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어디다 샀냐고요?

뜨거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나 저는 대중목욕탕을 즐겨 찾는 대중탕 마니아입니다.
날씨도 더운데 숨 막히게 더운 목욕탕을 왜 가냐 하실지 모르지만 뜨거운 탕에서 땀을 쭈~욱 내고 나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릅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잔뜩 움츠렸던 몸을 대중탕 더운물에 담그고 나면 근육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나는 건강 비결이 목욕에 있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몸 안에 노폐물도 빼고 근육도 풀고 그러는 것이 운동을 거의 안 하는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며칠 전에도 우리 동네 목욕탕을 갔습니다. 20년 단골로 다니던 오래된 동네 목욕탕은 대형 찜질방에 밀려 아쉽게 문을 닫아서 요즘엔 나도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에서 가까운 대형 찜질방에 갑니다. 매주 같은 시간에 목욕탕에서 만나던 분들도 다 같이 찜질방으로 옮겨오긴 했는데, 찜질방이 워낙 넓고 시설이 많다 보니 전에처럼 아는 분들 만나기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늘 목례 정도를 나누던 이웃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벌거벗고 만나던 사이라서 그런지 반가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났더니 그 아주머니가 저에게
어디다 땅을 그렇게 많이 샀어요?”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물어서 내가 어리둥절했습니다.
무슨 땅을 사요?” 물었더니
난 어제 철원 근처에 땅을 샀는데….” 이러는 겁니다.
난 농담인 줄 눈치채지 못하고
“철원까지 가서 땅을 사셨어요?” 했더니
휴가로 철원에 갔었어요. 거기 시원하고 참 좋더라고요.
이러면서 웃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철원에 놀러 갔다가 넘어졌는데 어찌나 아픈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손으로 짚었더니 손바닥도 까이고 무릎도 까졌다고 하면서 자기는 철원에 땅을 조금밖에 안 샀지만 난 많이 산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내 무릎을 보고하는 농담인 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두주 전쯤 길을 가다가 뭔가에 걸려 넘어졌는데 좀 심하게 앞으로 꼬꾸라져서 두 무릎을 다 까졌습니다.
왼쪽 무릎은 살이 벗겨진 정도이지만 오른쪽 무릎은 화상으로 치면 2도 화상쯤 되게 스킨이 아스팔트에 쓸려서 깊이 파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왼쪽 무릎은 새살이 나고 거의 다 아물었는데 오른쪽 무릎은 딱지가 시커멓게 앉고 아직도 상처가 크게 보입니다. 내 무릎 상처를 보고 아주머니가 농담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넘어져서 무릎을 깐 것을 가지고 땅을 샀냐고 하는 말을 저는 처음 들었습니다.
내가 좀 둔하기도 하고 가볍게 농담처럼 하는 말도 진지하게 듣는 단점이 있습니다.
나중에야 그 말을 알아듣고 크게 웃었습니다.
내가 알아듣는 것을 본 그 아주머니는 어디다 땅을 샀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제야 우리 동네에서 그랬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손가락 끝에 거스러미 하나도 눈에 띄면 거슬리는 사람인데 무릎에 시커먼 딱지를 달고 살려니 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마 살아오면서 몸에 상처를 낸 가장 큰 사건인 것도 같습니다.
넘어진지 20여 일이 되었는데 아직도 시커먼 딱지가 무릎에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스커트도 못 입고 여름내 긴 바지만 입고 출퇴근을 합니다.
원피스만 입을 수 있어도 덜 더울 수 있는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나이 먹으니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넘어지기도 잘 합니다.

우리 동네 땅을 샀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될까요? ^^

2 Comments

  1. 데레사

    2016-08-19 at 15:54

    아, 그렇게도 표현을 하는군요.
    저도 목욕을 좋아하는데 아직은 대중탕도 못가고
    집에만 있습니다.
    비가 나리길래 좋아했드니 세상에 땅이 젖기도
    전에 그쳐 버리네요.
    좀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으련만…

  2. 김 수남

    2016-08-19 at 23:04

    재미 있는 표현이네요,저도 처음 듣는 표현이에요.많이 아프셨겠어요.이제 딱지가 예쁘게 떨어지고 늦더위가 아직 남았으니 시원히 스커트도 다시 입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땅은 사양한다고 몸에게 단단히 말해 두셔요.안전히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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