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요즘 손자며느리 보는 기대에 들떠 있습니다.
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많은 자녀를 낳아 기르느라 고생은 하신 중에 크고 작은 경사를 많이 보시기도 했습니다. 외손주 사위도 보셨고 증손자도 두셨고 연세가 드시고 자녀를 앞세운 참혹한 일도 겪으셨지만 기쁜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 중에 이번 손자 결혼식이 어머니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 되는 것 같습니다. 큰아들의 아들 즉 장손 며느리를 보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 평소 어머니는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는 분인데 이번엔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결혼식장에 그을린 얼굴로 나갈까 봐 벚꽃 구경을 가서도 햇볕도 안 쐬려고 그늘을 골라 다닙니다. 할머니가 깔끔하고 젊게 하고 참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할머니가 추레하면 사돈 식구들에게 손자 체면이 깎인다는 이유입니다. 머리 염색은 결혼식 3~4일 전에 하고 한복은 어떻게 입어야 할지도 궁리하십니다. 어머니 생애에 손자며느리 보는 일을 가장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 우리도 보기 좋습니다.
친정 조카가 결혼하는 것을 보는 일은 고모인 저도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오라버니 내외분이 며느리를 맞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나는 오라버니보다 결혼도 일찍 했지만 아이도 빨리 낳았고 결혼도 다 시켜서 벌써 손자가 네 명인데 오라버니는 자녀 결혼이 늦어져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것이 누나에게 조금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차례 따질 것 없이 형편에 닿는 데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조카는 성악을 하는 사람이고 조카의 아내 될 사람은 피아노 반주자입니다. 그야말로 부창부수입니다. 남편은 노래 부르고 아내는 반주하고, 같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공감대도 좋고 이해의 폭이 넓을 것 같습니다. 조카며느리 될 사람이 보기 드물게 어질고 예뻤습니다. 인연이라서 그런지 우리 딸 들하고 닮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신랑 누나하고도 자매처럼 닮아 보였습니다. 시누이하고 닮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묘하게 우리 집안 딸들과 외모나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둘이 인연이 되기까지는 조카의 성악을 지도한 선생님이 큰 역할을 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몇 년 전에 우리 조카에게 피아노 하는 숙녀를 소개해 주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에선 가깝게 지내지 않다가 조카가 독일 유학 중에 이태리에 있는 신부를 찾아가면서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조카며느리 상견례 겸 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나가려고 할 때 우리 딸이 저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엄마는 ‘시’자가 들어가는 시월드의 일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예쁘다고 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마세요.” 딸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조카며느리가 예쁜 것 외에 뭐 트집 잡을 일이 있겠어요. 정말 두고 보기에도 아깝기만 하던걸요.
두 아이가 다 좋은 부모 밑에서 곱게 잘 자라 그늘이 없고 공부도 잘하고 앞길도 잘 열리는 다복한 사람들입니다. 조카는 사무엘 윤이라는 유명한 바리톤 가수의 추천으로 퀼른에서 오페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조카는 체격이 크고 목소리가 좋아서 바리톤으로서는 최상의 조건을 가졌다는 평을 받는다고 합니다.
나도 우리 어머니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면 손자며느리 볼 날이 있겠지요? 손자가 3살 4살 6살 7살 이니 앞으로 25년만 더 살면 될 것도 같습니다. ^^
데레사
2017-04-19 at 11:55
그렇게 살겁니다. 걱정마세요.
나도 우리 지수 시집가는것 보고 죽고 싶거든요.
그런데 세월이란것이 자꾸 병원 나들이를 많이
하게 만드네요.
어머님 건강하셔서 무엇보다 반가워요.
김 수남
2017-04-19 at 13:03
네,언니! 당연히요,딸은 친정어머니 닮는대요.그러니 언니도 건강하게 장수하시면서 손자며느리도 보실거에요.4명의 손자들이 장래에 만날 신부들이 벌써부터 기대가됩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신 모습의 언니 어머님을 사진으로지만 뵐 수 있어 반갑고 감사합니다.어머니께서 그렇게 기뻐하신다니 함께 즐거워집니다.
사랑과 화목이 있는 아름다운 가정들이 모여서 더욱 행복한 나라를 이뤄가심을 축하합니다.
친정 조카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따님들 닮은 예쁜 조카며느리 맞이하심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