을 앞세워 매몰차게 거절한 종업원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분개한 한현우 기자가 ‘글쟁이’의 장기를 살려 훈계와 분풀이의 경계를 오가며 쓴 것이 또 다른 분개를 야기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ㅎㅎ 종업원이 별 것도 아닌 손님의 요구를 어울리지 않게 ‘관료적’으로 반응한 것이 1차 원인인 것 같고..이에 대한 기자의 대응이 ‘모기 잡기 위해 도끼를 휘두른’ 것 같은 과잉반응으로 보이긴 합니다만..종업원의 프로답지 못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식당에 가면 이런 곳 많고, 그때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에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요. 아마 기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정의의 차원’에서 ‘욕먹는 것’ 각오하고 쓴 것 같습니다. 東向而望 不見西牆 같은 관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5. 睿元예원

    2015-12-05 at 06:23

    저도 이글을 읽고 해학적으로 썼구나 정도로 이해가 되는군요.
    간장종지는 그냥 떠먹는 게 아니고
    찍어 먹는거니 각자의 침이 묻습니다.
    좀 비위생적이지 않나요?
    가족사이라면 모르지만
    친구이더라도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말이지요.
    굳이 비위생적이라 말하지않아도 느낌으로 알수있을 것 같아요.   

  6. pearlyoung

    2015-12-05 at 08:50

    필코더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일본이나 홍콩이라면 간장 종지 두 사람당 한개라고 해도 이해(?)가 좀 가지요.
    홍콩의 타이식당에서 얹어먹는 소스를 좀 달라 했더니 나중에 보니 돈을 받더라구요
    하지만 이 곳에서조차 그러려니 하면서도 손님입장에서 기분이 안좋은 건 사실입니다

       

  7. pearlyoung

    2015-12-05 at 09:09

    제가 우리나라 사람이라 우리나라 정서가 남아 있어 기분이 더 안좋을 수도 있지만 이곳 로컬 사람들도 그런경우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직원이 두사람당 종지 하나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면 정말 기분 나쁘지요
    그 집아니면 식당이 없나요? 저라도 다시는 안갈 것 같네요.

    종업원이 현명하지 못합니다. 점심시간이라 너무 바빠서 였을까요

    기자 분 글은 ,우리가 귀찬아서 아니면 다른이에게 옹졸한 사람으로 비칠까봐 말안하고 넘어가는 상황을 솔직하게 화악 드러내준 가려운곳 긁어주는 글이네요

    누구나 바른생활 교괴서같은 글만 써야 하는 건 아니지요    

  8. 좋은날

    2015-12-05 at 12:21

    그래 기사를 쓸게 그리도 없었을까.. 하는
    그 하찮아지는 기자생각.

    어디 외식을 나갔다가 음식이 맛나면 안해는 꼭 주방장이 있는
    쪽을 향하여 너무 맛있게 먹고 갑니다.. 하고
    인사를 주방쪽에 합니다.

    그리고 카드결재 후 현금소액을
    가끔가다가 음식칭찬을 곁들여 주방장께 드리라고 남겨두기도 하지요.

    그리고 써빙하시는 아주머니께도 그러지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서로 감사해야지요.
    서로 수고스러움에 감사해야지요.

       

  9. 벤자민

    2015-12-07 at 23:41

    오늘 우연히 일고 알게 되었습니다만
    요즘 한국의 중국 집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엔 이유 불문하고 일단은 중국집 잘못이라고 봅니다
    이제 한국도 위생 좀 찿아도 될만한 나라가 아닙니까
    요리를 시켰는데 그것도 간장에 찍어 먹는 요리를 두 명당 간장 종지 한 개라니요
    남의 나라 야기 할 건 없지만 여기 같으면 저런거 신고하면은 카운슬 위생기준 미달로
    벌금을 물 가능성도 있는 소리지요

    보기에 따라서는 대 언론의 기자가 사담 같은 야기를 기사화 했다고
    쪼잔 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 절대로 그렇게 보지않습니다
    이런 주위의 작은 야기 거리가 자꾸 기사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나 같앗으면 어이 여기 짜장면 짬뽕 나눠 먹을거니까 빈 큰 그릇 두 개만 다오
    그래 가지고는 그기다 간장을 듬뿍 부어 또 고추가루도 듬뿍, 식초도 듬뿍^^
    그래 찍어 먹겟어요 일단은 도무지 서비스 정신이 없는거잖아요
    탕수육 에는 두 명당 간장 종지 한 개라고 무슨 국회를 통과한 것도 아니고요 ㅎㅎ

    다만 여기서 보니
    사양 사람들은 크던 작던 식당에서 밥 먹어면은
    실상 별 맛이 없더라도 맛있다고 칭찬하고 서빙하는 종업원들에게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수고 했다고 팁도 좀 주고 아니면 말이라도 하는게
    습관 처럼 생활화 되어있어 보기도 좋고 남을 배려하는 것 같아
    그런건 배울 만 하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10. 말그미

    2015-12-10 at 16:50

    ㅎㅎㅎ
    한현우 기자,
    신문에 쓸 일이 아니라고 저도 생각했지요.
    개인 블로그에 썼더라도 좀 덜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 후 그 중국집의 동태를 보니 그 주인은
    대체로 겸손하더군요.
    종업원 교육도 잘 못됐고 자기들 잘못이라며 사과도 드렸는데
    기사를 쓰셨나보다고 했어요.
    변명인진 모르겠지만 그 종지를 더 주문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11. 김진아

    2015-12-14 at 08:38

    글쎄요?

    저 역시도..

    간장은 인원 당 하나씩은 주어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저희 작은 동네 중국집에서도 보면
    아무리 가족단위라 하여도
    어린 아이에게까지 개인 접시를 내어주거든요.

    전 그 칼럼 읽어가면서
    그래도 대도시 서울에서
    것두 중심가 중국집이라면

    그 정도의 기본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사사로운 생각을 굳이 칼럼으로 옮겨야 했을까…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반대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저…그곳은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말면 그뿐입니다.

    가기 싫으면 안가는 것 역시도 말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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