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최근에 극한 직업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다는 말은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영화는 거의 안 보는 편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극한 직업이라고 해서 내용이 무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코미디라고 하더군요. 경찰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개업했는데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바빠지는 그런 얘기라고 합니다. 언제고 시간을 내서 보려고 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을 받습니다. 커피숍에서 바쁘게 커피를 뽑아내는 젊은이를 보거나 커다란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아주머니를 봐도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모를 정도로 게임에 몰두해 있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식당에서 손님이 먹고 나간 탁자를 치우는 아주머니가 행주질을 성의 있게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건성으로 행주를 탁자에 치덕거리는 분도 있는데 그런 분에게는 식당 일이 극한 직업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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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수백 명이 단체로 들어가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몸집이 작고 가냘프게 생긴 할머니가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빙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나이에도 건강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지만 분명 삐걱거리는 관절을 가지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며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똑같은 상차림 수백 개를 구격에 맞게 엄격한 구도로 차려진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멀미가 날 것 같았습니다. 10대 초반의 아이 같은 체격의 할머니가 팔랑거리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름답고도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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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데는 먹고 난 뒤처리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상을 차리고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먹고 난 후 설거지는 어마어마한데 그걸 씻어서 정리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도 그릇을 씻는 일은 배변 뒤처리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어 뒤로 나오는 일은 생존을 위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배변처리를 남의 손에 의탁하게 되면 삶이 비극이 됩니다. 누워있는 환자분의 소변까지는 기저귀가 좋으니까 어렵지 않게 처리가 되지만 누운 상태에서 설사라도 하며 매번 난감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간병 일을 하겠다고 의욕을 가지고 왔다가도 하루 밤만 자고 나면 날이 밝기를 기다려 새벽에 말도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조선족 간병인들은 돈을 벌려고 온 일이라 어느 정도까지는 잘 견딥니다. 그러나 그분들도 이제는 한국 생활에 적응이 되었고 휴대폰으로 정보교환이 잘 이루어지다 보니 이직률이 높습니다. 좀 더 편하고 급여가 높은 곳을 찾아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간병 일도 극한 직업에 속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극한 직업이라 생각입니다. 자기표현도 못 하는 여러 명의 아기들을 모아놓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울음을 달래고 놀아주고 하는 일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학부형의 요구와 감시가 만만치 않습니다. 내 아이 한 명 돌보는 일도 힘이 드는데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중에는 말 못 하는 아기들을 학대하는 선생님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분은 다른 직업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고요.

태권도 학원에 손자를 보내놓고 참관을 하루했는데 태권도 사범님도 몹시 어렵겠더군요. 아이의 발차기를 위해 글로브 같은 것을 들고 계시는데 발차기에 따라 사범님 몸이 휘청거립니다. 그뿐 아니라 아이의 섣부른 발차기에 얻어맞을 것 같은 위험이 느껴졌습니다.

직업 앞에 극한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더 이상 어려울 수 없는 직업을 말하지만 사람이 먹고사는 일이 쉬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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