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아들이 들려준 작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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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최인훈 작가의 아들인 최윤구 음악 칼럼니스트가 아버지의 삶과 문학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지난 7월에 타계한 최인훈 작가를 기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고양에서 18년을 거주한 최인훈 작가의 작품 중 광장’ ‘태풍’ ‘회색인’ ‘화두를 차례로 읽는 이 프로그램의 첫날 최윤구 음악 칼럼니스트가 도서관을 찾아왔습니다. 모여서 아버지의 작품을 읽는 것이 감사해 직접 인사를 온 것입니다. 이날 청중들이 최윤구 음악 칼럼니스트로부터 아버지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라며 요청했고 이번 강의는 이를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문학이었다.”라는 최윤구 음악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최인훈의 삶과 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최윤구님도 단정한 자세로 단어 하나하나를 유의해서 말하는 모습에서 작가가 아들도 잘 키우셨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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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의 아드님은 단장(斷腸)의 슬픔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중국 진나라 장군이 촉나라로 가던 중 새끼 원숭이가 하도 귀여워 강제로 원숭이 한 마리를 배에 실었는데 어미 원숭이가 배를 따라오며 새끼를 돌려달라고 하더랍니다. 여러 날 만에 어미 원숭이를 배에 올라오게 했더니 아기 원숭이를 보자마자 죽더랍니다. 죽은 어미 원숭이 배를 열어보니 자식과의 생이별이 얼마나 애통했던지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단장(斷腸)장이 끊어질 듯한 슬픔이나 괴로움을 이르는데 최윤구님은 아버지를 보낸 지 3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서 아직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해 강의 중에도 자주 울먹거리거나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김윤식 평론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해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문상 가면서 몹시 애달팠다고 하는군요.

최윤구씨는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강의를 주업으로 삼고 있기에 강의가 서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이야기를 대중에게 한다는 것이 몹시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받고 대답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아버지가 엄격하셨냐?”라는 질문에는 아버지께 야단맞을 때도 황홀했다.”라는 말로 대신하더군요. 부모님께 야단맞는 것이 황홀한 자녀가 또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야단맞았느냐 물었는데 기억해 내지 못하더군요. 야단맞을 일도 야단칠 일도 없었던 따뜻한 부자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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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는 늘 생각이 많았다고 합니다. 병으로 누워 계실 때도 생각을 많이 하셔서 며느님이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더라는군요. 항상 깊이 생각하셨고 늘 올곧은 생각을 전하려고 하셨답니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사회집단의 사상이나 행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거나 이끄는 관념의 세계인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데올로기로 남과 북이 갈리는 것을 최인훈 작가는 목격했습니다. 그 충격을 소설로 녹여낸 작가는 1973년 판 “광장서문에서 작품 속 주인공인 이명준을 자신의 친구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아들에게 이명준을 그렇게 죽게 한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최인훈 작가에서 죽음이란 광장을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하더군요. 조금 더 오래 사셨으면 이명준이 바다가 아닌 광장에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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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구 님께 아버님도 음악을 좋아하셨나 묻자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고 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코라고 했고 작가의 제자라는 분이 일어나서 교수님 방에는 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평지에서 보는 풍경과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다르다며 클래식이 어렵다고 하지만 단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음악 칼럼니스트답게 말하더군요. 서양 고전음악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완성도가 높은 음악이라 들으려고 노력하면 들린다는 것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오랜 시간 산을 다닌 실력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것처럼 음악도 듣는 단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더하여 작가의 제자였던 분이 “광장이나 회색인 같은 소설이 어렵다고 하지만 고급한 독자를 많이 둔 최인훈 작가는 행복한 분”이라고 말해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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