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리한 프로야구 넥센 성공 이야기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을 만난 건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직후였다. 넥센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경로로 익히 들은 바가 있다. 주섬주섬 주워 모은 참고자료를 토대로 인터뷰를 마치고 위클리비즈에 기사를 내보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21/20141121015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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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목동 구장에서 사진기 앞에 선 염경엽 감독

모든 기사가 그렇듯 내용을 압축하다 보니 누락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다시 수첩을 뒤져 지면에 실리지 않은 대목을 살려봤다.

넥센은 많이 알려졌다시피 4~5년 전만 하더라도 우량자산(우수 선수)을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하던 부도 직전 기업에 가까왔다. 그 행태가 모럴 해저드 수준이라 프로야구판을 망치는 종양으로 치부됐다. 그러던 구단이 이젠 당당하게 시장(市場) 1위를 넘보는 알짜 회사로 성장한 셈이다. 성장 과정도 흙속에 묻힌 보석들을 발굴하고 키워낸 눈물 겨운 역전 신화가 담겨 있어 감동을 줄만 하다. 

넥센이 시도한 새로운 변화와 상식을 뒤엎는 혁신은 프로야구계 리베로 기자 박동희씨가 쓴 인터뷰에 잘 묘사되어 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0922

투수들 볼넷이 너무 많자 “3구 이내 승부해라. 맞아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맞아도 좋으니)무조건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져라”고 당부하고, 훈련 과정에서 ‘1일 휴식권’이란 제도를 도입, 도저히 연습을 소화할 수 없는 몸 상태일 때는 아예 하루를 쉬도록 배려하는 운영 방식 등은 여전히 ‘주입식 야구’가 판치는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다. 지시가 아닌 소통으로 작전을 짜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훈련 방법을 채택하는 등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전략 전술을 항상 연구하면서 순간 순간 발전하는 모습은 혁신 기업을 연상시켰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넥센은 조직 내에서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루틴(관행)의 정착,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대한 선수들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 강화, 감독의 지식큐레이터(knowledge curator)로서 역량이 돋보인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설명이다. 컨설턴트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소통 측면에서 염 감독은 열심히 하자, 잘 하자, 변화를 줘라는 뻔한 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팁을 주는 게 인상적”이라고 지적한다.

넥센 돌풍은 스쳐 지나는 산들바람이 아니라 확실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동아비즈니스리뷰라는 기업 경영 전문지에 넥센 야구가 등장했고, http://www.dongabiz.com/Business/Strategy/article_content.php?atno=1203105301&chap_no=1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 강의 사이트 세리CEO에도 넥센 사례가 전파됐다.

염 감독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리더에게 맞추라고 하기 보다는 조직 분위기와 구성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만들고 생각을 바꿔 즐겁게 실천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선수들에겐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동기부여)를 알려주고 코치진은 이를 위한 실천 방법을 가르치는 식으로 팀을 꾸려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즐기는 야구’를 통해 ‘이기는 야구’를 구현하려는 것이다. “회사 나오는 게 즐거워야 그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겠느냐. 야구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신뢰한다. 믿고 맡길 때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는 고집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1사 2루에서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1-0으로 앞서는 상황에서 상대 타자 채태인을 맞아 투스트라이크 노볼에서 성급하게 승부하다 안타를 허용하고 그게 결국 역전패로 이어졌다. 그 때 유인구로 승부하거나 한 박자 쉬면서 타자를 공략했다면 넥센이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갈 수 있었던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그 때 왜 투수에게 사인을 안 냈냐고 물었더니 염 감독은 “어린애도 아니고 던지고 싶은 걸 던지게 해줘야 가장 큰 위력이 나오는 법이다. 아쉽지만 거기까지가 우리 실력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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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염 감독이 보내준 장문의 문자 메시지에 그의 철학이 대부분 녹아 있다.

리더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많은 경험과 성공 체험으로 조직을 끌고가는 리더(김성근 감독이 이런 부류다.)
2. 나에게 맞추라고 하기 보다 조직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직 구성원 100명 성향을 파악해 빨리 성공 할 수있는 조직의 방향과 계획을 만든 뒤 구성원들로 하여금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만들어 주고 이전 생각을 생각을 바꿔 스스로 실천하면서 좋은 조직을 함께 만들어 가는 리더 

(진실된 코칭. 하고자 하는 마음.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동기 부여. 실천과 행동)

# 주입식 훈련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훈련과 개인 훈련 방법을 존중하고 하루에 자신이 테마를 정해 해야 할 야구를 생각하게 만드는 훈련.

– 나 자신을 위해서 야구장에 즐겁게 나오는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

– 성장을 할 수 있는 조직 구성. 하고자 하는 마음. 조직이 성공의 길로 가고자 하는 계획과 방향 생각을 바꾸는 과정. 실천 = 결과. 진실된 마음(대화. 진실된 코칭. 코치나 선수 다 야구만 생각하는 희생의 시간. 가족 친구 보다는 야구. 성공 후 다 챙길 수 있다)

– 팀의 색깔이 디테일하고 까다로워야 한다. 
지금은 강팀으로 가는 초석이 되는 시기. 강팀은 좋은 경기 내용으로 많은 경기를 이기는 팀이 강팀.

– 처음 감독이 되었을 때 목표가 있었다. 나 자신의 성공보다는 다양한 선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 때 잘했 건 못했 건 그 이후에 잘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선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했다. (프런트를 하면서 선수 시절이 화려하지 못하면 능력이 있음에도 코치나 감독을 선발할 때 탈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

– 선수 생각을 바꾸는 것

시키는 것에 길들여진 선수들에게 내가 왜 야구를 하는지, 어떤 야구를 해야 가치를 찾고 성공을 잡을 수 있는지, 내가 가진 기술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 야구의 과정을 본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야구로 만들어 주는 게 첫번째 방향.
– 선수 가치를 올리면 팀 가치는 당연히 올라오고 강해진다.
– 우리 팀은 감독, 코치, 선수가 같이 성장하는 팀. 감독부터 많이 부족하고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 이제부터 시작이다.
– 올해가 팀이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 생각했고, 이겨야 정말 강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래야 다음에 또 기회가 와도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잠 안자고 매일 고민했다.

염경엽 감독 수첩. 평소 꼼꼼히 메모하면서 팀 운영에 참고한다.

염경엽 감독 수첩. 평소 생각을 꼼꼼하게 메모하면서 팀 운영에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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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이 꽃혀있는 목동구장 염 감독 방. 옆 책꽂이에는 더 많다.

올해는 과연 어떨까. 타선의 핵심 중 하나였던 강정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빠져나가면서 전력은 작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낙관한다. 지는 것에 익숙하던 팀이 이제 이기는 게 자연스런 색깔로 변했고, 선수 하나하나가 위기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강정호 공백은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건 ‘머니볼’에서도 나오는 기법이다. 뛰어난 한 선수를 동급 선수로 대체하려고 애쓰기 보다(그건 부자 구단이나 하는 일이다) 그 능력치를 조금씩 분담해서 채워나가는 것. 염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저는 강정호가 15승 투수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 15승이 빠져 나가면 어떡하나? 그건 그 자리를 잇는 후배가 5승 정도 메꿔주고 프런트가 3승, 감독이 2승, 또 다른 대체 선수가 3승… 이런 식으로 협력을 통해 공백을 메울 수 있고, 그 준비도 다 돼 있습니다.”

그는 두려움 없이 맞서라는 로이스터 감독, 선수들 가능성을 읽는 김시진 감독, 세밀한 작전 야구에 능통한 김성근 감독의 장점을 벤치 마킹해 자신만의 야구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개인적으로(근거는 없지만) 느끼기에 넥센은 지난 2년간 성공 가도를 달려왔지만 전력은 아슬아슬하다. 삼성처럼 맡겨놓은 듯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넥센은 밑바닥까지 처절하게 내려가 본 팀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넥센에겐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을 실현할 저력이 있다. 

최근 박동희씨가 넥센 스프링캠프를 다녀오고 나서 올린 긴 기사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읽을 수 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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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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