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정신으로 돌아가라

‘핵심에 집중하라’는 화두를 통해 거대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렸던 베인앤컴퍼니 제임스 앨런 글로벌 전략 부문 CEO가 이번엔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을 내걸었다. 블로그 간판도 그 이름을 따서 바꿨다. http://blog.foundersmentality.com/ 말하자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설교인데 사실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핵심 집중론’과 큰 줄기에서 맞닿아 있다.

조선일보와 인터뷰는 두번째다.(이 인터뷰는 지난해 6월 이뤄졌다.) 2011년 인터뷰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28/2011012801357.html

bain1

앨런은 그 뒤에 나온 ‘최고의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급격한 변화에 따른 복잡성과 과거와 단절이 성장을 가장 위협하는 ‘소리없는 살인마’”라면서 “이는 기업을 ‘폭식과 구토의 악순환’으로 몰고 가 비즈니스의 핵심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쓸데 없이 확장한다고 관련도 없는 분야에 뛰어들지 말고 잘하는 것, 핵심 역량에 집중하란 요지를 되풀이한 셈인데 ‘문어발’ 재벌이 활개치는 국내 실정과 분위기가 달라 “한국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면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 때 재벌이 탄생한다. 한국이나 인도 대기업, 남아공 최대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 등이 그 부산물이다. 인력과 자본이 희소한 경제 환경에서 주로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다 (탄생의)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대기업 우산 아래 있다 하더라도 개별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사라질 것이다. 제 아무리 재벌 계열사라도 도리가 없는 시대다”라고 분석했다.

 -‘핵심에 집중하라’와’ 반복가능한 모델’과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 다 비슷한 얘기 같은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핵심에 집중하라’는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전략이란, 진출 시장과 경쟁 전략으로 이뤄지는데, ‘핵심에 집중하라’가 출간 됐을 당시(2001년)에는 핵심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인가, 인접사업으로 확장할 것인가, 신천지를 찾아나설 것인가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래서 우리는 ‘핵심에 재집중하라’를 강조했다.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2012년)에서는 ‘경쟁 전략’이 핵심 질문이다. 핵심 사업에 집중을 했다면, ‘최고 기업의 성공 전략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최고 기업들은 회사가 지닌 전략적 야망을 각 부서 일상적인 업무와 행동에 투영한다. 그랬을 때 반복가능한 모델이 완성된다.

‘창업자 정신 (Founder’s mentality)’은 이 여정의 연장선으로, 위대한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전략을 일선 직원 행동과 일상 업무를 통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창업자 정신을 강조하는 게 조직 내 관료주의를 예방하는 최고의 정신 무장이라 일컫는 것이다.”

bain2

-어찌 보면 상식적인 얘기인데, 다들 알면서 못하는 것 같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오히려 고객이나 현장에서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하고 외부 인재를 채용하는 등 복잡성이 증대하면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고객 의견이나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이게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대부분 위대한 기업은 일종의 반란군으로 시작한다. 고객을 대신해 업계 내에서 혁신과 전복을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일단 승자가 되고 나면 기득권층으로 올라서면서 현상 유지에만 골몰한다. 그러다 나중에 보면 고객이나 후발 추격자들이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편으로 걸어가게 된다. 결국 점차 사명감을 잃게 되고 늘어난 복잡성으로 인해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죽음에 이른다.”

-그래도 몸담고 있는 산업 구조 자체가 꽉 막혀 있다면 신규 사업 진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핵심 사업이 영원무궁하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긴 하다. 항상 주변을 보고 사업 기회를 살피고 신 사업을 꾀한다. 때론 운이 좋아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이는 진짜 행운이 따라야 한다. 베인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인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을 때 75%가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핵심 역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게 뭐든 신 사업에 진출할 때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차근차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기존에 있었던 전략 성공 모델을 사업 확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신사업에 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건가? 우리 핵심 역량과 근접한 건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분야인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신 사업을 위해 기업을 인수할 때 선도 기업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폰이 일본 내 3위 통신업체 J 폰을 인수하고 실패를 겪었던 게 좋은 예다. 격차가 벌어진 후발 주자를 인수해봤자 성공하긴 어렵다. 주류업체 디아지오는 터키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두 주자인 메이를 사들여 무난히 안착했다.”

1503110776VL0C00 (1)

제임스 앨런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같은 후발 주자들을 인수하고 있는데.

소프트뱅크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사모펀드에 가깝다. 베인 캐피탈이나 텍사스 퍼시픽 그룹처럼 자산을 ‘관리’한다. 이런 모델은 보통 기업들이 몸집을 불려 대형화하려고 인수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너지를 보고 회사를 사는 게 아니라, 투자 가치를 보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인센티브를 활용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훌륭한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인수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실적을 개선할 건지까지 생각하고 이런 데서 강점을 발휘한다.

이런 주제로 얘기할 때 흔히 드는 게 ‘GE식이냐 버크셔 헤서웨이(또는 베인캐피탈)식이냐’이다. 둘 다 훌륭하지만 GE식은 사업 조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한두가지 큰 테마를 갖고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버크셔 식은 장기적 전략적 가치를 보고 낮은 가격으로 인수해 높은 가격으로 파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조직 내에서 기업 가치를 구축하고자 하기 보다 거래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보고 접근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인수하는 양태는 어떻게 보나.

“두 회사 모두 믿기 어려울 정도 성공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대상이 되기엔 이른 감이 있다. 구글은 핵심 사업인 검색 분야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복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검색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광고, 번역, 도서 등이 가미된 구조다. 그래도 모든 건 검색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 영역에서만큼은 독보적이다. 명확하게 핵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스스로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게 상업적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반복적용 가능한 모델이야’라고 자신있게 내세울 만한 게 없다. 구글은 핵심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핵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서도 성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건가는 아직 알 수 없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좀 더 비판적으로 보는데 창업자가 상업적 수익 모델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공개를 했다. 드문 사례다.”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에서 반복가능한 성공 공식을 찾은 한국 기업으로는 아모레퍼시픽과 한국타이어가 나온다. 

67454591.1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회사 내에선 거의 신적인 존재로 직원들은 그를 교주처럼 떠받든다고 한다.

 

-국내 재벌들은 오너 중심 지배구조가 강력해 ‘오너 리스크’가 큰 편이다.

“결국 모두 거버넌스와 투명성 문제로 귀결된다. 관 주도 성장을 이룬 개발도상국 대기업들은 어떻게 리더십을 물려 줄 수 있을 것인가에 고민이 집중된다. 자녀에게 물려줄 것인가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줄 것인가. 관건은 모두 동의 할 수 있도록 투명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전문 경영인이 장악했지만 드비어스(다이아몬드 채굴업체)는 5대째 가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가 투명하게 유지되면서 경영진이 뭘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구조라면 문제가 없다. 대기업이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CEO에 대한 평가가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에서 인수합병(M&A)를 통한 단기 매출 증대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모든 가치들이 무너지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시티은행이나 AIG를 보라. 장기 가치 창출보다 단기 수익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시작하는 순간, 무모한 사업 확장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도 비슷한 환경에서 비롯됐다.”

구속 재판 중인 CJ 이재현 회장. CJ는 회장 부재로 투자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앙탈을 부리고 있다.

구속 재판 중인 CJ 이재현 회장. CJ는 회장 부재로 투자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선처를 구걸(겁박)하고 있다.

-단순성이 기업 경쟁력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GE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단순성 신봉자다. 좀 더 설명을 해달라.

“기업에서 단순성(simplicity)은 복잡성이 초래하는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핵심에 집중하라’에서 출발해 ‘반복가능한 모델’을 거쳐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까지 도달하는 여정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성장은 복잡성을 유발하고, 복잡성은 성장의 조용한 암살자다’라는 것이다.

대기업은 성장률이 조금만 증가해도 포트폴리오 복잡성이 크게 증가한다. 삼성만 해도 창립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양한 제품, 지역, 채널이 모인 거대한 왕국이며,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려다 보면 결국 조직이 복잡해지고 더 나아가 정보의 흐름이 복잡해 지면서 프로세스 복잡성이 유발된다.

그리고 이 복잡성이 경영진 내부 불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며, 이는 또 다른 복잡성으로 이어진다.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 합의를 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복잡성과 함께 이른바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출몰하게 된다. 이 뱀파이어들은 휴대전화 창에 그 이름이 떴을 때, 과연 내가 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하는 부류다. 이들은 항상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복잡성 문제가 심각해진 조직은 ‘에너지 뱀파이어’가 즐비하다.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토를 달고,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 리더는 이런 조직을 간소화하고 복잡성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리더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전략적 단순함은 중요한 목표다. 대기업들은 복잡성에 의해 조직이 좀 먹고, 동기부여를 창출하기 어려워지며 직원들은 자기 일에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다. 사명감도 떨어진다. 이미 거대하고 복잡한 관료주의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전략이란 본질적으로 굉장히 단순한 개념이다. 핵심에 집중하고, 이 핵심 분야에서 최고가 되며, 최고의 경제성을 달성하고,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인접 영역으로 진출한다면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고 반복 가능한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이게 바로 전략의 본질이며, 이는 굉장히 단순하다. 반면 관료주의는 본질적으로 몹시 복잡하고, 사람들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관료주의에 매몰된 한국 기업들에 주는 메시지같다.
“지난 25년 간 컨설팅업계에서 일하면서 전략의 본질에 있어서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목격했다. 첫째, 과거 전략은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다. 어떤 사업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 결정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 전략’이 핵심이다.

전에는 전략이란 완벽한 예측이었다. 장기 전망을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 세상을 예측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기본 전략을 수립했다. 반면 지금은 발빠른 적응을 최우선으로 한다. 과거 전략이 강제(push)의 도구였다면 이제는 유도(pull)가 목표다. 해야 할 일을 명시해 직원들이 실행하도록 강요하는 시대에서 직원을 설득해 스스로 변화를 이끌도록 하는 게 추세다.

여기서 한국 대기업들에 질문을 하나 던진다면, ‘상명하달 방식으로 점철된 복잡한 관료주의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직원들 자율성을 보장해 승리할 것인가’이다. 삼성과 현대 등 관료주의로 기적을 이룬 기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이런 질문은 간과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성장한 일본 기업들이 이제는 경쟁 대열에서 뒤쳐지고 있는 걸 보라. 이들은 엄청나게 복잡한 관료주의 조직이 됐고 자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도 비슷한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경쟁사보다 빠르고 열심히 일해야 효과적으로 경쟁을 돌파할 수 있다. 철저한 신상필벌보다는 자벌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 점에서도 창업자 정신은 중요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성장 신화를 일군 창업자 세대가 저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모두 70대임에도 그나마 창업자 정신을 유지하면서 기업을 운영했는데 최근에는 실적이 부진하다. 일본도 새로 부상하는 기업이 드물다. 창업률이 미국의 10분 1 수준이다. 미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한다. 한국에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삼성, 현대처럼 예외적으로 뛰어난 기업에 의존할 것인가. 신생 기업들은 어디 있는가.

창업자 정신은 세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반란군 정신(insurgency), 둘째 주인의식(owner mindset), 세째 일선 직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이다. 창업자들은 업계 내 혁명군이다. 기득권을 잡은 선도업체 나태함을 공략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니 워크맨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소비자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음악 산업 전반을 재정의하려 했다. 주인의식은 직원들이 회사 주인처럼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 등 후발국 대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그 영화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우려하고 있다. 후계자들이 직접 기업을 일군 세대가 아니라, 단순히 과실만을 누렸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1503110773VL0C00

제임스 앨런

-성공 기업 요소 중 하나로 차별화를 강조하는데 워런 버펫은 “차별화하는데에는 독점이 최고다. 성을 높이 쌓아서 성 앞에는 웅덩이를 파서 악어를 풀어놓으라”고 말하더라.

“재밌는 지적이다. 고객사 중에도 그런 ‘웅덩이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데가 있다. 하지만 유럽 모든 성이 경험한 것처럼, 적군이 그냥 지나쳐 가는 경우가 있다. 차별화에는 반감기가 존재한다. 항상 누군가 새로운 걸 들고 나오고 더 잘하는 집단이 나오기 마련인데, 악어를 풀어놓고 성안에 숨어있는 건 혁신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고객사에게 성에 숨어 개선이나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노키아는 혁신이 여기저기서 진행되는데 웅덩이를 파고 성에 숨어버렸다. 성공적인 한국 기업도 성공이 오히려 실패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혁신이 한창인 시기에 성벽 뒤에 숨어 혁신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적군은 지나쳐 버릴지 모른다.”

-핵심 역량이 있더라도 경쟁사 공격이 줄기차게 이어지면 지속적으로 반복가능한 핵심 역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반복가능한 모델과 관련해 강조하는 건 ‘집중하라’다. 회사가 탁월하게 잘하는 게 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좌뇌 작업이다. 이와는 별개로, 일선 직원을 설득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감성적인 우뇌 작업도 수반해야 한다. 또 지속적으로 (반복가능한)모델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여기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고객 의견을 모아 개선을 추진하면 효과적이다. 다른 하나는 모델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파악하는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다. 보다폰은 매년 런던 외곽에 있는 회사 사택에서 모여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면서 열흘동안 치열한 토론을 펼친다. ‘1년 중 355일은 기존 모델을 개선하는데 온 사력을 다하고, 나머지 10일 동안은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우리는 휴대폰 업체인가? 유무선 사업체인가?’ 등 회사가 운영하는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다. 창업자는 항시 이런 질문을 하지만,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격변기에는 이런 질문을 1년에 최소 2번은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에 취하지 않고 깨어있을 수 있다.” 

fm-path-2-reviving-founders-mentality-fig-05_embed

-한국에서는 ‘창조 경제’라 해서 정부 주도 신사업 육성책이 활발하다.

“목표가 벤처업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면 의미가 있다. 단지 통제하려 든다면 분명 실패할 것이다. 사실 벤처업계는 너무 혼미한 시장이다.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버펫도 벤처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정부는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옥석가리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실패한다고 개입해선 곤란하다. 빠르고 고통스럽게 실패가 일어나도록 놔둬야 한다. 정부는 고속도로를 만들면 가드레일만 세워주고 빠지는 거다. 그래야 고속도로에서 차가 마음껏 달릴 수 있다.

40년 전 미국에서는 22세 젊은이가 AT&T에 입사해 68세까지 일하다가 퇴직하는 게 이상적인 직장인 상이었다. 지금은 최고 엔지니어와 인재들은 공기업이나 대기업보다 신생 기업에 뛰어든다. 꼭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지만 추세는 그렇다. 명심할 점은 벤처기업 실패률이 99%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성공사례로 자주 회자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실패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 조사에서 기업가들에게 자기 회사 성공 원인을 묻자, 99%가 ‘노력의 결실’이라고 응답한 반면, 페이스북이 성공한 원인을 물으면 99%가 ‘운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웃음)”

-중국과 신흥국 경제 전망은.

중국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뛰어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고 신사업으로부터 고용을 창출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영기업이 유지하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황은 앞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국영기업은 또 관료주의가 만연한 조직이다. 시장 변화에 대한 감이 떨어지고 기업 성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잘해왔다고 앞으로도 잘하리란 법은 없다. 신흥국 시장은 단기적으론 환율 영향을 많이 받고 정부 주도 경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다소 어둡긴 하다. 그래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아프리카, 교육의 질이 높이지는 인도 등 인구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국가에서 성장이 이어지는 한 유럽보다는 전망이 밝다.”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