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시 모음”

"김지하시인시모음"

"타는목마름으로"

신새벽뒷골목에
네이름을쓴다민주주의여
내머리는너를잊은지오래
내발길은너를잊은지너무도너무도오래
오직한가닥있어
타는가슴속목마름이기억이
네이름을남몰래쓴다민주주의여
아직동트지않은뒷골목의어딘가
발자국소리흐르락소리문두드리는소리
외마디길고긴누군가의비명소리
신음소리통곡소리탄식소리그속에내가슴팍속에
깊이깊이새겨지는네이름위에
살아오는삶의아픔
살아오는저푸르른자유의추억
되살아오는끌려가던벗들의피묻은얼굴
떨리는손떨리는가슴
떨리는치떨리는노여움으로나무판자에
백묵으로서툰솜씨로쓴다.

숨죽여흐느끼며
네이름을남몰래쓴다.
타는목마름으로
타는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만세.

"무화과"

돌담기대친구손붙들고
토한뒤눈물닦고코풀고나서
우러른잿빛하늘
무화과한그루가그마저가려섰다.

내겐꽃시절이없었어
꽃없이바로열매맺는게
그게무화과아닌가
어떤가
친구는손뽑아등다스려주며
이것봐
열매속에서속꽃피는게
그게무화과아닌가
어떤가

일어나둘이서검은개굴창가따라
비틀거리며걷는다.
검은도둑괭이하나가날쌔게
개굴창을가로지른다.

"거울겨울2"

설운것이역사다
두려운것역사다
두려워도피할수없는것역사
아하
그역사의
잔설위에서서오늘밤
별밭을우러르며
역사로부터우주를보고
우주로부터역사를보고
잔설속에서아리따운별밭을또보고.

"길"

걷기가불편하다.
가야하고또걸어야하는이곳
미루어주고싶다.
다하지못한그리움과
끝내지못한슬픈노래를
허나
길은걸어야하고생각은
가야하나보다.

눈물이흐른다.
보내야하고잊어야하는이곳
눈있어보지못한너와
입있어말못하는내가

허나
길은걸어야하고
생각은가야하나보다.

"들녘"

무엇이여기서
무너지고있느냐
무엇이저렇게소리치고있느냐
아름다운바람의저흰물결은밀려와
뜨거운흙을적시는한탄리들녘
무엇이조금씩조금씩
무너져가고있느냐
참혹한옛싸움터의꿈인듯
햇살은부르르떨리고
하얗게빛바랜돌무더기위를
이윽고몇발의총소리가울려간뒤
바람은나직이속살거린다.
그것은늙은산맥이찢어지는소리
그것은허물어진옛성터에
미친듯이타오르는붉은산딸기와
꽃들의외침소리
그것은그리고
시드는힘과새로피어오르는모든힘의기인싸움을
알리는쇠나팔소리
내귓속에서
또내가슴속에서울리는
피끓는소리
잔잔하게
저녁물살처럼잔잔하게
붓꽃이타오르는빈들녘에서면
무엇인가자꾸만무너지는소리
무엇인가조금씩조금씩
무너져내리는소리…

"서울길"

간다
울지마라간다
흰고개검은고개목마른고개넘어
팍팍한서울길
몸팔러간다

언제야돌아오리란
언제야웃음으로돌아오리란
댕기풀안스러운약속도없이간다.
울지마라간다.
모질고모진세상에살아도
분꽃이잊힐까밀냄새가잊힐까
사뭇사뭇못잊을것을
꿈꾸다눈물젖어돌아올것을…

간다
울지마라간다.
하늘도시름겨운목마른고개넘어
팍팍한서울길
몸팔러간다.

"만남"

밤이라도이리깊으면
밤이라할수없겠지

앞길뒷길다끊긴곳에

문득노여움처럼
난데없는희망한오리.

"백방8"

가지말라
바다가너를삼키리라.
가지말라
바다가너를밟으리라.
삼켜도밟혀도
떠나가야하는바다
떠나가야하는바다
바다
네이름
바다는그대에게내그대에게
백방뒤꼍후미진뻘밭마지막떠나던목선
전잡고넘어지던그대
그대에게마지막줄것
이름뿐…
마지막줄
비단주머니속에든것은
바다뿐…

"별빛마저보이지않네"

아직은따스한토담에기대
모두토해버리고울다일어나
무너진토담에기대우러른하늘

아무것도없는
댓잎하나쓰적일바람도없는
이렇게비어있고
이렇게메말라있고
미칠것만같은미칠것만같은
서로서로물어뜯지않고는견딜수없는
저불켠방의초라한술자리초라한벗들

날이새면
너는진부령넘어
강릉으로오징어잡이,나는
또몸을피해광산으로가야할마지막
저술자리

서로싸우지않고는서로물어뜯지않고는
견딜수없는낯선마을의캄캄한이시대의한밤
토담에기대우러른하늘
아아별빛마저보이지않네.


"빈산"

빈산
아무도더는
오르지않는저빈산

해와바람이
부딪쳐우는외로운벌거숭이산
아아빈산

이제는우리가죽어
없어져도상여로도떠나지못할아득한산
빈산

너무길어라
대낮몸부림이너무고달퍼라
지금은숨어
깊고깊은저흙속에저침묵한산맥속에
숨어타는숯이야내일은아무도
불꽃일줄도몰라라

한줌흙을쥐고울부짖는사람아
네가죽을저산에죽어
끝없이죽어
산에저빈산에아아

불꽃일줄도몰라라
내일은한그루새푸른
솔일줄도몰라라.

"사랑"

꽃피어도
나비
오지않는다.

봄의적막이
속에든다.


춥고
외로와
사랑하고저하나
내밀어볼
팔없다.

온마음
맨몸이죽도록
거리를걷는다
피투성이로걷는다
사랑하고저…

"새"

저청한하늘저흰구름
왜나를울리나
밤새워물어뜯어도닫지않을
마지막살의그리움..
피만흐르네더운여름날
썩은피만흐르네.
함께답세라아뜨거운
새하얀사슬소리여

날이밝을수록어두워가는
암흑속의별밭
청한하늘푸르른저산맥넘어
멀리떠나가는새
왜날울리나뜨거운햇살
새하얀저구름
죽어너되는날의아득함
아묶인이가슴…

"새벽두시"

새벽두시는어중간한시간
잠들수도얼굴에찬물질을할수도
책을읽을수도없다.
공상을하기는너무지치고
일어나서성거리기엔너무겸연쩍다.

무엇을먹기엔이웃이미안하고
무엇을중얼거리기엔내스스로에게
너무부끄럽다.가만있을수도없다.

아무것도할수없다.
새벽두시다.
어중간한시간
이시대다.

"생명"

생명
한줄기희망이다.
캄캄벼랑에걸린이목숨
한줄기희망이다.

돌이킬수도
밀어붙일수도없는이자리

노랗게쓰러져버릴수도
뿌리쳐솟구칠수도없는
이마지막자리…

어미가
새끼를껴안고울고있다.
생명의슬픔
한줄기희망이다.

"애린"

땅끝에서서
더는갈곳없는땅끝에서서
돌아갈수없는땅끝에서서
돌아갈수없는막바지
새되어서날거나
고기되어숨거나
바람이거나,구름이거나,귀신이거나간에
변하지않고는도리없는땅끝에
홀로서서부르는

불러내속에서차츰크게열리어
저바다만큼
저하늘만큼열리다.
이내작은한덩이검은돌에빛나는
한오리햇빛
애린

"중심의괴로움"

봄에
가만보니
꽃대가흔들린다.

흙밑으로부터
밀고올라오던치열한
중심의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흔들린다.

내일시골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틈"

아파트사이사이
빈틈으로
꽃샘분다.

아파트속마다
사람몸속에
꽃눈튼다.

갇힌삶에도
봄오는것은
빈틈때문

사람은
틈…

새일은늘
틈에서벌어진다.

"푸른옷"

새라면좋겠네
물이라면혹시는바람이라면

여윈알몸을가둔
옷푸른빛이여바다라면
바다의한때나마꿈일수나마있다면

가슴에꽂히어아프게피흐르다
굳어버린네모의붉은표지여네가없다면
네가없다면
아아죽어도좋겠네
재되어흩날리는운명이라도나는좋겠네.
캄캄한밤에그토록
새벽이오길애가타도록
기다리던눈들에흘러넘치는맑은눈물들에
영롱한나팔꽃한번이나마어릴수있다면
햇살이빛날수만있다면…

꿈마다먹구름뚫고열리던새푸른하늘
쏟아지는햇살아래잠시나마서있을수만있다면
좋겠네푸른옷에갇힌채죽더라도좋겠네.
그것이생시라면
그것이지금이라면
그것이끝끝내끝끝내
가리어지지만않는다면….

"황톳길"

(1)

황톳길에선연한
핏자욱핏자욱따라
나는간다애비야
네가죽었고
지금은검고해만타는곳
두손엔철삿줄
뜨거운해가
땀과눈물과모밀밭을태우는
총부리칼날아래더위속으로
나는간다애비야
네가죽은곳
부줏머리갯가에숭어가뛸때
가마니속에서네가죽은곳

(2)

밤바다오포산에불이오를때
울타리탱자도
서슬푸른속이파리
뻗시디뻗신성장처럼억세인
황토에대낮빛나던그날
그날의만세라도부르랴
노래라도부르랴

(3)

대샆에대가성긴동그만화당골
우물마다십년마다피가솟아도
아아척박한식민지에태어나
총칼아래쓰러져간나의애비야
어이죽순에괴는물방울
수정처럼맑은오월을모르리모르리마는

(4)

작은꼬막마저아사하는
길고잔인한여름
하늘도없는폭정의뜨거운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모든세월은황톳길은
우리들의희망은

(5)

낡은짝배들햇볕에바스라진
뻘길을지나면다시모밀밭
희디흰고랑너머
청천드높은하늘에갈리던
아아그날의만세는십년을지나
철삿줄파고드는살결에숨결속에
너의목소리를느끼면흐느끼며
나는간다애비야
네가죽은곳
부줏머리갯가에숭어가뛸때
가마니속에서네가죽은곳.

"회귀"

목련은피어
흰빛만하늘로외롭게오르고
바람에찢겨한잎씩
꽃은돌아
흙으로가데…

가데
젊은날
빛을뿜던친구들모두
짧은눈부심뒤에남기고
이리로혹은저리로
아메리카로혹은유럽으로
하나둘씩혹은감옥으로혹은저승으로…

가데
검은등걸속
애틋했던그리움움트던
겨울날그리움만남기고
무성한잎새시절
기인긴기다림만남기고
봄날을가데
목련은피어
흰빛만하늘로외롭게오르고
바람에찢겨한잎씩
꽃은돌아
흙으로가데…

가데
젊은날
빛을뿜던
아저모든꽃들가데…


不歸

못돌아가리
한번딛어여기잠들면
육신깊이내린잠
저잠의저하얀방저밑모를어지러움

못돌아가리
일어섰다도
벽위의붉은피옛비명들처럼
소스라쳐소스라쳐일어섰다도한번
잠들고나면끝끝내
아아거친길
나그네로두번다시는

굽높은발자국소리밤새워
천장위를거니는곳
보이지않는얼굴들손들몸짓들
소리쳐웃어대는저방
저하얀방저밑모를어지러움…

뽑혀나가는손톱의아픔으로눈을흡뜨고
찢어지는살덩이로나외쳐행여는
여윈넋홀로살아
길위에설까…

덧없이
덧없이스러져간벗들
잠들어수치에덮여잠들어서덧없이
한때는미소짓던
한때는울부짖던
좋았던벗들…

아아못돌아가리못돌아가리
저방에잠이들면
시퍼렇게시퍼렇게
미쳐몸부림치지않으면다시는
바람부는거친길
내형제와
나그네로두번다시는…

"오적"

시(詩)를쓰되좀스럽게쓰지말고똑이렇게쓰럇다.

내어쩌다붓끝이험한죄로칠전에끌려가

볼기를맞은지도하도오래라삭신이근질근질

방정맞은조동아리손목댕이오물오물수물수물

뭐든자꾸쓰고싶어견딜수가없으니,에라모르겄다

볼기가확확불이나게맞을때는맞더라도

내별별이상한도둑이야길하나쓰것다.

옛날도,먼옛날상달초사훗날백두산아래나라선뒷날

배꼽으로보고똥구머으로듣던중엔으뜸

아동방(我東方)이바야흐로단군아래으뜸

으뜸가는태평태평태평성대라

그무슨가난이있겠느냐도둑이있겠느냐

포식한농민은배터져죽는게일쑤요

비단옷신물나서사시장철벗고사니

고재봉제비록도둑이라곤하나

공자님당년에고도척이났고

부정부패가렴주구처처에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시흉은있었으니

아마도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세상버릇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차마어찌할수있겠느냐

서울이라장안한복판에다섯도둑이모여살았겄다.

남녘은똥덩어리둥둥

구정물한강가에동빙고동우뚝

북녘은털빠진닭똥구멍민둥

벗은산만장아래성북동수유동뾰죽

남북간에오종종종종판잣집다닥다닥

게딱지다닥코딱지다닥그위에불쑥

장충동약수동솟을대문제멋대로와장창

저솟고싶은대로솟구쳐올라삐까번쩍

으리으리꽃궁궐에밤낮으로풍악이질펀떡치는소리쿵떡

예가바로재벌(재벌),국회의원(국獪의猿)고급공무원(고급功無猿),

장성(長猩),장차관(暲차관)이라이름하는,

간뗑이부어남산하고목질기기가동탁배꼽같은

천하흉포오적(五賊)의소굴이렷다.

사람마다뱃속이오장육보로되었으되

이놈들의배안에는큰황소불알만한도둑보가겉붙어오장칠보,

본시한왕초에게도둑질을배웠으나재조는각각이라

밤낮없이도둑질만일삼으니그재조또한신기(神技)에이르렀것다.

하루는다섯놈이모여

십년전이맘때우리서로피로써맹세코도둑질을개업한뒤

날이날로느느니기술이요쌓으느니황금이라,황금십만근을걸어놓고

그간에일취월장묘기(妙技)를어디한번서로겨룸이어떠한가

이렇게뜻을모아도(盜)짜한자크게써걸어놓고도둑시합을벌이는데

때는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날씨는화창,바람은건듯,구름은둥실

지마다골프채하나씩비껴들고꼰아잡고

행여질세라다투어내달아비전(泌傳)의신기(神技)를자랑해쌌는다.

"형님"

희고고운실빗살

청포잎에보실거릴땐오시구려

마누라몰래한바탕

비받이양푼갓에한바탕벌여놓고

도도리장단좋아헛맹세랑우라질것

보릿대춤이나춥시다요

시름지친잔주름살환히펴고요형님

있는놈만논답디까

사람은매한가지

도동동당동

우라질것놉시다요

지지리도못생긴가난뱅이끼리끼리…


"새봄"


벚꽃지는걸보니
푸른솔이좋아.
푸른솔좋아하다보니
벚꽃마저좋아…

[김지하가말하는’지하’라는필명]

5.16군사쿠데타뒤니까,아마도스물두살때였나보다.

그때나는서울대학교문리대학미학과에서공부하고있었고학교앞에‘학림’이라는

음악다방이하나있었는데그다방에서곧나의시화전(詩畵展)이열리기로되어있었다.

그때가여름이었다.그때내게한가지문제가있었다.

내본명은‘김영일(金英一)’인데문단에이미같은이름의문사들이여럿있었다.

당시서울대학생이개인시화전을여는것은마치시집을한권내는것만큼‘준문단적’,

혹은‘준준문단적’사건이었는지라아무래도필명(筆名)이하나필요했던것이다.

그랬다.그런데그런어느날동아일보사에서일하던한선배가

점심때소주를사줘서실컷먹고잔뜩취해가지고거기서나와동숭동대학가의아지트였던

바로그음악다방으로가려고호주머니를뒤지니돈도버스표도아무것도없었다.

그래서걷기로했다.

여름한낮의태양은뜨겁고

술은오를대로올라비틀거리며종로길을갈지자로걸어오던때다.

그무렵막유행하기시작한것이있었는데,요즘에도흔한것이지만길가에자그마한

입간판이주욱늘어선것이다.다방,이발소,이용실,뭐그런것들의입간판인데

술김에도괴상하게여긴것은그간판위쪽에다똑같은자그마한검은가로글씨로

모두한글로‘지하’라고하나같이써있었던것이다.

그러니까지하실에다방,이발소,이용실이있다는얘긴데왜하필그글자만은

유독똑같은한글,똑같은검은글씨로맨위쪽에가로로조그맣게써있느냐는것이다.

그런똑같은것들이여기도‘지하’저기도‘지하’저기만큼가서도또‘지하’,‘지하’,‘지하’!

그야말로도처에유(有)‘지하’였다.

‘옳다!저것이다!저것이내필명이다!’

김지하金芝河(1941.2.4~)
1960년대와1970년대에는반체제저항시인으로,

1980년대중반이후에는생명사상가로활동하고있는시인이자사상가이다.

본명은영일(英一)이며,지하(芝河)는필명으로’지하에서활동한다’는뜻을안고있다.

1941년2월4일전라남도목포의동학농민운동가집안에서태어나

원주중학교재학중천주교원주교구의지학순(池學淳)주교와인연을맺은뒤

서울중동고등학교에입학하면서문학의길로들어섰다.

1959년서울대학교미학과에입학한이듬해4·19혁명에참가한뒤,

민족통일전국학생연맹남쪽학생대표로활동하면서학생운동에앞장서는한편,

5·16군사정변이후에는수배를피해항만의인부나광부등으로일하며도피생활을하였다.

1963년3월《목포문학》에김지하라는필명으로발표한시〈저녁이야기〉가

처음으로활자화되었고,같은달2년동안의도피생활을청산하고복학해이듬해부터

전투적인시를발표하기시작하였다.이어1964년6월

‘서울대학교6·3한일굴욕회담반대학생총연합회’소속으로활동하다체포되어

4개월의수감끝에풀려난뒤,1966년8월7년6개월만에대학교를졸업하였다.

이후번역과학생연극에참여하는한편,1969년11월시전문지《시인》에

5편의시를발표하면서본격적으로저항시인의길로들어섰다.

이듬해《사상계》5월호에권력상층부의부정과부패상을판소리가락으로담아낸

담시〈오적〉을발표하면서단숨에박정희군사독재시대의’뜨거운상징’으로떠올랐다.

이〈오적〉으로인해《사상계》와신민당기관지《민주전선》의

발행인·편집인이연행되었고,《사상계》는정간되었다.

김지하는이때’〈오적〉필화사건’으로구속되었으나국내외의구명운동에힘입어석방되었다.

이후계속해서희곡《나폴레옹꼬냑》,김수영(金洙暎)추도시론

《풍자냐자살이냐》를발표하였고,1970년12월첫시집《황토》를발간하였다.

1971년이후에는천주교원주교구를중심으로계속저항시발표및

저항운동에전념하면서연행과석방,도피생활을거듭하던중1974년4월체포되어

군법회의에서사형선고를받았으나,1주일뒤무기징역으로감형되었고,

1980년형집행정지로풀려났다.

1984년사면복권되고저작들도해금되면서1970년대저작들이다시간행되었고,

이무렵을전후해최제우(崔濟愚)·최시형(崔時亨)·강일순(姜一淳)등의민중사상에

독자적해석을더해’생명사상’이라이름하고생명운동에뛰어들었는데,

이때변혁운동진영으로부터’변절자’라는비난을받기도하였다.

이당시의시집으로《애린》《검은산하얀방》과최제우의삶과죽음을담은

장시집《이가문날에비구름》,서정시집《별밭을우러르며》등이있다.

1990년대에는1970년대의활기에찬저항시와는달리고요하면서도

축약과절제,관조의분위기가배어나는내면의시세계를보여주었는데,

《일산시첩》이대표적인예이다.1992년그동안써낸시들을묶어

《결정본김지하시전집》을출간하였고,1994년《대설,남》과

시집《중심의괴로움》을간행한뒤,1998년에는율려학회를발족해율려사상과

신인간운동을주창하는등새로운형태의민족문화운동을전개하고있다.

1970년대내내민족문학의상징이자유신독재에대한저항운동의중심으로서

도피와유랑,투옥과고문,사형선고와무기징역,사면과석방등형극의길을

걸어온작가로,복역중이던1975년에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로부터

로터스상을받았고,1981년에세계시인대회로부터

위대한시인상과브루노크라이스키상을받았다.

위의저서외에시집으로《꽃과그늘》이있으며,산문집으로《생명》

《율려란무엇인가》《예감에찬숲그늘》《옛가야에서띄우는겨울편지》등이있다.-옮긴글

"작가이야기"


민주화의상징,그곰삭은영혼의언어…

김지하는5.16쿠테타이후30여년간계속되었던군부독재상황에

온몸으로저항하면서시를쓴시인이다.

그시절그는민주화의상징적존재였고,

그의삶과문학이하나의신화에값하는것이었다.

그는척박한황톳길위에내동댕이쳐진육신의상처를붙안고

그상처보다더곰삭은영혼의상처를추스리면서살아야했다.

몸은’오적’들에의해억눌리고귀와입은틀어막혀

신산스런모독의상처를붙안은채견디거나

버티거나저항해야했던나날들이었던것이다.

그것은삶이면서삶이아니었던것,차라리죽음에가까웠던것이었다.

하고보니그런나날들의중심에서치열하게살고자했던

이들은역설적으로죽음에대한속절없는체험을해야했다.

1970년그가담시’오적’을발표하자공안당국은그를반공법위반으로구속한다.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등다섯부류의

부정부패분자들을통열하게풍자하면서생존권마저박탈당한채

고통받고있는민중의현실을정면에서문제삼은

일종의단형서사시가바로’오적’이다.

김지하는그누구보다도가장치열하게실존과문학등모든영역에서

그런체험을감당해야했던시인이었다.

그의대표적인시제목처럼’타는목마름으로

‘현실을견디고문학으로싸워야했던것이다.

여러형태의죽임과죽음체험의절정에까지이르렀던그였다.

그절정에서,혹은타는목마름의절정에서,

그는죽임의현실을초극하고진정한’생명의바다’를지향하는

세계에도달할수있었던것은확실히큰시인다운면모에값한다.

시력(詩歷)30년을넘긴그가<중심의괴로움>에서이른세계는

삶과죽음의세속적갈림을탈탈털고넘어선해탈의지평이요,

뭇존재들이서로일으키고피차의경계를허허로이넘어서며

융섭하고상생하는,그래서궁극으로꽉찬둥근세계이면서동시에

공(空)의세계인만공(滿空)의우주이다.(우찬제/문학평론가,서강대교수)

-저서-

첫시집『황토(黃土)』(1970)이후,시선집『타는목마름으로』(1982),

『검은산하얀방』(1986),『애린』(1986),장시『이가문날에비구름』(1986),

『별밭을우러르며』(1989),담시집『오적』(1993),

『중심의괴로움』(1994)등의시집이있다.

이밖에도대설(大說)『南』(전5권,1994년완간)을비롯해,

산문집『나의어머니』(1988),『밥』(1984),『민족의노래민중의노래』(1984),

『남녘땅뱃노래』(1985),『살림』(1987),

장시『타는목마름에서생명의바다로』(1991),대담집『생명과자치』(1994),

『사상기행』(전2권,1999),『예감에가득찬숲그늘』(1999),

강연모음집『율려란무엇인가』(1999)등의다수의저서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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