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이 대세이고 유행이라고 하지만

가끔 새로 만들어져 유행하는 신조어를 몰라 어리둥절할 때가 있습니다. 블로그를 가지고 있어서 인터넷을 끼고 살면서도 그렇습니다.
요즘엔 혼밥 혼술 혼영 혼행 이런 단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나 홀로 문화가 확산되어
자발적 고립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유행으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하고, 그런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계에 지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가족이나 지인 직장 등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내적치유를 갖는다고 합니다. 일면 일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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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형제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혼밥이란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말한다는데, 나는 혼자서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것이 편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직 혼자서 식당에 밥 먹으러 간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지인은 혼자서 식당엘 가는 것이 편하다고도 합니다. 상대의 눈치 볼 것도 없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시키고 주변의 눈치 볼 것 없이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홀가분하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할 것 같고, 그러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무남독녀인 내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나는 베이비붐세대라 친구들이 대게 형제가 많은데 어쩌다 형제 없이 혼자인 친구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귀하게 여김을 받는 것이 내 처지와 비고 되어 나도 무남독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맞춘 교복이 커서 팔소매가 손가락까지 내려오게 헐렁하게 입고 다니다가 2학년이 되면 대충 몸과 비슷하게 교복이 맞고 3학년이 되면 팔목이 한참 드러나는 그런 교복을 입고 다녔는데, 외동딸인 친구는 교복을 여러 벌 맞추어 딱 맞게 입었습니다. 같은 교복이라도 어머니가 보시기에 어떤 여학생이 입고 있는 옷이 좋아 보이면 당장 새로 맞추어 주었습니다. 비슷한 검은색이지만 푸른빛이 도는 것이 예쁘다고 교복을 다시 맞추어 입히고 스커트의 통을 조금 좁게 하면 예쁜 것 같다고 다시 해 입히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늘 새것과 좋은 것으로 외동딸을 입히고 좋은 것으로만 먹이고 하면서 외동딸에게 올인 하는 게 그렇게 부럽더군요. 우리는 형제 많은 집답게 무엇 하나 내 것이 없고, 모든 물품을 여럿이 써야 하고 어린 동생들은 내 학용품까지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정도입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곱게 크는 내 친구는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뭐가 묻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었지만 동생 많은 것을 부러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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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수를 다녀오느라 근무가 앞뒤로 빡빡해서 몹시 고단한 10월을 보내고 났더니 감기가 걸려서 떨어지지 않고 오래 쿨룩거립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기침하는 것도 괜히 창피하다는 겁니다. 남에게 폐가 되는 것 같고 기침 한번 하려고 해도 눈치가 보입니다. 아프다는 소리 하기도 자존심이 상하고 피곤하다는 말은 더욱 하지 못하는 것은 나이가 스스로에게 주는 억압인 것도 같습니다. 친구가 “체력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라는 말을 해서 웃었는데 정말 그런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기운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이 말은 우리 할머니께서 말년에 많이 하시던 말씀인데 이런 말을 친구에게서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러다가 나도 “건강이 작년다르고 올해 다르네…..” 이러지나 않을지! ^^

마침 한이네 식구가 여름휴가를 미루었던 것이 있어서 온 가족이 휴가를 가고 나자 집이 텅 비었기에 아기들 없을 때 푹 쉬자고 맘먹었습니다. 한이 아빠 회사가 바빠서 여름내 휴가도 없이 일하더니 연말이 되면서 일이 조금 덜 바쁜지 밀린 연차를 다 써야 한다며 휴가를 가고 나자 나에게도 혼밥 혼잠 시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 아기들은 할머니와 다르게 아침형입니다. 한이 형제는 오전 6시쯤 기상을 해서 그때부터 놀기 시작합니다. 한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꼭 할머니를 깨웁니다. “할머니 공부하자.” “할머니 몰펀 가지고 놀자.” “할머니 어제 내가 만든 낙엽 보여 줄까?” 하면서 나를 깨우는 통에 아기들이 일어난 이상 더는 잘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아기들과 놀다 보면 아침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출근해야하고,  그래서 아이들 없을 때 아침잠도 푹 자고 아기들에게 방해받는 일 없이 쉬리라 맘먹었는데 아이들이 없으니 편하다기보다 너무 적적하고, 첫째 아무 재미가 없습니다. 거실도 어지르는 사람이 없으니 청소를 해 놓은 그대로 있고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안 들리니 집안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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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 외로움” 이라는 등식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혼자인 것은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한이네가 휴가를 마치로 집에 돌아와 거실이 어수선하고 아이들 소리로 꽉 차면 좋겠습니다.

아기들과 함께 공원 산책도 가고, 샌드위치도 사 먹고, 가나다라 공부도 하고 몰펀으로 장난감도 만들고 하면서 놀아야 하겠습니다. 이 아기들도 조금 더 자라면 할머니랑 놀아주지 않겠지만 그때까지라도 ……..

2 Comments

  1. journeyman

    2016-11-09 at 16:40

    저도 혼자서 무얼 한다는 게 눈치 보이고 어색했었는데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지니까 나름 괜찮더군요.
    혼자일 때는 하지 못 했던 일들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니
    둘이 있을 땐 둘이 하고 혼자 있을 땐 혼자 하고.
    오히려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는 듯합니다.

  2. 데레사

    2016-11-09 at 17:10

    혼자일 때가 좋을 때도 있고
    여럿일 때가 좋을 때도 있고..
    나는 변덕이 심해요. ㅎ

    몽이 정말 자꾸 달라집니다.
    지지 않기 위해 운동도 하고 노력 하지만
    가는세월 누가 막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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