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어른도 건강이 가장 큰 효도

 

untitled4 (1)
한이가 유치원에서 감기를 옮아와서 며칠 열이 나고 호되게 앓는 중에 동생 까꿍이에게 전염시켰나 봅니다. 15개월 된 까꿍이까지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습니다.
한이는 일주일 정도 유치원 결석을 하고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받고 나았는데 아기는 눈물 콧물 눈곱까지 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하게 아팠습니다. 증상이 심해  밤에는 기침 때문에 잠을 못자고 까꿍이 엄마가 안고 밤을 하얗게 새기를 여러 날 했습니다.  아기가 아프면 어른들도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 엄마를 잠시라도 쉬게 하려고 대신 좀 안아주려고 해도 까꿍이는 엄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자다가 까꿍이가 깨어 울면 한이도 같이 깨어서 우니까 아빠는 한이를 안고 있고 엄마는 아기를 안고 밤잠을 재대로 잘 수 없는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까꿍이는 감기로 시작하여 후두염, 눈에 염증 그리고 가장 우려했던 중이염까지를 다 거치고야 나았습니다. 어린 아기에게 2주가량 계속 약을 먹여야 해서 마음이 몹시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였습니다.
어린이날도 까꿍이는 아파서 집에 남고 한이만 아빠와 본가에 갔더니 다음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까꿍이를 보러 집으로 오시기도 했습니다.

아기들이 감기가 나아가자 내가 감기가 시작되더군요. 목이 아프고 기침이 터져 나오고 온몸에 기운이 빠지는 등 사람이 시들시들해 지는 듯했습니다. 아기들이 아픈 통에 고생한 것으로 치면 엄마가 병이 나도 날 상황인데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었습니다. 한이 엄마는 내가 아픈 기색이 있으면 어쩔 줄을 모르고 근심을 해서 아픈 기색을 보이기가 어렵습니다.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걱정 끼치기는 정말 싫은 일이잖아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5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원~ 감기하고 씨름하면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반이나 보냈네요.

 

untitled2 (1)
노년에는 낙상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넘어지긴 하지만 뼈가 유연하고 넘어지면서 대처를 하기 때문에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노년에는 집안에서 넘어져도 치명적인 골절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특히 할머니 들은 넘어지면 엉덩이 관절 넓적다리뼈 상단이 잘 부러집니다. 이로 인해 인공 관절 수술을 받는 이가 한 해 2만 명이라는 통계입니다. 우리병원에도 요 며칠 사이에 고관절 수술을 받은 할머니가 세분이나 입원했는데 다들 낙상으로 인한 사고입니다.
할머니 한분은 안방에서 넘어졌는데 고관절 골절로 급성기 병원에서 핀을 박는 큰 수술을 하고 화장실 출입도 어려운 상태가 되어 우리병원에 오셨습니다. 할머니를 입원 시키려고 모시고 온 보호자는 내 딸 또래의 젊은인데 어깨띠에 매달려 있는 아기는 딱 우리 까꿍이 또래였습니다. 나도 할머니가 되고 보니 아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기가 몇 개월인가 물었더니 15개월이라고 하는데 엄마도 아기도 땀에 범벅이 되어있고 10kg이 넘는 아기를 몸에 붙이고 다니느라 젊은 엄마는 몹시 지쳐보였습니다. 나는 그 가족이 내 딸과 손자처럼 생각이 되어 젊은 엄마를 앉아 있으라고 하고 최선을 다해 도왔습니다.
급성기 병원에서는 개인간병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공동간병을 해도 되는데 보호자는 요양병원에서도 개인간병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개인간병을 부른 상태에서 우리병원에 왔다고 했습니다. 개인 간병료가 한 달이면 삼백만원씩이나 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심할 듯해서 공동간병을 권해서 다인실에 입원하게 했습니다. 개인 간병인의 일당이 팔만원이고 식사 따로 챙겨야 하고 휴가 줘야하고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공동간병을 하고 다인실에 입원하면 입원비와 간병료를 합해도 백만 원 남짓이면 되기에 (사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굳이 개인간병 쓸 필요가 있을까 설명을 했더니 몰라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개인간병을 취소하고 다인실에 착하고 성실한 간병인이 있는 병실에 입원을 시켜드리고 났더니 내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어린 아기가 딸린 젊은이가 도와줄 이도 없는데 친정엄마의 골절사고로 여러 가지 부담이 심할 듯해서 열심히 도와주기는 했지만 입원이나 간병인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닌데 도와준 것은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입원 절차가 끝나자 저녁시간이 되어 식사가 나오자 커다란 아기를 등에 업고 할머니를 드실 상추를 씻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웠고, 잘 도와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했습니다.

untitled1 (1)
효도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부모에게 효도이고 부모도 병원신세 안질 정도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노년에 자녀들에게 할 수 있는 효도(?) 같습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을 누군들 당하고 싶겠습니까만 되도록 앓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막내딸이라는 보호자가 아기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니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 내 딸 같은 생각이 들어서 열심을 다해 도와주면서 든 생각입니다.

애도 어른도 건강이 가장 큰 효도 입니다. ^^

3 Comments

  1. 데레사

    2016-05-14 at 12:27

    그럼요. 이프지말아야 하고 말고요.
    내가 요즘 허리 아파서 이러고 있으니
    아이들 고생이 심해 보여요.
    그래서 먼저 말 잘듣기로 했지요.
    가까운 척추전문 병원에서 수술 할려고했는데
    삼성병원에 한번 더 가보자고 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나이도 있으니 만약에 무슨일이 생기면 어쩌냐고
    종합병원으로 가보자는데 따로 할말이
    없어서요.

    할머니 감기도 얼른 나으셔야죠.

  2. 벤조

    2016-05-15 at 03:25

    까꿍이 요즘 사진인가요? 얼굴이 좀 핼쓱해진 것 같아서요,
    그 할머니, 누어계셔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습니다.에구 힘들다!

  3. 비풍초

    2016-05-19 at 13:13

    공자 왈, 신체발부는 어쩌구저쩌구… 효지시야라… 하였지요.. 그리고 입신양명이 효지종야라하였는데요….. 근데 역시 효지시야가 즉 효지종야입니다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