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낮 시간에 밖에 나가면 그야말로 머리가 벗겨질 듯 햇볕이 뜨겁습니다.
나는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것이 싫어서 어지간한 햇살은 비타민 D 합성을 하기에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며 용감하게 아무런 방비도 없이 다닙니다. 자외선이 피부에 좋지 않고 노화를 앞당긴다며 썬크림이라도 바르고 다니라고 딸이 성화를 하지만 뭘 바르는 것도 귀찮아합니다. 그렇지만 요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한여름의 햇살은 참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출퇴근시간에 양산을 써서 직사광을 조금이라도 피해야 견딜 수 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몸을 뜨겁게 한껏 달구어서 버스에 오르게 되면 버스 안이 천국 같습니다. 버스마다 냉방이 잘 되어 있어서 얼마나 시원한지, 버스를 타고 어디 길게 가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친구들과 단체 카톡에서는 모임에 대한 안내나 경조사에 참석하기 위한 의논도 하고 재미있는 소식을 나누곤 합니다. 20명 정도가 친구들 단체 카톡에 있는데 새로운 글이나 좋은 글귀를 올리는 친구들이 있어서 카톡이 매일 심심치 않게 이어집니다. 어디서 그렇게 좋은 말을 가져오는지 읽으면서 늘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복날에 강아지가 살아남기 위해 호랑이 분장을 한 사진 같은 것을 올려주어서 웃기도 합니다. 카톡 없을 때 연락을 어떻게 하고 살았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카톡은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제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 걱정이 되었는지 누군가가 “더위에 어찌 지내니?” 라며 안부를 물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가까이 사는 친구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남자들도 양산 쓰고 다니네. 레이스가 있는 양산을 쓴 남자는 좀…. ^^”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사진 찍어서 올려주지 그랬어? 진짜 이상하겠다. 레이스 양산 쓴 남자. ^^”
나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양산 들고 다니는 거 얼마나 귀찮은데, 남자가 양산을 쓰고 다닐 정도로 날씨가 덥다는 거라 레이스 양산을 쓰고 가는 남자 사진이 있었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사진이 없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친구는 “사진 찍는 것 생각 못 했네 …….수니가 봤으면 사진과 함께 멋진 글감이 되었을 텐데” 이럽니다.
친구들이 재미난 얘기를 둘러 앉아 하다가도 “이건 수니 글감이다.”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내가 얘기를 많이 밝히는 탓입니다. ^^
오래 블로그를 하다 보니 사소한 것도 쓰게 되고 소소한 것도 글감이 되더군요. 친구들이 거의 내 블로그를 보고 있는 듯 자주 피드백을 해 줍니다. 한 친구는 나에게 이러더군요.
“수니가 하도 쉽게 글을 쓰기에 나도 저 정도는 쓰지 않을까 해서 시도해 봤는데 잘 안 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습니다.
“잘 쓰려고 해서 그런 거 아닐까? 난 블로그를 재미로 해. 있는 그래도 쓰면 되잖아.“
정말 기술도 없이 쉽게 쓰기는 하는데 좀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항상 있습니다.
수니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나에게 “쓰는 거 힘들지 않느냐”고 가끔 묻습니다.
사실 난 안 쓰는 것이 더 힘들어요. ㅎ
뭐라도 자꾸 쓰고 싶거든요.
요즘엔 부쩍 무슨 말을 하려면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어쩌다 말을 좀 하려고보면 뜻하지 않게 발음이 새는 것 같기도 하고, 긴 문장을 말 할 때는 더듬거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즐겁습니다. 손끝에서 타닥거리는 타음이 스스로 듣기 좋아서 글자판에 먼지가 들어가더라도 키보드덮개를 씌우지 않고 사용합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몸에 익힌 기술이라서 인지, 말로 하는 것보다 타이핑을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즐겁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일 쌓입니다.
자기가 낳은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는 젊은 엄마나 이 더위에 아기를 8시간씩 버스에 가두어 놓아서 뇌사상태에 빠지게 하는 허술한 스쿨버스기사와 선생님도 야속해서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내가 또래의 손자가 있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고 절절한 느낌이 드는 탓일 겁니다.
순이
데레사
2016-08-08 at 00:10
입추라지만 너무 더워요.
지금 내 꼬락서니는 찬물에 샤워학고
거의 벗은 상태로 선풍기 앞에 누워
있어요.
누워있을때는 보조기를 안해도 되니까
거의 누워서 지냅니다.
너우 더워요. 오죽하면 남자가 양산을 다
쓰겠어요?
비풍초
2016-08-08 at 12:56
그거 얼마전에 제 아내가 한 소리인데요.. 낮에 외출할 때 우산쓰라고..
그리고.. 얼마전에 아파트를 나서는데 경비원이 (나보다 대여섯살은 더 나이 들어보이는) 하는 소리가, 우산 쓰고 외출하시라 했네요… 나도 우산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시내에 우산쓰고 다니는 남자가 나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ㅋㅋ
남자들은 대신 모자를 쓰고 다니면 되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