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사진 펌)
중국 계림은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도 많고 아름다웠습니다.
화려한 비단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과 같다 하여 첩채산이라 불리는 곳도 있고 이강에서 배타는 것도 재미있었고, 모노레일과 나룻배, 미니열차,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둘러보는 관암동굴 구경도 신기했습니다. 동굴 안에 물이 강처럼 흐르고 있어서 나룻배를 타고 종유석을 감상했습니다. 자연이 어찌나 신비한지요. 베트남 하롱베이에는 바다위에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보이는데 하롱베이에 있는 바위산을 계림에 옮겨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볼록볼록 솟아 있는 산들이 높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강행한 스케줄이고 계림시내가 한눈에 보인다는 복파산의 돌로 된 300계단 오르고 났더니 다리가 몹시 아팠습니다. 평소에 숨쉬기 운동만 하는 사람의 당연한 결과겠지요. 저녁시간에는 저가여행인데도 중국 전통발마사지가 들어 있어서 몹시 반갑더군요. 강행군 뒤에 발마사지 환상 아니겠어요?
남자 분들은 모르겠고 할머니들께서는 발 마사지 다들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물론 좋아 했어요. 가이드가 남자마사지사를 부를까 여자마사지사를 부를까 묻더군요. 누군지 모르겠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기왕이면 남자에게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은 “남자는 악력이 너무 세서 아프다.”며 여자안마사를 부탁하더군요. 난 아무 말 안했어요. 남자든 여자든 잠깐 받는 마사지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중국 전통 마사지는 알아주고, 무엇 보다 한국에서 받는 마사지 보다 싸서 매력 있었습니다. 큰 방에 우리 일행이 먼저 들어가 앉고 잠시 후에 물통을 들고 마사지사가 들어와 각자의 손님 앞에 앉더군요.
계림 (사진 펌)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가 내 앞에 와서 앉는데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젊은 남자에게 발을 주무르게 하는 것이 미안한 것도 아니고 발을 맡기는 것에 죄의식을 느낀 것도 아니고 마사지에 거부감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마사지사는 우리나라에서 깍두기라고 부르는 조폭 포스의 청년입니다. 덩치가 산만하고 팔뚝에 용무늬 문신을 했는데 팔을 움직일 때마다 용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습니다. 마사지사를 바꿔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그러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 것 같은 공포감마저 들었습니다. 타국 여행지에서 트러블이 있어봤자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그냥 마사지를 받기로 마음먹고 나를 스스로 달랬습니다.
조폭 같은 청년이라 힘이 좋아서 시원하게 마사지를 잘 받았을 것 같지요? 단체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가니까 어디서 시로도(일본말인데 우리말로 초보자는 너무 점잖은 표현이라 시로도라는 말을 써 봤습니다. 정확한 느낌을 아시겠지요?)를 급조해 데리고 온 사람 같았습니다. 가이드는 발에 모든 혈자리가 몰려있어서 발을 잘 만지면 건강에 좋다고, 하루에 피로를 풀라고 했지만 나의 마사지사는 혈 자리는커녕 주무르는 것도 서툴러서 짜증이 났습니다. 짝퉁 물건이 많은 중국이지만 마사지사도 짝퉁일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다른 분들이 받았던 여자 마사지사는 “언니 아파? 더 쎄게?” “누나 괜찮아?” 이러며 사근사근 말도 걸고 보디랭귀지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릴렉스 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분들은 벌써 손놀림의 스킬이 달랐습니다.
그렇게 만족하게 마사지를 받은 분들은 마사지 후에 팁을 주었습니다. 다들 마사지를 받은 후 시원해 하고 기분 좋아 하는데 나만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스킬도 없는 짝퉁임에 분명한데 조폭 같은 분이라 말도 못하고 속 알이만 했습니다. 첫날에 돌계단을 무리하게 오르느라 생긴 종아리 통증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친구들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마사지 탓이 아니라 내 탓이겠지요?
마사지사도 짝퉁이 있더군요. ^^
순이
비풍초
2016-06-19 at 00:45
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음양오행설을 따르는지 남자손님에게는 여자 안마사가, 여자손님에게는 남자 안마사를 당연한 것처럼 배치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