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건강정보에 솔깃하지 않아야

며칠 전 신문기사에 유아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부모들에 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예방주사를 맞기보다 자연 면역을 얻기 위해 수두에 걸린 어린이를 초청해서 파티를 열고 그 접촉으로 수두가 걸리면 자연스럽게 앓게 하여 아이가 면역을 가지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면 아주 그럴듯하고 괜찮아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것은 함정입니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논리는, 집단 면역의 혜택은 누리면서 부가적으로 필연적 발생하는 부작용은 회피하겠다는 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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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백신 접종에 의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영유아 예방접종은 필수입니다. 예방접종이 지금처럼 국가에서 주관하지 않고 개인의 선택에 의존하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던 4~50년 전만 해도 한 학년에 몇 명씩 소아마비 환자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내 친구도 크러치를 잡고 학교를 다녀야 해서 책가방을 내가 대신 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5~60년 전엔 천연두를 앓은 흔적으로 얽은 얼굴로 곰보라 불리며 살아가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예방백신 접종 덕분에 천연두와 소아마비 환자는 지구 상에서 사라졌습니다. 폴리오와, 천연두 백신을 인류가 꾸준히 접종한 때문입니다. 박멸되는 질병도 있지만 새로운 질병이 계속 나타나고 거기에 따른 백신이 개발되어 내가 아이들을 기를 때 보다 요즘 유아들 예방접종 가짓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 많은 접종을 부모가 다 기억하지 못해 접종이 미뤄지면 관할 보건소에서 문자를 보내 독려하기도 합니다.

우리 집 아기들도 예방백신 접종을 스케줄에 맞추어하려고 제 엄마가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을 봅니다. 아기들이 예방주사 맞으러 가야겠다고 벼르면 콧물이 난다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때가 많아서 아기가 감기 기운이 없고 컨디션이 좋을 때를 기다려 병원에 데리고 가서 예방 주사를 맞힙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주사 맞히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5살 한이는 터닝메카드라는 장난감을 손에 들려서 위로를 하지만, 두 돌이 안 된 까꿍이는 병원이나 주사가 공포 그 자체고 무엇을 가지고도 위로가 안 되는 시기라 병원 문 앞에 만 가면 큰 소리로 울고 안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런 아기를 울려가면서도 어렵지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정부에서 무료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키우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써서 하는 일이라 아이를 키우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한편에서는 자연주의로 회귀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깊은 산골에 들어가 살면서 자연 속에서 아이를 기르고 자연이 주는 것만 먹이고 아이에게 예방접종도 물론 안 하고 홈 스쿨을 하면서 아이를 키운다고 인스타그램 같은데다 사진이나 근황을 올린다고 합니다. 부모로서는 용기 있고 멋진 삶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도 과연 그럴까는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선구자 적이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실행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보편한 것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따르고 사는 것이 저항이 없어서 편합니다.

예방주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을 우선으로 꼽습니다. 한때 예방주사 때문에 자폐아가 많이 생긴다는 루머도 있었습니다. 백신 속에 과도한 균들이 뇌를 침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물이란 없습니다. 단지 약물이 주는 효용이 부작용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약을 먹고 백신을 맞추게 됩니다. 약물이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시판하기 전에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치게 되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어도 됩니다. 한동안 병원이나 의사를 믿지 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걸 본 사람들은 의사를 불신하고 자연치유를 꿈꾸다가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병원과 의사를 믿지 말라고 주장하던 분은 55세에 당뇨와 결핵으로 숨졌습니다. 의사를 믿고 결핵 약과 당뇨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생명에는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질병을 가지고도 치료를 거부하다가 아까운 나이에 돌아가신 것입니다.
한동안은 육식이 건강의 적이라고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 주로 권하더니 요즘엔 탄수화물이 비만의 적이라고 하면서 밥이나 빵을 조금도 먹지 말고 육식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밥 힘으로 산다고 봅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건강정보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평균적이고 보편한 정서로 살아가기도 쉽지는 않지요?

4 Comments

  1. 데레사

    2016-10-13 at 00:18

    맞아요.
    커피만 해도 좋다고 했다가 나쁘다고 했다가
    그러지요.
    그냥 자기식대로 살아야겠지만 헷갈릴 때가
    많아요.

  2. 김수남

    2016-10-13 at 04:09

    네,언니! 맞습니다.말씀에 전적으로 동의가 됩니다.새로운 정보는 참고는 하되 우리 부모님이 해 오시던 대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따름이 좋을 것 같습니다.한이랑 까꿍이 주사 맞을 모습이 그려지네요.한이는 갖고 싶은 장난감으로 이겨 낼 정도로 벌써 많이 컸네요.저희도 아이 넷 모두 예방 주사 잘 맞추려고 예방 접종 카드를 잘 챙기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요즘 일부 젊은 부모님들은 접종 대신 새론 방법을 선호 하나 봅니다.
    안전하고 검증된 사례가 많은 쪽을 권해드리고 싶네요.언니 말씀처럼 효용이 부작용보다 휠씬 더 큰 쪽이니까요.젊은 부모님들이 새겨 들으시면 좋을 말씀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한이랑 까꿍이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서 큰 일들을 해 나가는 훌륭한 사람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3. journeyman

    2016-10-13 at 17:33

    말씀하신 병원과 의사를 믿지 말라고 주장하셨던 분은 ‘take care’라는 말을 ‘카레를 먹어라’로 해석해서 모든 음식에 카레를 넣어서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죠.

  4. 윤정연

    2016-10-15 at 10:04

    매번 이렇게 뭐가 좋네 나쁘네…하니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이 헷갈릴때가 많아요…
    수니님이 이건글을 자주 쓰셔서 저도 상식을 키우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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