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 두 마리가 우리 집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햄스터가 귀염도 떨고, 햄스터 집 가까이에 가면 입을 내어 밀면서 반가워합니다.
애들은 햄스터와 같이 노는데 나는 햄스터가 쥐같이 생겨서 비호감입니다.
어느 날은 한이가 햄스터 집 문을 열어놔서 햄스터 한 마리가 집안 어디론가 숨어버려
하루를 못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난 햄스터가 침상 위로 올라오거나 옷장에 들어가 옷을 쏠지 않을까 무척 공포스러웠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생포해서 우리에 가두었는데 어른들은 햄스터를 공포스러워하는데
아이들은 햄스터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그만 날벌레를 무서워합니다.
햄스터 먹이에서 가끔 쌀벌레가 날아 나와서 쌀벌레를 보면 까꿍이가 기겁을 합니다.
어느 날 까물칠 듯 비명을 지르기에 무슨 큰일이 났나 했더니
겨우 쌀벌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러는 것입니다.
까꿍이가 쌀벌레를 보고 호랑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기에
“까꿍이는 이렇게 크고 쌀벌레는 손톱보다 작은데 뭐가 무서워?” 물었더니
내 품에 숨어들 듯이 달려들면서 쌀벌레 무섭다고 웁니다.
나는 벌레를 잘 잡지만 까꿍이 엄마는 날벌레를 무서워해서 잡지를 못합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햄스터를 치우지 않는 한 쌀벌레의 출몰은 더 잦아질 터인데
그때마다 아기가 놀랄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쌀벌레 퇴치 방법이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7살 한이가 개발했습니다.
제 형이 하는 일은 다 따라 하고 형이 하는 것은 뭐든지 부러워하는 까꿍이니까
할머니보다 형의 말이 더 잘 먹힙니다.
까꿍이가 납득하고 실행해 보려고 하는 쌀벌레 잡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모나미 볼펜으로 볼펜 심 반대쪽을 눌러서
쌀벌레가 나타나면 볼펜 심으로 꼭 찍어서 잡으면 된다고 형이 큰 소리를 칩니다.
까꿍이는 당연히 그 방법이 옳다고 믿습니다.
까꿍이는 벌레를 찌를 수 있는 볼펜이라는 무기를 손에 들으니
쌀벌레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두 형제가 거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볼펜 꼭지를 빠르게 딸깍거리는 연습을 열심히 하더군요.
쌀벌레가 나타나면 볼펜으로 콕 찔러서 잡고 물티슈로 닦자고 예행연습까지 합니다.
과연 한이와 까꿍이의 볼펜 꼭지에 쌀벌레가 잡히는 날이 올지는 의문이지만,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된 것만도 큰 소득입니다.
데레사
2018-04-05 at 15:52
쌀벌레 생기지 않게 하는 법
통마늘을 쌀통에 몇 개씩 넣어두면 절대로 쌀벌레 안생겨요.
잡는것도 좋지만 안 생기면 더욱 좋으니 꿀팁 가르쳐 드립니다.
나도 햄스터는 싫은데 아이들은 좋아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