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부터 단체 카톡방에 오십견 이야기로 오가는 말들이 분분 합니다.
오십견은 다른 원인 없이 만성적으로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에 제한이 있는 질환을 말하는데 오십견이란 용어는 단지 50세의 어깨를 지칭하는 모호한 용어로 정확한 진단명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대략 사람들이 오십견이라고 하는 견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분이 “어깨와 팔이 많이 아프다고 하면서 MRI를 찍어 원인파악을 해서 약을 써보면 낫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태를 의논했습니다. 혹시 좋은 정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면서요.
그러자 어떤 분이 고생담을 이야기 합니다.
이미 오십견을 앓고 나신 분입니다.
“제가 어깨로 삼년 넘게 고생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가 결국 K 대학병원에서 완치되었습니다. 그 병원엔 어깨만 보는 전문의가 있습니다. MRI까지 찍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곳을 추천합니다.”
“ 아픈 것이 너무 오래가니까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안 아픈데 없이 다 결리고 불편해요. 이러다가 성격 파탄까지 오게 생겼어요.” 이러자
“ 저는 MRI 찍었어요. 목 디스크로 판정 받았구요. 수술만이 방법이래요. 그래서 아픔과 동행하려고요. ㅠㅠ”
어떤 분은 얼마 전에 어깨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엠알아이를 찍어보니 어깨에 석회가 생겨 인대가 상해 아프다며 수술이 간단하다고 해서 얼결에 수술을 받고 나니 재활기간도 상당하고 통증도 심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엠알아이나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고, 어떤 분은 수술 없이 초음파 치료로 효과를 봤다고도 하고, 한의원 다니다 결국 수술을 받았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깨에 주사를 맞으러 다니다가 재활운동을 배워서 그걸 꾸준히 했더니 싹 나았다고 수술한 사람을 나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깨가 무슨 고질병이름처럼 거론되면서 하루 종일 휴대폰에서 카톡 거렸습니다.
이즈음엔 누구라도 질병에 관해 나름대로의 경험과 견해를 가집니다. 이미 아파봤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환자가 있어서 간접 경험을 했거나 이야기라도 들었기 때문에 각자가 아는 만큼 조언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처음 글을 올린 분은 아마 저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저는 암말도 안했습니다. 안하는 (못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나도 사실은 오십견을 호되게 앓았는데 병원을 한 번도 간적이 없이 혼자 끙끙거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질문을 한 사람에게도 이미 아팠거나 아프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5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몸 여기저기가 아팠습니다. 보통 갱년기라고 하는 즈음이었습니다. 아픈 것이 못 견딜 정도로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고 무릎이 쏙쏙 쑤신다거나 기운이 없다거나 우울하거나 밥맛이 없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는 그런 상태입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데 몸 상태가 아슬아슬한 그런 느낌이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왼쪽 어깨가 몹시 아팠습니다. 팔을 내려뜨리고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위로 올리거나 뒤로 하려면 악 소리가 날 정도로 통증이 왔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더 아팠습니다. 그래서 왼팔을 잘 못쓰고, 되도록 안 썼습니다. 그러다가 영 왼팔을 못 쓰는 것 아닐까 했는데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 2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지금은 괜찮아 졌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는 오른쪽 어깨가 아픕니다. 왼팔이 아플 때는 덜 쓰고 아껴 쓰면 되었지만 오른팔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느라 워드 타이핑도 지속적으로 하지, 아무래도 일을 하니까 평균 내 나이또래 보다는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때마다 어깨가 자기의 존재를 알려오니까 사실 많이 불편합니다. 요즘도 컴퓨터를 좀 하면 견갑골 가운데 척추부분이 빠개질 듯이 통증이 오곤 하고 오른팔이 잘 올라가지 않고 어깨에 통증이 있습니다. “어깨살이 발린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살이 찢어지는 듯 하는 통증이 수시로 있습니다.
내가 통증에 무뎌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잘 견디는 것은 아니고, 통증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없어서 일 것 같습니다. 오늘 카톡을 자세히 보니까 대략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는 기간이 1~3년이 되는 것 같은데 그 기간이면 병원을 가지 않아도 자연히 치유되는 것 같습니다.
어깨 통증, 우리가 말하는 오십견이 나이 쉰 살에 발병하는 당연한 질병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략 쉰 살 즈음이 되면 근육에 피로물질이 쌓여 그렇다고 하지만 안 아프고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아프다 소리를 잘 안하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안 아픈가?” 묻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도 나이만큼 아픕니다. 그런데 아프다고 해봤자 얻어지는 것이 없어서 습관상 혼자 아프고 맙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어머니께는 아픈 걸로 응석을 부려봤자 호응을 안 해 주었습니다. 오히려 야단만 맞을 수 있습니다. 여러 형제들이 자라는데 아프다고 해서 부모님이 특별히 더 돌아봐 주지도 못하는데 괜히 걱정만 끼치게 될까봐 웬만큼 아프면 혼자 끙끙 거리다 보면 났더라는 그런 경험이 습관이 되었나 봅니다.
감기는 감기약을 먹으면 2주일, 감기약을 안 먹으면 보름 걸려야 낫는 다는 우스개가 있는데 오십견도 그런가 합니다. 치료를 해도 치료 안 해도 시간이 지나야 낫는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당장 아픈 사람에게 “앞으로 1~2년은 아파야 나아요.” 이런 말을 하면 잔인하잖아요? 그래서 아무 말 못했는데 어깨가 아파서 성격 파탄이 될 것 같다는 분을 만나게 되면 “나도 아파요.” 라는 말은 해 줘야 할 것 같아요. 남들도 다 아픈 거 알면 혼자 아픈 것 보다 덜 억울할 것 같으니까요.
데레사
2016-03-08 at 07:45
사람들은 나더러도 절대로 아픈곳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픈데가 많아요. 나이만큼요. ㅎ
그래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아픈 자랑질밖에
할 얘기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옛날보다 오래 사니까 아픈곳도 자연히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원
2016-03-08 at 08:14
저하고 반대네요.
좀 되었는데 오른쪽 어깨와 팔이 아파서 몹시 고생하면서
한의원에 갔다가 병원에 갔다가 스트레칭을 하다가 그러다보니 깨끗해지더라고요.
근데 요즘은 왼쪽 팔 어깨가 아파서 병원 갔다가 한의원에 다니고 있는데
수니님 말씀따나 크게 걱정하지않아도 되겠군요.
이러다 낫겠지요.^.^
비풍초
2016-03-08 at 11:30
오십견을 수술로 고쳤다는 사람은 저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고요.. 수술하면 낫는다는 정형외과의사도 본적 없구요.. 어떤 시술 (어깨부위에 포도당 주사같은 거 주사하는 시술)로 고칠 수 있다는 의사들 있고 저도 한번 해봤는데 잠시 그때뿐이구요.. 한방약으로 낫는다는 건 거짓말같구요.. .. 석회가 끼어서 아픈건 오십견이 아니구요.. 오십견은 금방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고 저는 왼쪽은 1년안에 저절로 난 거 같구요 (물론 벼라별 치료 다 받아봤지만요).. 오른쪽은 그로부터 몇년후에 왔는데 한 2-3년 걸렸던거 같아요.. 오십견은 정답 없는게 정설 같은데요..
신재동
2016-03-08 at 13:46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알느니 죽지” 하는 삶이고요,
치과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산부인과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무자식 상팔자”라네요.
의사한테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그냥저냥 지내면 낳을 거라고 하나요.
‘이순’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걸 알려주는 게 오십견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