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미디어시티 역에서

지난 토요일 DMC 예식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내가 차가 없는 것을 아니까 병원으로 와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출발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나는 병원으로 가느니 그 시간이면 일산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DMC 역에 내리면 간단할 것 같더라고요. 따로 출발하겠다고 얘기하고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예식이라 1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걷고 열차를 환승하는 시간을 모두 합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오고 일산역 승강장에 내려서자 바로 기차가 도착하는 등 유난히 교통 연결이 잘 되어 그때까지는 집에서 너무 일찍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의선은 문산에서 출발해 오기 때문에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승차해 있는 시간은 서서 가도 피곤치 않는 26분 거리였습니다. 기차가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도착하여 습관대로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지하철이나 기차는 지하로 다니든 지상으로 다니든 출입구는 승강장에서 항상 위로 올라가야 하잖아요.

계단을 다 올라서 카드를 찍고 나와서 8번 출입구를 찾았으나 출구는 6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디엠씨 예식장은 8번 출구에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지? 조금 당황이 되었습니다. 디엠씨 역 광장으로 나가 두리번거렸으나 수색로가 보이고 가스충전소가 보일 뿐 예식장 비슷한 건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디엠씨 역 광장 반대쪽에 철길 건너편으로 가는 길이 있나 보다 생각되어 카드를 찍고 건너편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온 길을 되짚어갔습니다. 카드까지 새로 찍고 들어가 아무리 둘러봐도 문산방향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서울역방향으로 가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두 길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일산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라 다시 돌아서 카드를 찍고 나오는데 근처에 분명 있을 듯한 8번 출구가 어디쯤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바람 부는 역 광장에서 휴대폰으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찾아보니 경의선과 6호선, 공항철도가 H 자로 얽혀 있었습니다. 같은 미디어 시티역이라는 역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엄청나게 거리가 떨어져 따로따로 존재해 있었습니다.

일단은 6호선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는 입구 찾아야 했습니다. 경의선 디엠씨 역 광장에서 LPG 수색 충전소를 끼고돌아 4번 지하철 입구를 찾으니 어찌나 반가운지 이제는 됐다고 안심이 됩니다. 어찌 되었든 지하로 들어가면 8번 출입구가 나올 테니까요. 그러나 그 길도 만만치 않게 멀었습니다. 얼마큼 가다 보니 6번 출입구 안내문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경의선 디엠씨 역에서 하차하면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도 6호선 방향의 지하통로가 있었던 겁니다. 나는 그 길을 놓치고 역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돌고 돌았던 것입니다.

6호선이 다니는 지하에서 오르락내리락 한참을 했더니 공항철도로 가는 통로가 보입니다. 6호선에서도 공항철도로 연결된 길이 얼마나 긴지 무빙워크까지 있더군요. 여기서 카드를 또 찍어야 합니다. 요금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카드를 대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입니다. 공항철도역을 통과해 나오면서 또 카드를 찍어야 하고.

디지털미디어시티 역명은 하나인데 경의선에서 카드 두 번 찍고 들락날락하고, 6호선 통과하느라 카드 찍고 공항철도역에서 또 찍고, 요금이 얼마나 부과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수색로와 인접한 경의선 미디어 시티역 광장에서 나는 깊은 산속에서 조난당한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표지판을 읽을 줄 알고 휴대폰으로 네이버 지도를 볼 줄 아는데도 그렇게 막막했습니다. 내가 유난히 방향감각이 없고 길치라서 더 하기는 하지만 미디어 시티 8번 출구라고 간단하게 안내를 받으면 나처럼 고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공항철도 미디어 시티역이라고 꼭 안내를 해야 하겠어요.

제가 DMC 역은 서울을 오갈 때 수색로를 지나다니면서 자주 봤던 곳이라 익숙하게 생각했고요. 경의선 DMC 역만 생각했기 때문에 당한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나마 넉넉하게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으니까 예식 5분 전에 도착되었지 빠듯하게 갔으면 예식이 끝난 다음에 도착되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예식 전에 도착해서 식사를 먼저 하고 예식을 보더군요. 뻔한 길을 못 찾고 헤맨 나에게 스스로 화가 나서 식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식을 마치고 올 때는 병원 식구들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일산 병원까지 왔고요. 병원에서는 어떤 직원이 승용차로 집에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나는 그냥 수하물 별명답게 누구 차에라도 얹혀 다니는 것이 답이지 아는 길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고생을 함빡 했네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만만하지 않아요. ^^

2 Comments

  1. 김 수남

    2019-04-02 at 01:39

    네,언니 그러셨군요.그래도 예식 5분 전에 잘 도착하시고 안전히 다녀 오신 소식 반갑고 감사합니다.저도 한국 가면 지하에서 많이 헤매게 됩니다.바로 앞에 보이는데도 지하로 나가면 또 다른 방향으로 나오고해서 몇 번 헤멘 경험이 있어요.언니네 두 따님들 어머니 닮아서 너무 아름다워요.마치 3자매같아요.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한 봄 되세요

  2. 데레사

    2019-04-02 at 04:15

    그런 역이 꽤 많아요.
    그리고 역 이름이 왜 영어인지도 이해가
    어렵고요. 우리가 이럴진데 외국인들은
    얼마나 어렵겠어요?
    고생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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