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귀여운 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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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사람을 삼식이라고 부른다는데 우리 집에도 삼식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딸이 신혼 즈음 우리 집에 어른들만 살 때는 쌀에서 벌레가 났습니다. 직장을 가느라 아침은 대강 먹고 각자 출근을 하고 점심은 회사에서, 저녁은 회식이다 외식이다 해서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에 겨우 한 두 끼 가족이 모여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쌀 한 포대를 헐면 그걸 다 먹기 전에 쌀벌레가 생겨서 집안에 날벌레가 폴폴 날아다니곤 했습니다. 기어 다니는 벌레나 날벌레 하나만 봐도 기겁을 하는 딸 때문에 어느 여름에는 사위랑 놀이터에 나가 쌀을 체에 걸러서 벌레집을 걸러서 버리고 날벌레는 날려 버리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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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까꿍이가 삼시 세끼를  먹는 것 때문에 매일 밥을 새로 해야 합니다. 쌀에 벌레가 나는 게 다 뭡니까, 쌀이 푹푹 들어가요. 돌 지난 아기가 먹으면 얼마나 먹느냐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까꿍이가 생후 6개월까지는 엄마 젖만 먹다가 7개월 때 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해서 요즘엔 밥을 먹는데 하루에 세끼를 꼬박 밥으로 먹여야합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밥을 새로 하는데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까꿍이에서 삼식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삼식이 밥 해야지, 우리 삼식이 먹일 국 끓여야지……. 이러면서요. ^^
우리 삼식이는 돌이 지나더니 죽이나 이유식을 싫어하고 국에다 밥을 말아주면 잘 먹습니다.국도 메뉴가 계속 달라져야지 같은 국을 두 번 주면 싫어해요. 그래서 미역국 감자국 된장국 무국 고깃국 하면서 계속 국을 끓여대야 하니 까꿍이 엄마가 힘들어요. 그래도 자기 아이니까 즐겁게 하는데 하루는 내가 농담으로 “너 나중에 시어머니 되면 며느리에게 좋은 소리 못 듣겠다. 남편이 찌게나 국을 두 번 주면 안 먹고 매일 새로운 국을 끓여야 하면 어떤 아내가 좋아하겠니? 시어머니가 아들 잘 못 키웠다고 할 것 같다”  이러며 삼식이 흉을 보며 웃었습니다.
혹시 까꿍이가 삼식이라 싫으냐고 의문을 가지실 분이 계시겠지만 그건 절대 아닙니다.
아기가 잘 먹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까꿍이 엄마가 삼시세끼 다른 국을 끓여서 밥해 먹이느라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제 새끼 먹이는 일이라 즐겁게 합니다. 삼식이를 위해 매일 밥을 새로 하고 끼니마다 국을 끓이고 정성을 다하기에  “만약 엄마가 삼시세끼 다른 국을 끓여서 밥해 달라고 하면 싫겠지?” 했더니 우리 딸 망설임 없이 “그럼 엄마랑 같이 못살지~ ” 하면서 웃습니다.

그래도 육아를 즐겁게 해서 보기 좋습니다. 고학력 주부라 경력 단절 등으로 인한 갈등도 많을 듯 한 데 자녀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일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 위로하며 열심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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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딸 둘을 결혼시키고 났더니 어느새 손자가 네 명이나 되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딸이 결혼 전에는 두 딸을 데리고 여행도 가고 음악회도 가곤 했는데 결혼하고 손자가 태어난 후로는 육아 때문에 세 모녀가 만나기조차 어려워 졌습니다. 만나도 아이들 치다꺼리하느라 한가하게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두 딸이 극한의 육아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큰딸의 손자가 6살 3살이 되어 둘이다 유치원을 갔고 우리 집 손자도5살 2살이 되어 다섯 살짜리 한이는 선교원에 갔습니다. 백수는 2살짜리 삼식이 뿐이고 손자 세 명이 유치원학생이 된 것입니다.
큰딸은 두 아들을 다 유치원에 보내 놓고 나니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 혼자만의 시간으로 쓸 수 있는 자유를 얻었고 육아의 부담을 덜어서 오랜만에 자유부인이 되었습니다. 어느 땐 전화하면 “오늘은 3인체재야” 이러면 아들 둘을 데리고 전쟁 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인체재”는 큰애가 유치원에 가고 작은애와 둘이 있는 경우라 조금 힘이 덜 들고 “사인체재”는 사위가 집에 있어서 아이들과 놀아주니 조금 나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니 “3인체재야” 이러면 전화를 했다가도 대화를 길게 못하고 얼른 끊어야 했습니다.
큰딸이 자유부인인 된 기념으로 두 딸과 광화문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세 모녀만 만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집 백수 삼식이는 데리고 가야합니다.
두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자유부인과 작은 딸 그리고 삼식이 나 이렇게 네 명이 광화문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4월2일이 큰 딸 생일이라 미리 만나서 점심을 먹는 다는 것도 있지만 딸 둘이 극한의 육아시기를 졸업한 기념도 되는 것입니다.
광화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나와바리였는데 일산에 아람누리가 생기고난 후 부터는 세종문화회관까지 갈 이유도 줄어들었고 두 딸은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광화문과는 멀어졌는데 그 추억의 거리에서 두 딸과 삼식이까지 함께 데이트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는 겁니다.

우리 삼식이 너무 귀엽지요?^^

 
순이

2 Comments

  1. 睿元예원

    2016-03-22 at 13:32

    삼식이뿐만 아니라 손주들이
    넘 귀엽네요.
    해맑은 얼굴들이 예뻐요.^.^

  2. 데레사

    2016-03-22 at 20:20

    아이들 자라는것 보면 너무 신기하죠?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채 저 아이들이
    얼른 자라기만을 바라거든요.

    할머니 얼굴도 위의 오른쪽 사진의 손주에게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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