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누가 우느냐 / 안효숙

AKR20160208029500064_01_i

10여 년 전에 안효숙씨가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라는 책을 내었을 때 그녀를 처음 알았습니다.

그녀는 불운했지만 착한 여인이었습니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더없이 피폐해졌을 때도 그녀는 손에 연필을 쥐고 자신을 달랬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기록했습니다. 어려울 때는 쓰던 글도 써지지 않는데 그녀는 천상 글쟁이인가 봅니다.
보통 사람들이 언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기는 가보면 “사랑을 할 때”라고 합니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하잖아요. 사랑을 할 즈음에는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이고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고 누구엔가 자랑하고 싶어지거든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속에서 열정이 봄꽃 망울처럼 저절로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안효숙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얼어터진 스킨병을 놓고도 글을 썼고, 태풍이 몰아쳐 그늘막을 날리고 화장품이 비에 젖어 못쓰게 되는 그 기가 막힌 순간에도, 자동차가 수명을 다해 길에서 퍼져 버렸을 때, 떠돌이 장꾼에게는 장마다 가서 앉는 자리가 있은데 그 자리를 경우 없는 할아버지에게 빼앗기고 오히려 사정을 하던 순간에도 그녀는 글을 썼습니다. 순진해 보이는 인상에 말투까지 어눌해 장터와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글로써 나타내는 속마음엔 단단한 결기가 보입니다. 글로써 자신을 위로하고 곧추세우는 모습입니다. 기가 막히고 절절하게 슬픈 순간까지도 그녀의 글에는 삶을 사랑하는 빛나는 순간들로 포착되는 것입니다.
안효숙씨의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는 책을 읽고 그녀를 찾아서 조선블로그에 왔습니다. 그 당시 나는 다른 컴뮤니티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를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조선블로그에서 인기블로그였습니다. 나는 단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 조선닷컴에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로그인 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기 어려워서였습니다. 나는 어느새 그녀의 팬이 되었던 것입니다. 내가 속해있던 컴뮤니티에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그 책을 읽고 싶다고 했습니다. 멀리 미국이나 남미에 사는 분들은 그 책을 어떻게 구입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많이 구입해서 우편으로 보내 드리기도 했습니다.

내 블로그를 통해 안효숙씨를 알게 되어 안효숙씨 팬이 된 미국에 사는 어떤 분은 나와 안효숙씨를 미국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분은 미국 카멜이라는 곳에서 미술관을 하고 계신 분인데 내가 하던 약국까지 찾아 오셨던 분입니다. 그 일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쯤 출입문 밖을 내다보는데 어떤 머리가 하얀 여인이 약국 안을 기웃거리며 코너를 돌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시 후에 약국으로 들어오더니 메모지를 내어 보입니다. 혹시 순이라는 사람이 하는 약국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본인이 내 블로그에서 얻어낸 정보로 광화문에서 1200버스를 타고 중산어디쯤에서 내려 동사무소에 가서 최수니 이름을 대고 약국을 찾았답니다. 동사무소에는 모른다고 하자 일산동에 있는 약국마다 기웃기웃 하며 찾아다니셨답니다. 그렇게 해서 약국 옆에 있는 분식집에서 떡만두국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그분은 읽기는 하지만 인터넷을 하지 않으시니까 장문의 손 편지를 늘 써서 보냅니다. 그분이 안효숙씨를 정말 좋아합니다. 언젠가는 안효숙씨와 카멜에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효숙씨와는 조선블로그를 같이 하면서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도 말수가 없는 편이고 나 역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 마음처럼 살갑게 다가가지는 못하고 악수나 나누고 눈빛만 교환하고 헤어지곤 했습니다. 그러다 책머리에 나오는 이승채씨(겨울비님) 장례식장에 갔을 때 안효숙씨 옆에 오래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안효숙씨는 말없이 자꾸 울기만 하면서 꼼짝도 안하고 넋이 나간 듯 술을 마셨습니다. 그렇게 둘이 말없이 앉아 있다 장례식장에 그녀를 두고 나는 돌아서 왔습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 오다니. 오면서 그녀를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기라도 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자꾸만 살고 싶다
*울지마라 너만 슬프냐
*구리무댁은 복도 많지
*오일장 희망통신
*거기서 누가 우느냐
안효숙씨는 벌써 다섯 권의 수필집을 엮었습니다.
그녀는 삶의 매 순간을 글로 쓰면서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안효숙씨 자신의 일 뿐 아니라 장터의 모습과 그 속에서 나직하게 울고 있는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내용입니다. 거기서 누가 우는지 궁금하시지요? 이 책을 추천합니다.

그녀는 지금도 충북의 옥천·영동·보은 장과 충남의 금산·논산 장을 떠돌면서 화장품 행상을 합니다. 그녀의 애칭은 ‘구르무 아줌마’ 입니다.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6-03-20 at 10:27

    나도 책 몇권 사야 하는데 우리동네 서점에
    책이 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안효숙씨가 위블로 초대 안된게 정말 섭섭해요.

  2. Pingback: … …. - 아름다운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