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가 던지는 질문

올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한마디로 <기자의 기자에 의한 기자를 위한> 영화라 부를 수 있다.

주인공은 보스턴 일대 카톨릭 교회 사제 아동 성추행 파문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며, 화면은 이들이 이 사건을 추적하는 탐사 보도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기자들 취재 과정을 세밀하고 사실에 가깝게 묘사했는데 <워터게이트> 취재를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과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SpotlightTIFF2015

 <배트맨> 마이클 키튼이 탐사보도팀장, <헐크> 마크 러팔로와 <노트북> 레이첼 맥아담스 등이 현장 기자로 나온다. 사실상 주인공은 러팔로와 맥아담스라고 볼 수 있는데 정작 아카데미상에선 둘 다 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줄거리는 이렇다. 2001년 보스턴 지역에 있는 저명한 신부 1명이 성당에 다니는 아동들을 오랫동안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여기까진 그냥 김빠진 속보성 기사 수준.

그런데 마이애미 헤럴드에 있다 막 보스턴 글로브에 부임한 마티 배론 신임 편집국장이 <뭔가 더 있는 것 같으니 한 번 자세히 뒤져보라>고 탐사보도팀(팀 이름이 <스포트라이트>다)에 지시한다.

지시를 받은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이 고군분투하면서 숨겨진 사건 전모가 하나둘 드러난다.

역시 좋은 기자는 직감이 뛰어나야 하는 법이다.

이들이 새로 밝혀낸 진실은 실제 성추행을 일삼은 지역 신부들이 90여명에 달하고, 가톨릭 교회는 이를 무마하고 은폐하는데 급급했으며, 성추행 피해자 아동들 중 나중에 커서 수치심에 괴로워하다 자살한 사람도 많은데다, 남은 이들도 대부분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보스턴 글로브 기사 여파로 평소 지역 사회 존경을 한 몸에 받던 보스턴 교구 대주교가 사임하고 로마 교황청까지 나서서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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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스포트라이트 취재팀 회의 장면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사제들 비리를 추적하는 과정은 실제 기자들 세계 모습과 많이 닮았다.

막막하고 방대한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단서를 찾고, 사건에 얽힌 변호사와 피해자 등을 탐문하면서 사실들 간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마지막에는 카톨릭 교회 내부 고위 관계자, 이른바 <빨대(Deep Throat)>에게 기사 내용을 최종 컨펌(확인)하는 장면 등은 현장에서 곧잘 벌어지는 풍경이다. 

전담 기자 4명이 한 주제를 1년 가까이 매달리며 파헤치는 광경이나 이를 편집국장이나 간부들이 적극 지원해주는 문화 등은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첫 보도 이후 관련 기사를 600건이나 썼다고 한다. 거의 기절할 때까지 조지는 수준이다. 덕분에 가톨릭 교도가 주민 중 44%에 달하는 이 지역 내에서 적잖은 비난과 압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영화 모델이 됐던 실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 맨 왼쪽이 마티 배론 당시 편집국장이다.

지금은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으로 옮긴 배론은 사제들 성추행 의혹을 기대한 것보다 더 깊숙히 상당 부분 확인해 들고 온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을 향해 추가 취재 지시를 하는데 이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 문제를 몇몇 신부의 일탈 행동으로 국한하지 말고 (카톨릭 전체)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하게 다시 보강 취재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2시간 동안 흥미진진하게 관람하긴 했지만 과연 언론계에 별 관심 없는 관객들까지 감동시킬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당시 글로브에 있던 편집 부국장 이름이 벤 브래들리 주니어라 <혹시…> 했더니 역시 <워터게이트> 보도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벤 브래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부사장 아들이었다.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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