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의 부친상에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60대 중반이다 보니 부모님 연세는 80대 후반에서 100세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94세 할아버집니다. 모친도 92세신데 집에서 모시다가 더 이상은 도저히 하실 수가 없어서 요양원으로 모신지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요양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요양원 입소 전부터 부친 일로 통화를 여러 번 했습니다. 모친이 부친을 요양원에 모시는 일을 힘들어하신다고 해서 “정작 본인은 다른 가족이 느끼는 것처럼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으실 거라.”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처음 모신 후에 가족들이 가지는 감정은
말 못하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처음 떼어 보낸 것과 똑같은 심정이 됩니다.
가족의 근심과 달리 정작 본인은, 잠자리가 달라진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경험상 적응이 금방 되실 거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아버님을 요양원에 모셔놓고 걱정이 되어 다음날 면회를 갔더니 너무 잘 계셔서 모친이 배신감이 들었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그다음엔 연세가 높으니까 질병에 대한 대처인데 위중해지셨을 때 큰 병원 응급실이나 요양병원으로 이송할지는 가족들이 의논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왔습니다.
부모님이 90이 넘으셨고 가족을 못 알아보고 살아계시는 것이 본인 스스로에게 고통이 될 것 같으면 생명 연장을 거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콧줄로 식사를 하고 본인 의사에 반하는 대소변이 나오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상황까지 생명을 연장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어느 즈음에서는 가족들이 포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내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던 분을 빈소에서 뵙고 보니 내가 잘 못 말했을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 사셨으면 좋았을까?
존엄하게 돌아가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잘한 일일까?
더 사시고 싶지 않으셨을까?
빈소에서 쳐다본 할아버지 사진은 웃고 계셨습니다.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간병 문제가 가장 큽니다.
아픈 환자를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각자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집중할 유휴 인력이 있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배우자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같이 나이가 드셨기 때문에 기력저하로 병든 분을 케어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생겨났습니다. 요양병원에서도 여태는 조선족 간병인들이 잘 해왔지만 그분들도 오랜 한국생활에 적응이 되었고 이제는 노인 대소변을 치우는 간병 일을 안 하려고 해서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어른의 대소변 기저귀를 가는 일이 간병하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 앞으로 이런 일을 로봇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직원들끼리 해 봤는데, 사람을 돌보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컴퓨터 시대이고 로봇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아기를 돌보는 일이나 환자를 간병하는 일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사람의 몸을 기계적으로 다룰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번 대변의 양상도 다르고 일정 부분에만 묻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변을 보면 등 쪽으로까지 퍼져 가기도 하고 대변을 손으로 만져서 침대와 이불에 골고루 발라 놓기도 하는데 이런 일들은 기계적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일입니다. 냄새나고 힘들다고 투덜거려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손으로 사람을 만지고 뒤적거리면서 닦아야 하고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야 합니다. 침상의 시트를 갈아야 하고 체위를 변경해야 하는 등의 일이 단순노동 같지만 따뜻함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체형이나 몸무게, 자세, 체형 이런 것을 상세하게 입력된 로봇의 지능이 인공지능을 능가한다고 해도 사람의 손으로 하는 디테일은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도 100세 시대에 걱정해야 하는 큰 문제입니다.
無頂
2018-01-11 at 13:29
공감이 가네요.
요양원 안가고 가야하는데 ~~~
데레사
2018-01-11 at 17:21
장수가 축복이 아니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자신의 몸처리를 할수 있을때 까지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초아
2018-01-13 at 06:14
아이들에게 부탁두었어요.
거동을 못하게 되면 요양원에 보내고,
위급한 일이 생기드라도 생명줄에 의지해서
오래 살고 싶지는 않으니, 흔들리지 말고
선택의 순간이 오면 엄마뜻대로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