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중에 가와바다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같은 분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우리나라에선 글 쓰는 분들의 자살률이 낮다고 하는데 며칠 전 마광수 교수님이 자살을 했습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장 장미여관으로, 즐거운 사라
이런 책을 써서 소란스럽게 했던 분인데. 나이 들어 정년퇴직하고 해직 경험 때문에 명예교수가 못 되고, 외로움과 우울에 빠져 홀로 지내다 생을 마감한 그분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사람들은 동정심을 표하고 측은해 합니다. 살아 있었을 때는 비난 일색이던 매스컴들도 다 마 교수의 죽음을 추모하는 모습입니다.

보편적인 정서에서 벗어난 소설을 써서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비쳤던 마 교수의 실제적인 삶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야한 여자가 좋다,라고 하지만 좋을 뿐이었고
가자 장미여관으로,라고 선동적인 제목의 소설을 내긴 했지만 장미여관으로 가 본 것 같지는 않고
사라는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마 교수는 즐겁지 않았나 봅니다.
우리 딸이 저에게 “저런 책을 다 읽었었냐?”라고 묻기에
읽었다고, 저 책이 우리 집 책꽂이에 꼽혀 있었는데 못 봤냐고 했습니다.
저책이 출간될 즈음에 우리 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 때라 집 책꽂이에 있어도 관심이 없었다 봅니다.
“저런 소설로 인하여 마광수 교수가 교도소에 잡혀 갔다고 하는데 엄마가 읽어보니까 교도소에 갈 만한 내용인가?” 궁금해하며 나에게 묻더군요.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맞는 것은 아니고 저의 생각입니다.)
“작가가 신분이 교수만 아니었으면 재판까지 받을 일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그분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기 때문에 교도소를 갔다고 생각한다. 포르노 작가가 포르노를 쓴다면 왈가왈부할 일도 없지만 그가 직접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이기 때문에 주목받았던 사건이고 강단에 서는 사람이 보편적인 정서를 벗어나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만약에 나도 저런 교수가 내 아이를 가르친다면 싫을 것 같아. 애들을 다 버릴 것 같거든 ㅎㅎㅎ”했더니
“저런 책을 본다고 애들을 버리지는 않아요. 애들이 더 잘 알고 있어요.” 이러는군요.

성은 은밀해야 하고 그래야 인간의 품위가 지켜진다고 봅니다. 사실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내가 더 위선적인 사람이 맞지만,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의 경계는 인간이 서로 정한 보이지 않는 룰이고 보편적으로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미여관으로 가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야한 여자가 아니더라도
아내가 있었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킬 가정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었다면?
자살을 방지할 수 있었을까……

마 교수의 이런 시 보셨어요?

나도 못생겼지만

마광수 詩

못생긴 여자가 女權 운동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여자가 남자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남자가 윤리 도덕 부르짖으며 퇴폐문화 척결 운동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남자가 性 자체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여자들과 못생긴 남자들을 한데 모아
자기네들끼리 남녀평등하고 도덕재무장하고
고상한 정신적 사랑만 하고 퇴폐문화 없애고
야한 여자 야한 남자에 대해 실컷 성토하게 하면

그것참 가관일 거야
그것참 재미있을 거야
그것참 슬픈 풍경 일 거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일이 우리나라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도화선이 되지 않았을까?  남자건 여자건 다 잘생기고 예뻐야 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 시대가 된 것이 마 교수의 글 영향이 조금은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보다 잘생긴 사람은 다 감방 보내야 해”
이런 말을 농담으로 하는 지인이 있는데 농담만은 아니겠지요? ^^
장동건처럼 잘생긴 사람이 없거나 비교할 상대가 없이 내가 가장 잘생겼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지요. 사람을 못생겼다. 잘생겼다. 예쁘다. 밉다. 이렇게 편 가르는 것을 금기시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많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던 마광수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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