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결정할 저널리즘의 미래

미국 인터넷 조사업체 콤스코어(Comscore)가 집계한 언론 사이트 방문자 수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를 당당히 앞서고 사실상 언론 매체 중 1위라 부를 수 있는 곳은 2006년 창간, 이제 10년 역사를 지닌 버즈피드(Buzzfeed)다.

버즈피드는 어떤 회사인가 http://outstanding.kr/whatisbuzzfeed/

버즈피드는 <당신이 ○○에 대해 알아야 하는 ●●가지>라는 이른바 <목록 기사(Listicle)> 유행을 선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면 이런 <목록형> 기사가 즐비하다. 호기심에 한번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이런 기사를 주무기로 월 순방문자 수가 7500만명(콤스코어 집계)을 넘기는 곳이다. <누드 사진을 잘 찍는 10가지 방법> <학자금 대출에 대해 알아야할 49가지 비법> <가장 인기 있는 아기 이름 19개>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해 목록을 제시한다. 실제 기사 내용을 보면 그닥 대단한 것도 없지만 어쨌든 궁금증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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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즈피드를 이끄는 주역은 창업자인 조나 페레티(42세)와 지난해 발행인 자리에 오른 다오 구엔(Nguyen 41세).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페레티와 달리 다소 덜 이름이 알려진 편인 구엔은 사실 버즈피드가 자랑하는 비밀병기다.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앤더슨 컨설팅에서 일하다 프랑스 신문 르몽드에서 디지털 담당으로 일하면서 언론업계에 발을 들인 그녀는 2012년 버즈피드에 입사, 2년만에 방문자 수를 5배 늘린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내에선 그녀를 <데이터 천재>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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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엔과 함께 데이터 분석을 실질적으로 담당해 신화를 일군 또다른 주역 카이 하린(Harlin)은 지난해 버즈피드를 떠나 지금은 보그와 GQ, 뉴요커 등을 발간하는 잡지 왕국 <콩데 나스트> 부사장으로 옮겼다. 콜럼비아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그는 어떤 콘텐츠가 더 높은 구전 효과를 발생시키는지 분석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독자들을 사로잡는 기사 방향을 잡아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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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피드 역량에 대해 잘 정리한 블로그 글

https://getipower.wordpress.com/tag/%EB%AF%B8%EB%94%94%EC%96%B4/

다오 구엔이 강조하는 건 세 가지. 첫째 도전 정신. 낮은 곳에 있는 과일만 따먹으면 안 된다. 둘째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insight). 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말해 주지만, 그 일이 왜 일어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는 정성적 역량이 중요하다. 다만 그 정성적 역량은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셋째 자기주도적 업무 구조. 버즈피드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의 일’을 한다.

버즈피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개척한다. 초기에는 리스티클에 주력했지만 독자들이 리스티클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자마자 퀴즈, 게임 등 새로운 형식으로 진화된 포맷을 개발했다. 차세대 주력 콘텐츠 포맷은 비디오. 길이, 형식(단편과 시리즈), 주제, 캐릭터 등을 다양하게 실험 중이다. 2014년 9월 기준 1주일에 30개 이상 비디오를 생산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게시물당 평균 20만~100만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 사업자들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려면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해야 역량도 극대화할 수 있다. 데이터(data)를 정보(information)로 변환하는 건 직관의 영역이지만, 그 데이터라는 게 개인적 경험에만 그치면 그건 도박이 된다.

버즈피드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기자가 어떤 기사를 쓸 지 결정하지 않는다. 데이터가 편집 방향을 인도한다. 그렉 콜먼 버즈피드 사장은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독자들이 음식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신호가 뜨면 그 쪽으로 인원을 배치한다. 그러다가 건강, 인테리어로 쏠리면 다시 구조를 재편한다. 기존 언론처럼 안건이 있으면 책상에 모여앉아 의논하고 검색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바로 바로 행동에 옮긴다. 실험해보고, 반응이 있다 싶으면 더 빨리 움직인다. 이 모든 걸 데이터가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렉 콜먼 조선일보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15/2016011501754.html

이런 급진적인 변화는 기존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솔직히 고백하면 전통적으로 기자들은 독자들보다 사내 다른 동료 기자나 간부, 또는 출입처에서 마주 치는 타사 기자들 반응에 더 귀를 기울이곤 했다.

비단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언론학자 마이클 셔드슨 콜럼비아대 교수도 미국 언론에 대해 이 같은 지적을 내놓은 바 있고, 미디어사회학자로 유명한 허버트 갠스 콜럼비아대 교수 역시 <기자들은 정작 독자들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독자들이 뭐라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자기들이 재밌으면 독자들도 재미있을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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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사고 방식은 인터넷 혁명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앞으로는 독자들에 대한 더 깊은 분석과 통찰을 통해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기존 언론은 사망 선고를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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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편집국 내부 풍경

그런 의미에서 버즈피드는 교훈적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아간다. 기사 형식도 마찬가지다. 목록형 기사가 독자들 눈길을 끈다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역량을 집중해 성공을 거뒀고, 이제는 독자들이 목록형 기사에 서서히 싫증을 낸다는 데이터 조사 결과가 나타나자 대화형 퀴즈 기사, 간단한 동영상 기사, 게임처럼 읽으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기사 등 새로운 포맷을 계속 실험하면서 독자들 반응을 살피고 있다.

버즈피드가 트래픽을 쓸어담는 비결 http://www.bloter.net/archives/205612

버즈피드는 독자들이 SNS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이유를 세세하게 분석해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다. ‘콘텐츠는 데이터 과학이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다. 심지어 내일 독자들이 읽고 공유할 만한 기사도 예측한다.

버즈피드는 웹사이트 방문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한다. 방문자의 성별과 나이는 기본이고 버즈피드 기사를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 등에 몇 번 공유했는지, 페이스북에 접속된 상태인지 모두 들여다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버즈피드의 퀴즈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면 성격과 취향, 기분 등에 대한 정보가 버즈피드로 전달된다. 버즈피드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공유하기 원하는 콘텐츠 유형, 키워드 등을 판별해낸다.

치밀한 데이터 분석은 막대한 소셜 트래픽으로 되돌아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버즈피드로 유입되는 트래픽의 75%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온다. 페이스북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이메일이다.

버즈피드는 사람들이 왜 콘텐츠를 공유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사람들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 공유 수를 늘려가고 트래픽을 유도한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가 발생하는 3가지 심리적 요인을 흥분, 셀프 이미지 관리,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버즈피드는 이러한 심리를 적극 활용해 트래픽을 늘려가고 있다.

큰 이미지나 매혹적 사진을 뉴스 곳곳에 배치, 독자들 흥분을 자아낸다. 이 같은 사진이 게시될 경우, 글은 짤막하게만 정리한다. 오로지 이미지로만 독자들의 흥분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버즈피드는 누구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내려 간다. 텍스트 복잡도(text complexity) 조사 결과, 주류 언론사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텍스트 복잡도란 가독성(Readability)을 측정하는 지표로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글이 쓰여졌는지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 텍스트 복잡도가 낮다는 건 그만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어휘와 문장으로 글이 쓰여진다는 얘기다.

언론홍보 전문가인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는 <뉴스의 역할은 생산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교류 과정, 대화를 통해 완성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라면서 <정말 (언론사를)제대로 (운영)하고 싶다면 CDO(최고 데이터 책임자)를 최고 의사결정구조에 두라>고 권고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052131365&code=990100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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