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양병원엔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조선족들이 하던 간병 일을 이젠 안 하려고 하고 그 일을 러시아 쪽에서 오는 고려인들이 그 자리를 조금씩 메꿔 가고 있습니다. 처음 조선족들은 일의 강도를 따지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목표로 열심히 일했지만 요즘은 그분들도 한국에 나와 사는 요령을 터득하고, 쉽게 사는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간병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동의 강도를 소득으로 환산해 볼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그분들도 휴대폰을 통한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같은 조선족이라도, 같은 연변 출신인지 친척인지 동창인지 그런 것도 따져보고 끈끈하게 엮여 있습니다. 어느 요양병원은 좀 편하데, 일당이 천 원이 더 많데,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옮겨갑니다. 우리 병원에서만도 간병인에게 지출하는 임금이 많은데 그것이 다 중국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됩니다.
어제는 새로운 간병인이 왔다고 해서 만났더니 6년 전 약국을 할 때 약국 앞에 있는 모텔에서 일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모텔에서 7년을 일했다고 하니 오랜 세월 봐온 분입니다. 여관을 그만두고 식당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개인 간병을 한다고 했습니다. 개인 간병은 환자 한 분을 24시간 돌보는 직업입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낙상의 우려가 높은 환자로 식사에서부터 대소변까지 밀착 간병을 해야 합니다. 환자가 잠을 안자면 간병인도 잠을 못 자고 해야 하는 일이라 힘이 듭니다. 그래도 식당 일보다는 낫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하루 10만 원 내외를 법니다. 오랜만에 만났더니 반가운지 여러 말을 하는데 결국은 자기 자랑이었습니다. 돈을 많이 모아 중국에 집도 사고 한국에도 연립주택을 한 칸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안 쓰고 악착같이 모았기 때문입니다. (이분 이야기를 2010년도에 쓴 것이 있어서 올려놓겠습니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 신림동인가? 어디 조선족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에 가면 1억 정도 하는 차가 즐비한데 그것이 조선족들이 몰고 다니는 차라고 합니다. 그분들이 억척스럽고 이재에 밝기 때문에 이미 많은 자본을 축적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노동 가치를 생각했지만 그분들은 그러는 사이 자본가가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화교들이 경제권을 잡지 못했답니다. 다시 조선족을 싼 임금에 혹해서 가사도우미로 간병인으로 식당 종업원으로 일을 시켰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그들의 발 마사지를 할 때가 온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되도록 힘든 일은 하지 않고 텔레비전에서 보는 재벌 노름이나 선망을 하다가 닥치는 재앙일 수 있습니다. 임금을 더 주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 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면 그 돈이 외국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 아니냐는 처방이 나오기는 하지만 실현 가능이 낮습니다. 우리는 이미 사람을 부리는데 익숙해졌고 노동이 체질화되지 않았습니다.
journeyman
2018-03-28 at 02:46
머지않아 한국 사람이 조선족 밑에서 일할 날도 있을 거 같습니다.
조선족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 중국 사람인데 너무 동포애를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