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평안입니다.
누구와의 다툼도 싫고 주의 주장도 싫어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할 때조차도 뒤로 밀려나,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지내는 편을 택합니다. 대체로 모든 일을 한발자국 떨어져 관망하고 내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비겁하지만 모든 분란 속에 들어가기보다 비켜나 있는 쪽을 택합니다. 그런 성격 탓에 정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소란스럽고 서로 헐뜯고 싸우고 비난하고 질시하고 그러는 일은 관망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서 아예 관심하지 않고 무시하고 삽니다.
나는 항상 우리나라 편이고 우리 대통령편입니다. 누가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도 듣기 싫고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것도 화가 납니다. 그러니 나의 정치성향을 굳이 따진다면 보수입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보통 그렇듯이 변화 보다는 안정을 원하기에 보수라고 분류됩니다. 그리고 보수라고 불리는 것에 불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선거에서는 투표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선거뉴스에 관심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정치이슈를 보면서, 우리 같은 보수성향의 사람들조차도 정치에, 선거에 저절로 정이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투표일에 병원식구들과 강화도 마니산 등반이 약속에 되어 있어서 오전6시에 일어나 투표를 하고 가리라 하고 준비해서 나서긴 했지만 누굴 찍을까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투표장에 도착하기 까지요. 무효표를 만들더라도 투표는 하자하고 투표장엘 가서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대게 당을 보고 찍었던 허당 같은 정치성향이 무시되고 현장에 가서 여자 후보를 찍었습니다. 반들반들 윤이 날 정도로 세상에서 간난질고라고는 없이 속편하게 웃고 있는 사진속의 후보에게는 마음이 멀어졌습니다.
사실 우리 동네 누가 지금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지 누가 새로 당선이 되던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누가 되든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이고 누가되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서 입니다.그런데 선거 다음 날 길에서 내가 투표한 여인과 딱 마주쳤습니다. 자신을 뽑아 달라고 호소하고 다니던 그 선거유세용 트럭 뒤 짐칸에 올라서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당선사례를 하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갑자기 내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작은 골목이라 지나는 행인이 나 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트럭위에서 나를 향해 인사를 하면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면서 여러 번 허리 굽혀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양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으며 답례를 했습니다. 나로서는 열렬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분과 나는 평생 마주칠 일도 없고 이름조차 생소한 여인이었지만 어쩐지 오랜 친분이 있는 듯 다정한 마음이 들고 감사했습니다.
그녀는 선거 유세를 하고 다니느라 지쳐 있었고 개표를 지켜보느라 초조와 불안 속에 밤을 지새웠을 몸이 약해 보이는 중년여인입니다. 당선이 확인되면 긴장이 풀려서 잠을 자든가 병원에 가서 링거라도 맞아야 할 듯 해 보이는데 뽑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당선사례를 하러 골목마다 다니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대게 선거 전에나 굽실거리며 인사를 하지, 당선된 후에야 주민들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잘 할 거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일본 지진을 보면서 지진에 안전한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발을 딛고 선 땅이 언제 꺼질지 모르고 사는 불안한 일본 사람들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땅에 살고 있습니까?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고 4식구가 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산다고 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우리나라는 정치 빼고는 복 받은 나라라 구요. 나는 우리나라 정치도 나아질 줄로 믿습니다. 선거후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 진정 민생을 챙기고 나라의 발전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 된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에 당선된 여인 같은 마인드로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많아지면 우리나라도 정치선진국이 될 줄로 믿습니다.
데레사
2016-04-19 at 15:33
나도 오늘 우리동네 선거얘기를 올렸는데 순이님도 비슷한
글을 올리셨군요.
이제는 당선자들이 해묵은 일들에 얽매이는것 보다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면서 나라를 좀 밝게 이끌어 주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