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중요합니까? 아내가 중요합니까?
지인의 딸이 결혼하여 남매를 낳고 살고 있는데 요즘 들어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부 사이는 별문제가 없는데 시부모님께서 여러모로 어렵게 한다는 것입니다. 결혼 전에도 며느릿감이 맘에 들지 않아서 반대를 몹시 했기 때문에 이미 갈등을 안고 시작한 결혼이었습니다. 감정이 서로 상한가운데 시작한 결혼이라 시부모와 며느리가 서로 보니 안 보니 하면서 왕래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시아버지가 병이 났습니다. 식도암이라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하고 그 후로는 입으로 드시지 못하고 위 튜브를 이용해서 유동식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 혼자 환자 간호에 지쳐 며느리와 합가를 하고 싶어 하는데 며느리 입장에선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합가를 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긴 하겠지요. 시어머니 입장에선 환자를 혼자 돌보지 않고 며느리의 손을 좀 빌릴 수도 있고 며느리는 두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일도 할 수 있고, 생활비도 절약되고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극렬하게 반대한 결혼을 했기에 애초에 고부 간은 멀어진 사이라 며느리는 시부모님이랑 함께 사는 것이 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엔 시부모가 건강하고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함께 살려고 하지 않는데 감정이 극도로 나쁜 관계에서 병까지 든 시부모를 모시고 살 며느리가 어디 잘 있겠어요?
그러니 아들은 중간에서 아주 곤란한 겁니다.
아픈 아버지를 얼마 동안이라도 모시고 살다가 보내드리고 싶기도 하고 아내가  양보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는 겁니다. 며느리 입장에선 조금도 그럴 마음이 없고요.

얼마 전 친정에서 해 논 김장김치를 가지고 가라고 해서 내외가 처가에 함께 가게 되었는데 사위가 장인 장모 앞에서 불퉁거렸나 봅니다. 너도 우리 부모님께 잘하지 않는데 나도 네 부모에게 잘하기 싫다. 이런 감정이었겠지요. 그러다 부부싸움이 커져서 둘이 헤어지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5살 된 아들이 있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아는 사람들은 다 말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없으면 다시 얻으면 되지만 부모는 바꿀 수가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오래전 윤리를 아내에게 들이댄다고 하는데 요즘 이런 말이 먹히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중국의 마윈은 “알리바바”​ 1등 공신은 아내라며 늘 고마워한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중요합니까? 아내가 중요합니까?”라고 마윈에게 물으니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는 어머니가 낳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한테 잘 해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지만 아내가 나한테 잘 해주는 건 응당한 일이 아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았을 때 고통은 아버지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아버지는 응당 어머니에게 잘해야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나는 응당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하든 어머니는 영원히 나의 어머니지만 내가 잘못하면 아내는 남의 아내가 될 수 있다.
​어머니는 나의 3/1 인생을 책임지지만 아내는 나의 3/2 인생을 책임진다. ​아내는 나의 후반생을 보살피니까 어머니는 아내에게 감사해야 하고 어머니의 후반생도 아내가 보살피니까 나는 응당 아내에게 감사드려야 한다.
시어머니 되는 분은 내 또래인데 그분은 시집살이를 한 분이라 며느리를 옛날식으로 대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픈 남편은 아내가 책임지고 보살피고 아들은 며느리와 손자들과 잘 살기만 바라야 합니다. 내가 낳은 아들이니까 하면서 자꾸 간섭을 하다 보니 아들 며느리 사이를 갈라놓게 되는 겁니다. 만약 둘이 헤어지면 손자 손녀는 시어머니가 키우겠다고 한다는데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엄마 없이 아이들을 할머니가 키우겠다고 하는 발상이 그릇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자녀들에게 효도를 바라면 힘들어지고 자녀가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아들에게 효도를 바라서 며느리와 헤어지기를 종용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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