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훈련이다 : 차드 멍탄

이 글은 지난해 11월8일 위클리비즈 3면에 나왔던 차드 멍탄 강연 내용 기사를 원문을 최대한 살려 복원한 것이다. 멍탄은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싱가포르 난양대를 나와 UC산타바바라에서 공부한 다음 구글에 107번째 직원으로 입사, 주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사내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인생 길을 개척했다. 지금은 감성 지능 강화 프로그램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 멍탄 홈페이지 http://chademeng.com/ 에 가면 더 재밌는 글과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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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멍이다. 구글에서는 엔지니어이면서 ‘유쾌하고 좋은 임원(jolly good fellow)’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구글 입사 초기 직함을 ‘구글 펠로우(구글에서 엔지니어 중 최고 직급)’라고 정하길래 농담으로 “왜? jolly good fellow라고 하면 더 좋지”라고 말했더니 사람들이 낄낄대더라. 재밌겠다 싶어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구글에는 ‘20%의 시간’이라 해서 근무 시간 중 20%를 자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그 시간을 직원의 정서지능(EQ)을 계발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했다. 과정 이름이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였는데 구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정이 됐다. 그 뒤 책까지 썼고 달라이 라마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사를 써주셨다. 이게 좋은 책이란 증거다. 달라이 라마나 카터 같은 분이 어떻게 동시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겠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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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면서 만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마티유 리카르 스님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알려진 분이다. 원래 1972년 프랑스에서 노벨상 수상자 밑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였다. 그런데 티벳에 가서 수도승이 돼 40년간 명상을 하며 살았다.

달라이 라마가 명상이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궁금해 하면서 마티유의 뇌파를 측정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뇌 MRI를 찍어 보니 행복이나 긍정적 정서를 나타낸다고 알려진 좌측 전두엽이 엄청나게 활발했다. 처음에 연구자들은 기계가 고장난 것 아닌가 싶어 다시 했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사실 다른 티벳 수도승들도 비슷한 수치였는데, 마티유가 첫 실험 대상이라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공인됐다. 정작 마티유 스님은 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칭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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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충만한 존재의 느낌

마티유 스님은 행복이란 건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만한 느낌이라고 했다. 단순한 쾌감이나 즐거움 또는 덧없는 순간적 감정이나 기분과는 다른 최적의 존재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서적으로 균형 상태에 도달해야 되는데, 우선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몸을 생각해 보면 병이 없을 때 고통이 없고 번뇌로부터 자유롭다. 기분도 좋아진다. 마음도 똑같다. 마음은 분노, 질투, 탐욕, 공포심, 두려움 등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때 행복을 경험한다.

그럼 그걸 어떻게 이룰 수 있나. EQ에 달려 있다. 우화를 들어 보자. 한 남자가 말을 타고 간다. 다그닥, 다그닥. 누군가 “어디로 갑니까?”라고 묻자 “몰라요, 왜 나한테 물어봐요? 말한테 물어보지”라고 답했다. 어이 없지만 실제 매일 겪는 코미디다. 말 탄 사람은 바로 생각하는 마음이고, 말은 감성적인 마음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분노, 질투, 번뇌로 가득 찼더라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능력이 EQ다. 적어도 말(마음)을 이해하고 말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얻는 것, 그러면 감정 생활의 달인이 될 수 있다.

EQ란 자신과 타인의 기분,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 사이를 구분하며, 이 정보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지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는데, 이건 과학적 정의이고 더 좋은 정의가 있다. 정서적 지능에 기술을 합친 것이다. 기술이란 점이 중요한데, 기술은 훈련 가능한 것이고, EQ 역시 훈련할 수 있으며, 결국 행복도 훈련으로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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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도 훈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구글에서는 EQ를 훈련시킨다. 30~50시간 정도만 쏟으면 된다. 뇌는 신경 가소성(可塑性)이란 성질을 갖고 있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기능과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주의력 훈련을 통해 뇌를 변화시키고, 그래서 뇌가 행복을 향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첫째, 주의력 훈련은 아주 고요하고 명료한 마음의 상태를 마음대로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서 원할 때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특히 위기 상황에서 마음을 조절해서 침착하게 하는 능력이다. 그러면 리더십이 따라온다. 예를 들어 위기가 발생하고 모두 공포에 질려서 어쩔 줄 모르는데 오직 홀로 침착하고 명료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 리더로 떠 받들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고, 이 공간을 통해 반응을 선택할 자유와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선택할 자유와 힘을 기른다면, 자극에 대한 반응을 통제할 수 있다.

더 강력한 효과는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가라앉으면 행복감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명상 전문가인 내 친구 앨런 월리스에게 물어보니 행복이 원래 마음의 기본 상태라 마음을 고요하게 하면 초기 기본 상태인 행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시더라. 행복이란 추구하며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 있는 것에 접근만 하면 되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훈련하는가. 간단하다. 마음 챙김 명상이다. 주의력을 주입하는 것이다.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10초 동안 자신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인다. 주의력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면 다시 호흡으로 되돌린다.

체력 단련으로 따지면 꾸준히 아령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처음엔 모르지만 자꾸 하면 근육이 생기고 힘이 오른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고 남자 친구 대신 쓰레기를 내다 버릴 수 있다. 또 에너지가 생겨 병가 내는 날이 줄어들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공에 다가선다. 단지 아령을 들었다 놓았다 했을 뿐인데, 건강 그리고 정서적 안정, 행복까지 이어진다.

주의력을 계속 되돌리는 훈련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이라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마음 근육이 충만하면 언제든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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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관찰하라

이것은 1단계에 불과하다. EQ를 키우는 2단계는 자기에 대한 앎이다. 침착하고 명료한 마음을 가지면 이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감정을 움직이는 과정을 고해상도로 볼 수 있게 돼 번뇌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감정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화가 난다, 행복하다, 슬프다 고 할 때 분노, 행복, 슬픔이 우리 존재 자체라고 여긴다. 감정과 나 사이에 분리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감정에 대한 인식이 아주 선명해지면 약간 변화가 생긴다. 인식하는 방법이 존재적인 것에서 경험적인 것으로 바뀐다. “나는 화가 난다”가 아니라 “나는 몸 속에서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로. 여기에 심오한 차이가 있다. 감정은 우리의 본질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느끼는 것에 불과하며, 단지 생리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눈 뜨는 것이다.

허공을 보면 구름이 있다. 그런데 구름은 하늘이 아니다. 고요한 마음을 갖는다면, 내 생각이 내가 아니고, 나는 내 생각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우울할 때 내 생각이 내가 아니라고 알아챈다면 태도가 바뀐다.

정체성이 그렇다. 정체성은 고통의 원천이다.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실패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싫어해… 이런 정체성은 문제와 고통을 야기한다. 정체성은 전적으로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다. 마음이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수행이 깊어지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더 이상 정체성을 만들어 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정체성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관찰자가 된다. 관찰자에게는 정체성이 없다. 그냥 경험을 관찰할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음이 있다. 정체성에 대해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든 문제들을 다 놓아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행복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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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습관을 만들라

3단계는 유용한 정신적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하나는 친절이다. 나는 사람을 볼 때 첫 번째 드는 생각이 ‘이 사람이 행복하면 좋겠다’이다. 왜? 그냥 습관이다. 그런 습관을 가질 때 어떤 일이 생길까? 모든 것이 바뀐다.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이 인격이 되고, 인격이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친절이라는 정신적 습관을 가질 때, 친절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습관은 물론 훈련 가능하다.

어떻게? 자주 하면 된다. 30번, 50번 되풀이하면 습관이 되고, 그것이 당신 자신이 된다.

10초 동안 여러분이 이 방에 있는 아무나 두 사람을 골라 쳐다보지도 말고 그냥 행복하기를 빌어줘 봐라. 느끼는가? 기쁨이 차오르는 걸. 다른 사람 행복을 비니 자기도 행복해진다. 뭔가를 주는 것, 남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행복을 만들어 준다. 적어도 즐거움을 준다.

그러면 둘째, 이걸 어떻게 밀어붙일 수 있을까? 3개월 전 강의를 하면서 청중에게 숙제를 줬다. 회사 가서 매 시간마다 10초 동안 두 사람을 골라 행복을 빌어주라고. 말로 직접 하면 쑥쓰러우니 생각만. 그랬더니 다음날 이메일이 왔다. 청중 중 하나가 실제 그렇게 했더니 그렇게 싫던 회사가 좋아졌다고. 이런 건 성과와도 관련이 있다. 상위 25%와 하위 25% 매니저 간 차이는 뭘까 연구했더니 ‘애정’이란 요소가 달랐다. 성과를 잘 내는 매니저들은 사랑을 하고, 그리고 사랑 받길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직원들이 리더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리더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나? 그러면 둘 다 성공은 가까워지는 법이다.

친절은 자비로 이어진다. 친절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거라면, 자비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길 빌어주는 것이다. 자비는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지름길이다. 앞에서 얘긴 안했지만, 마티유 리카르가 뇌파 측정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자비심에 대해 명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행복한 뇌파가 나왔던 것이다.

요약해 보자. 행복의 비법은 결국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이 감정을 더 발전시켜서 번뇌로부터 벗어나며, 친절과 자비를 훈련하는 데 달려 있다.

jack_ma - 복사본

 

뉴욕타임스에서도 이 화제 인물에 대해 기사를 썼고 http://www.nytimes.com/2007/09/01/technology/01google.html?_r=0

국내에 책이 번역되어 출간됐다. 강연 내용은 사실 이 책 요약본이기도 하다.

멍탄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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