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보다 손자가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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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러다가 시상식장에서 쫓겨나면 어떡하려구요?"
우리 딸에게 까꿍이 데리고 시상식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이런 말로 사양을 합니다.

" 왜 쫓겨나?"
"만약 까꿍이가 울거나 해서 소란스러우면 나가라고 할 거고
그러기 전에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괜찮아 우리 까꿍이가 그렇게 우는 사람이 아닌데 무슨 걱정을 하고 그래?"
"엄마는 멋진 이모들하고 가는 게 그림이 좋을 거에요."
"아니야 엄마는 까꿍이 업고 갈래"
"시상식이 오후 세시면 한이도 어린이집에서 오는데 데리고 가야하잖아요?"
"그래 우리 까꿍이 한이 다 데리고 가자."
"아니야 엄마, 아무래도 애를 둘씩인 데리고 가면 시상식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 안 되겠어."

자신이 없어 하는 딸을 설득해서 겨우 따라 나섰는데 딸이 가면서
"참! 엄마~ 꽃 사야지?" 하는데
"꽃이 뭔 필요 있니? 이렇게 예쁜 한이와 까꿍이가 꽃이지! 아무리 꽃이 예쁜들
우리 손자 보다 더 예쁘겠니? 꽃보다 애들 둘이나 잘 데리고 갔다 오자." 이랬습니다.
여동생이 운전하는 차에 까꿍이 유모차까지 싣고 갔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본점에 도착하여 수위아저씨가 어떻게 왔냐고 물어서
시상식에 왔다고 했더니 정문 바로 앞에 차를 세울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차를 어디에 주차하는지, 출입구는 어떻게 통과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좌석배치는 어떻게 하는 지까지 전날 담당자분이 전화를 해서 자세한 안내를 하기에
건성으로 들었는데 국민은행 본점에 들어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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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두 명이나 데라고 가는 난관은 1충 출입문부터 있었습니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출입문에 아기 유모차가 커서 통과 할 수 없어서
입구를 지키던 분이 시상식에 왔다니 유모차를 번쩍 들어서 옮겨주었는데
어찌나 미안한지 모릅니다.
양복 입은 분들만 드나들던 곳에 유모차 행차는 생소하잖아요.
음식점이나 상가가 아니라서 국민은행 본점은 입구부터 엄격하고 정돈된 분위기라
"이거 어린 아기가 올 데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머쓱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은행직원인 듯 한 분이 내가 안고 있는 까꿍이를 자꾸 쳐다봅니다.
우리 까꿍이는 아무나 보면 방글거리고 웃고 손을 흔드니까 함께 탄 남자분이 웃으면서
"이 건물에서 이렇게 어린 아기를 보는 것은 처음" 이라고 하더군요.
최연소 국민은행 본점 출입자가 된 우리 까꿍이입니다. ^^

13층에 갔더니 검정양복에 노란색넥타이를 맨 수 십 명의 젊은 남자 분들이 도열해서
구십 도로 인사를 하는데 소심한 나는 조금 위축이 되었습니다.
아직 은행에 가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역사가 없어서 입니다. ㅎ

소파가 놓여있는 큰 방에서 손자와 동생들과 대기를 하는 시간에
과자와 음료수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 딸은 아이들에게 과자를 잘 안 먹이는데 어쩔 수 없이 한이에게
먹게 두었더니 조용히 앉아서 그러나 신이 나서 과자와 음료를 먹고
까꿍이는 이모할머니들이 서로 안아주면서 놀았습니다.
잠시 후 중역회의실이라는 커다란 방에 안내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런 근사한 회의실입니다.
이미 자리에 이름표까지 붙여있어서 우리 가족은 나란히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아기가 울거나 소리를 칠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나에게는 꽃다발 보다 귀한 손자이지만 다른 분에게는 폐가 될까봐 입니다.
다행히 흥이 많은 까꿍이는 영문도 모르고 남이 박수를 치면 자기도
그 조그만 손을 들어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윤종규 국민은행장이 축하말씀을 하는 도중에
약간 소리를 질러서 아이를 안고 나가야 하나 하고 잠시 망설이기는 했는데
그런대로 무사히 시상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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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중에도 담당자 한분이 우리 가족에게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오늘아침 감사의 인사를 보냈더니 이런 답장도 보내오셨네요.
국민은행 본점에 가서 국민은행장과 사진도 찍고 융숭한 대접도 받고
손자들까지 데리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축하 꽃다발 보다 예쁜 손자들을 안고 가서더 기뻤습니다.

가족사랑 수기 시상식에 손자들이 빠질 수 없잖아요? ^^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5-12-24 at 03:16

    축하해요.
    언제 턱 얻어먹어야지 하면서 저도
    기뻐합니다.
    순이님 최고에요.   

  2. 벤자민

    2015-12-24 at 03:43

    우와~~ 축하 드립니다
    조불의 막판을 빛내시군요

    혹시 내일 조선일보에 등장 하시는 건 아닌지요
    조불을 빛낸 사람 그러며 ~~

    이거 미리 싸인 받아 놓아야 하는 건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

    즐거운 성탄과 새해를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금년에 여러가지로 수고하시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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