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분서갱유 (1)
분서갱유 (焚書坑儒)는 책을 불태우고 선비를 생매장하여 죽인다는 뜻으로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학자들의 정치 비평을 금하기 위하여 경서를 태우고 학자를 구덩이에 생매장한 가혹한 정치를 이르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문화계의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하던 문화체육부 장관이 그 일로 수감되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은 예술 활동에 제약을 두어 불이익을 받게 하는 원시적인 일입니다. 블랙리스트는 몇 천 년 전 분서갱유 같은 일이 요즘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예술의 다양성과 활성화를 위해 쓰여야 할 정부 지원금을 오히려 예술을 길들이는 데 사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잣대를 들이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작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금서

가톨릭교회의 금서목록,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 히틀러의 분서 만행 등 사회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 수많은 책이 찢기고 불태워졌으며 작가는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해가 될 만한 새로운 가치와 사상의 싹을 없애려 했습니다. 금서 조치는 그들이 가장 손쉽게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통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작가들은 수많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펜을 무기 삼아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사회 갈등을 풍자하고 악행과 부조리를 고발합니다.
금서의 이유로 가장 큰 것은 사회비판과 대중 선동을 막겠다는 정치권력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untitled (1)

우리는 고전으로 읽었을 뿐인데 닥터 지바고 같은 소설도 그 시대는 금서였습니다.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남자의 운명 이야기였고 작가는 정부에 반기를 들려는 의도가 조금도 없었지만 정치적 시각으로 보자면 이 소설 속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들을 찾아낸 것입니다. 모든 혁명은 혁명 자체가 불법인데 소설을 불법으로 만들어 읽지 못하게 한 권력이었던 것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한마디 농담에서 시작된 농담 같은 인생의 굴레를 이야기했다고 해서 금서가 되었고, 병보다 무서운 것은 자유를 빼앗기는 일이라는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병동도 금서였습니다.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 명작으로는 인간을 재물로 삼은 악마의 실험 “악마의 시”( 살만 루슈디) 강요된 영웅주의에 대한 고발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레마르크)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킨 국민영웅의 투쟁 “피가로의 결혼”등이 있고,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로 금서가 된 명작으로는 호밀밭 파수꾼, 수상록, 에밀 살로메 등 대부분 우리가 읽어서 알고 있는 도서입니다.
풍기문란으로 금서가 된 것들로는 롤리타, 악의 꽃, 보바리 부인의 연인, 북회귀선 등등 지금도 읽기 거북한 것들도 있습니다.
푸시킨이나 빅토르 위고 같은 작가의 글들도 한때는 출판을 거부당하기도 했더군요.

금서를 보면 특정 시대에 특정 지역의 사회 풍조와 그 사회에서 인정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사상과 행위가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즉 금서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자유의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가 됩니다. 대체로 문학이 금서가 된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그 작품을 고전으로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 같습니다.
지금은 추천도서 목록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에밀’은 1762년 출간과 동시에 로마교황청의 금서가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루소는 한동안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어 각지로 도망 다녀야만 했습니다. 봉건 통치와 종교를 반대하는 민주정신을 표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서의 이유였습니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 하나하나에는 모두 한 시대를 뒤엎을 만한 위대한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을 유지해야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문학의 역사에서 자행된 이른바 문화 방화 사건들을 당시 작가 및 주변 인물들이 남긴 기록과 풍부한 원문 인용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1 Comment

  1. 석초

    2017-02-05 at 04:58

    공부 많이 되네요.
    영원한 제국을 꿈꾸는 자들의 만행이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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