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쓰는 손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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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시원해지자 공원에 나가는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나뭇잎들이 조금씩 색이 빠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바라보면 여전히 눈이 시원해지는 녹색입니다. 바람은 산뜻하고 아이들을 데려다 운동장에 풀어놓으면(!) 신나게 달립니다. 위태로운 자세로 달려서 넘어질까 봐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공원 한켠에는 맨발공원이 있어서 그곳을 아기들 손잡고 걷습니다. 발바닥 지압을 하면 혈액순환에 좋다고 합니다. 아기들은 발바닥이 연약해서 맨발로는 돌을 딛게 하기는 어려워, 한이는 양말을 신고 까꿍이는 운동화를 신고 걷습니다. 둥근 자갈도 있고 대리석도 있습니다. 그곳을 깡충깡충 거리며 다니는 아기들이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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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밖에서만 뛰는 것이 아니라 신기하게 집안에서도 걷는 법이 잘 없습니다. 몇 발자국만 가도 콩콩거리며 뛰어갑니다.
조그만 체격인데도 온힘을 다해 뛰어서 그런지 바닥이 울립니다. 소음이나 울림을 줄이려고 비닐매트를 빼곡하게 모양 볼 것도 없이 깔아놓고 그 위에 카펫을 폈어도 소리가 납니다. 우리 바닥은 아랫집 천정인데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서, 아이들이 뛰려고 하면 놀이터로 데리고 나가든가 붙잡아 앉혀서 책을 보거나 해도 말리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요즘엔 까꿍이가 형을 따라다니느라 더 합니다. 한이가 이리가면 이리 따라가고 저리가면 저리 따라가고 그러니 두 아이가 소리를 내게 되어 아무리 조심을 시켜도 소음이 발생합니다.
“아래층 할머니 머리 아프셔, 앉아서 책 보자.” 이러며 억지로 끌어 앉혀도 보지만 아이들은 신이나면 잘 멈추지를 못 합니다.
어느 땐  한이 손을 꼭 붙잡고 “아래층에 가서 할머니께 뛰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하고 오자고 하면 조금 덜 뛰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기들이라 절제가 안 됩니다.

아래층 할머니를 만나서 인사를 드리면서 “아이들이 뛰어서 많이 시끄러우시지요?”라고 미안한 말씀을 드리면 할머니는 “애들이 다 그렇지요 뭐. 괜찮아요.”이러시며 빙그레 웃으십니다. 이렇게 푸근하고 착한 이웃을 만났으니 아이 둘을 아파트에서 키우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파트 1층이나 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했을 겁니다. 시끄럽다고 한 번도 올라오는 법도 없으시고 인터폰도 안하십니다. 그래도 우리가 늘 주의를 하면서도 아랫집 사람들에게 항상 너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일어나고 심하면 칼부림도 나는 세상인데 우리 아랫집은 천사입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어서 까꿍이 한복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반팔 남아 한복이 너무 예뻐서 사게 되었는데 입혀보니 귀엽기는 한데 까꿍이는 불편한지 입으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억지로 달래가며 입혀서 사진 몇 장 찍자고 하니 방글거리고 웃던 얼굴이 금세 불만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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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글씨 가르치는 것을 즐깁니다. 그걸 본 여동생이 “언니, 8살 이전에는 1~5까지만 알아도 돼, 그 이상 더 가르치면 아동학대야.”이럽니다. 글씨를 가르치는 것이 왜 아동 학대인지 모르겠지만 교육학 박사가 하는 말이라 좀 이상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다섯 살 한이가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식구들 얼굴도 그리고 1,2,3,4,5,도 써보고 자기 이름도 써보는 것이 왜 해가 될까 이해가 안 됩니다. 크레용으로 벽에다 낙서도 하고 공부하는 책상이나 유리창에도 낙서를 해 놓지만 아이들 키워놓고 도배를 새로 할 요량으로 탓하지 않고  놔둡니다. 나도 어릴 때 안방 벽에다 낙서를 한 기억이 납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야단을 치지 않으시고 허허 웃으시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어느 날은 우연히 이런 놀이도 합니다.
아빠가 회사 가시고 할머니도 회사 가시고 나면 집에 몇 명이 있을까?
한이가 유치원가고 나면 집에는 몇 명이 남지?
우리 집 식구는 몇 명이지?
증조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시면?
이러면서 더하기 빼기를 자연스럽게 해봅니다.
하나 둘 숫자를 익혀가는 것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가르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놀이삼아 하는 것입니다.

우리 까꿍이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형제라도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림책도 사자, 호랑이, 염소, 토끼등 동물이 나오는 것을 꺼내 봅니다.
형인 한이는 자동차를 좋아하고요.
까꿍이는 손에 동물모형을 들고 호랑이는 어흥 염소는 매에 이러며 놀고
한이는 포크레인 사다리차 이런 것을 가지고 놀고 요즘 들어서는 터닝매카드라는 차와 동물이 합성을 한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차의 형태로 있다가 던지면 순식간에 뱀이나 용, 사자로 변신합니다. 장남감이 얼마나 진화를 하는지 모릅니다. 50년 전 우리 집엔 눕혀도 얼른 일어나고 굴려도 일어나는 오뚜기 인형 하나가 유일한 장난감이었는데요. 그것도 얼마나 신기한지 오빠가 한번 굴려보고 내가 한번 굴려보고 그러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가 쓰는 손자 이야기 재미있으신가요?^^

1 Comment

  1. 김수남

    2016-09-07 at 21:57

    네,너무 재미있습니다.한이와 까꿍이 이야기 보니 저희 아이들 어릴 때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해서 반갑습니다.정말 매일 새롭고 매일 쑥쑥 자라나는 모습 지켜 보는 속에서 행복이 저절로 가득 담겨 온답니다.손자들 재롱은 자녀들 키울 때보다 더 예쁘고 더 귀엽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시는 주변의 젊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을 통해 순이언니 마음도 충분히 느껴집니다 한이와 까꿍이 자라는 모습 짬되시는대로 자주 나눠주세요.요즘 손자녀들 이야기 돈 내놓고 해야된다고 하는데 위블에선 오히려 돈받고 하셔도 될 정도시니 마음편히 손자 이야기 많이 하셔요.참 사랑스러운 한이와 까꿍이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자라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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