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 사장이 한국기업에게 보내는 충고

세계 3대 컨설팅 회사(맥킨지, BCG, 베인) 중 하나로 꼽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글로벌부문 리차드 리치 레서(Lesser) 사장.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뒤 1988년부터 BCG에서만 한 우물을 판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비롯 국내 굴지 대기업들 중 BCG 고객 명단에 올라있는 곳이 꽤 많기 때문에 한국을 자주 찾는다. 지난해 글로벌 사장 자리에 오른 뒤 처음 방한했을 때 BCG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당시에는 토마 피케티 교수 책 <21세기 자본론>이 대유행하면서 성장보다 불평등 해소가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분배에는 무관심하고 성장만을 외치는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대화를 시작했더니 <성장은 수십 년 동안 수억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다음 세대까지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준 엔진이다. 물론 소득 불균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장 자체를 백안시하는 풍토는 미련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기업도 소득 불균형 해소에 뭔가 역할을 해야 하나.

<사실 기업은 더 나은 방법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꾸준히 실현하는 게 책무다. 이런 일을 잘하면 많은 사람이 기업 활동을 통해 기쁨을 얻고 일자리를 찾고 성장의 과실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소득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것까지 기업이 책임지라고 하는 건 무리다. 그건 근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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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국면에서 성장 전략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

<만약 핵심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면 이 사업과 인접한 영역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핵심 사업이 고전한다면 완전히 다른 신사업을 찾아 보려는 실험을 펼쳐야 한다. 삼성전자나 중국 화웨이는 강력한 핵심 사업을 바탕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해왔고 유니레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세 기업이 모범적인데 모두 출발점이 다르지만 그 출발점을 바탕으로 성장의 방법을 찾은 곳들이다.>

-한국 대기업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이른바 <오너 체제>, 가족 경영 구조가 결국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는 미국 내 가족 기업 경영 성과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통해서 보면 장기적으로 가족 경영 기업 성과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오히려 좋았다. 특이한 건 가족 경영기업은 불황일 때 과감하게 투자에 앞장서는 곳이 많았다는 점이다. 사실 전문경영인이 그런 환경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제왕적인 오너 중심 경영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소유 구조와 경영 스타일은 다른 문제다. 가족 중심 경영 구조가 장기적으로 실패할 것이란 예측은 근거가 없다. 실제 수많은 성공 기업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가족 경영 기업들에 적합한 경영 스타일이 무엇이냐는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기업 규모가 커질 수록 조직 내에서 권한 이양을 확대하고 여성이나 외국인, 외부 인력 등 다양한 리더를 영입하는 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는 앞서 2년전 한국을 찾았을 때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연공 서열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에 창조성이 억눌려 있다. 또 내부 인력만 활용하는 문화를 버려라. 한국의 중소기업과 새롭게 진출한 해당 국가 현지 기업 인력과 협업해야 한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http://news.joins.com/article/12038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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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양대 축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이다. 이들이 과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나.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위시한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배우고 성장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끊임없이 변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이들처럼 ‘성공하고 있는 기업의 턴어라운드(Turning around successful companies)’가 사실 어려운 과제인데 문제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변신(transformation)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변화의 조짐을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념해야할 두가지 중요한 흐름은 기업과 소비자 전 영역에 걸쳐 디지털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성장 속도는 이제 계속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은 비즈니스 성공에 직결되는 요소다. 과거 자동차는 하드웨어적 측면이 강했다면 미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경험이 강화될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기계 공학과 제품 디자인 등에서 주로 역량을 쌓아왔지만, 테슬라만 보더라도 여기에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경험(UX)을 결합했다. 자동차 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실질적 도전과제는 바로 이런 것이다.

휴대용 전자기기도 마찬가지다. 점점 더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가 갖는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BCG는 특이하게 2009년 금융위기 직후 경기 침체기인데도 인력을 줄이지 않고 더 늘렸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우리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고, 이에 대비해야 하며 경비 지출은 보수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게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명분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더 강력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다. 물론 경기가 좋았을 때 보다 투자 규모는 좀 줄었지만 덕분에 좋은 인재를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

911 테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겪으면서 깨우친 점은 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과민 반응하면 더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위기일 수록 인재 관리와 고객 관리에 집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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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해본 기업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글로벌 기업인데 조직 혁신을 과제로 연구개발(R&D) 부문 대표와 일했던 적이 있다. 기존 방식을 바꿔야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는데 이 R&D 대표는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유대감을 유지하면서 동기를 부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예를 들어 조직원에게 더 많은 근무 시간을 요구해야 하거나 조직원들 사기가 흔들릴 때 이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특별했다. 마인드셋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조직은 고통스러운 혁신 과정을 마치는 동안 아무도 이탈하는 구성원이 없었다. 

반면 능력도 뛰어나고 의욕도 충만하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는 리더도 많이 봤다. 이런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자기의 비전을 주입하려고만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원들을 변화의 과정에 동참시켜야 하고 어떤 조치나 행동이 왜 필요한 지 이해를 시키고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조직원들도 열정을 갖고 참여하는 법인데 이런 절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리더십과 관련한 최근 과제는 리더가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리더는 조직원들이 리더와 같은 방향에 정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존재다. 엄청난 정보량과 빠른 변화 속도, 정신 차리기 힘들게 세계화된 기업 환경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모든 걸 다 혼자 결정할 수는 없다. 리더가 지시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그게 리더가 할 일이다.>

-기업이 자주 겪는 문제이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chronic issues)가 있다면 뭘 들 수 있나.

<성공하고 있는 기업을 턴어라운드시키는 게 가장 어렵다. 기업이 크게 성공하고 있고 훌륭한 성과를 내면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첫째는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기존 방식이 좋은 결과를 내왔기 때문에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그 방식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누군가 말하면 지금까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방식인데 왜 바꿔야 하냐고 반문한다. 두 번째는 자신감과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바로 여기서 진정으로 위대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업이 잘 나가고 있을 때, 선도적인 위치에 있을 때, 고통스런 변화를 단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모두가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변화를 실행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그렇지만 이것을 해내는 훌륭한 리더들이 있다.

리더는 조직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하는 데 책임이 있다. 지금 아무리 좋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직의 강점을 파악하고, 이미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는 조직이라면 문화를 과도하게 바꾸지 않으면서 조직원들이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강력한 조직의 리더들이 직면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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