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基本) 이 안돼있다.
내가살아오면서겪은대표적인조직은그첫번째가학교다.
유치원에서대학원까지의교육기간은나라는한인간의인간적성장과인격적학습에서
가장큰영향을끼쳤을것이다.
다음이군대,
이특수한조직에서내가얻은것은다양한사람들과의접촉을통해인간,인간성을이해하는
방법을배운것이다.
1950년대의’자유당군대’는배고픈군대였다.
부대주변에기생하는직업군인들의가족이파먹는분량만큼사병들은굶주려야하는원시적인
군대였다.
지금도’부패한군대’에대해내가가지고있는이미지는조금도변하지않은그대로다.
세번째조직은학교졸업후새로시작하는한,일합작회사에서의직장생활이었다.
몇명으로시작해서기천명으로늘어난철강회사에서의체험은독특한것이었다.
합작투자승인,부지매입,정지,공장건설,생산설비설치,생산인력모집,시험생산,제품의출하,
특히제품의수출을위한첫번째선적은감개무량한바있었다.
(그때우리는뜨거운눈물을흘렸었다.)
그여러해동안우리가치러냈던고생은이루다말할수없는것이었다.
월차,연차는말도없을때다.
그게1970년대다.

다른하나의세계는,
회사에근무하면서업무때문에접촉했던공무원사회(관료사회)다.
관료조직,관료주의의폐해와해악이얼마나심각하다는것을뼈에사무치도록체험한때가
그시기였다.
마지막으로태어나서부터지금까지몸담고있는교회가있다.
나는장로교가정에서태어난모태교인이며오래동안교회를위해봉사한경험도있다.

배가항구에있는동안은그배에타고있어도항구의부분밖에는보지못한다.
그러나배가항구를떠나큰바다에나가면비로서항구전체를볼수있다.
‘거리’가가지는놀라운기능이그것이다.
그리고부분이아닌전체를볼수있다는것은항구를평가할수있는위치에서있다는뜻도된다.
현역에서은퇴한후,
그것도몇년이지나자리가잡혀야비로서내가몸담고있었던항구전체가보이기시작한다.
사람이나이를먹는다는것은단지오래살았다는것으로는별로의미가없다.
오래살아온만큼온갖체험이축적된지혜의눈으로항구를볼수있고,그항구의얘기를
할수있을때에만의미를가진다.

이제그항구의얘기를해보자.
얘기의현장은같은항구라도’지금’이다.
그러나그지금은’과거’와대비될때에만설명이가능해지고뜻을가질수있다.
‘변화’의내용을모르면개선의여지가없어지기때문이다.
사람들이모여사는사회공동체는인력(人力)의배분(配分)에서자연스러운차등(差等)이
생긴다.
결코의도적인것도아니고강제된것도아니지만수요와공급의법칙에따라그런현상이
생기는것이다.
사회계층이형성되는원리가그러하다.

우리사회최고의엘리트들은모두가아는대로’대기업’에몰려있다.
기업자체가상대적으로더우수한인력을필요로하고있으며대우와발전의소지에서
앞서가기때문이다.
우수한인력을계속공급받을수있는조건은그상승효과때문에그레이드업되고있으며
그것은곧기업의성장으로이어진다.
지금과같은지구촌시대에서의경쟁은우수인력의확보가기업발전의관건이기도하다.

그아래의인력계층은,
공무원(교육공무원포함)과군대에있다.
이두개의조직에서는’창의성’이장려되지않는다.
상명하달(上命下達)이그근간이며오늘날’교육의붕괴’가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대답은자명해진다.
관료주의의병폐는긴설명이필요없을것이다.
이미천명한대로내게있어’부패한군대’의이미지는그때나지금이나마찬가지다.
‘안보’라는벽을치고있는한그건밝혀지지않은채더썪어들어갈것이다.

그다음의인력계층은,
중소기업과소규모의자영업에있다.
중소기업을폄하하는게아니라현실적인조건이우수인력을수용할수없는수준이기때문에
생긴현상이다.
지금은아주뛰어난중소기업도나타나고있지만그게일반적인것은아니다.
사실은몇개의재벌기업보다는그속이탄탄한중소기업이많아야안정적인경제발전을꾀할수
있다.
대표적인사례가대만이될것이다.

대기업,공무원,그리고중소기업에서외면하는최하위계층이교회에몰려있다.
이대학저대학에서낙방한후마지막으로’신학교에나가는부류’가여기에속한다.
더한심한것은무인가불법신학교가배출하는함량미달의성직자가정규신학교의졸업생을
크게앞지르고있는현실이다.
거의모든나라에서같은사정이었지만이땅에전래된기독교-야소교를처음수용한것은
천민계층이었다.
한국기독교의형식과내용은그들을통해그수준에서자리잡았고개선되지못한채지금까지
이어지고있다.
여기에더해거개의성직자들이그인력구조에서하위계층에속하기때문에이둘이합쳐져서
기독교교회가아닌,한국적인간집단이등장한것이다.
교회가사회의선도적기능을가지지못하는가장큰이유가거기에있으며앞으로악화는
될지언정개선될소지는거의보이지않는다.
일부뛰어난목회자들이있다해도너무미미할뿐이다.
정치권을배제하는것은평가할만한수준에이르지못했기때문이다.
아직은구정물그대로다.

한사회공동체가가지는인력계층과그분포는그대강이지금설명한대로다.
이제그서로다른조직들을한데묶어망라(網羅)해보면지금우리사회가안고있는
총체적이고기본적인문제점이드러난다.
그것은모든계층에서’기본이안돼있다.’다.
그게어떤조직이든사람사는기본은대인관계(對人關係)다.
혼자사는게아니라사람과사람이얽혀사는게현실이고사회생활이다.
때문에나와다른사람과의’관계수준’이한사회공동체의삶의질을결정한다.
서로를’배려’하는사회는사람살기에좋은사회지만,그반대는’지옥도’가될수도있다.
인간관계는그만큼기본적인조건이된다.

현대사회의가장특징적인현상은,
계속되는인간적핵분열이다.
대가족에서핵가족으로,다시독신주의로이어지는핵분열은점점가속이붙고있다.
혼자로는익숙하지만두세사람만같이있어도서로다름과불편함이드러난다.
사회학자한분이이런현상을학문적으로설명한바있다.
‘상품은자본주의경제체제의세포라고한다.
세포의본질이사회체제에그대로전이되고구조화되는것이다.
형식을먼저대면하고(광고카피)내용은결국만나지못하는구조속에놓이게되는것이다.
우리가맺고있는인간관계도그런것이다.
속사람을만나지못하고그저거죽만스치면서살아가는삶이라할수있다.
모든사람들이표면(表面)만을상대하면서살아간다.
나는자본주의사회의인간관계를’당구공과당구공의만남’이라고표현하기도한다.
짧은만남,그리고한점에서의만남이다.
만남이라고하기어려운만남이다.
부딛침이다.’

대인관계는선천적으로주어지는것이아니다.
그것은후천적인학습을통해서만배우게된다.
교육의중요성이거기에있다.
도덕,윤리,미술,음악,체육을통해최종적으로학습되는내용이그것이다.
이렇게중요한커리큘럼이입시과목에밀려쫓겨나고그자리를국,영,수가차지한게
우리의현실이다.
한인간이’인간적인기본’을배울기회자체가사라지고말았다.
우리가꼭알아야할것은’입시과목’은교육이아니라합격을위한’도구’라는사실이다.
인간은도구로는교육되지않는다.
도구는숙달시킬뿐이다.

기본(基本)을되살리는길은,붕괴된교육을되살리는길밖에없다.
인간이다른인간과가지는’인간적관계’는교육을통해서만복원될수있다.
아무리당구공같은접촉이라해도인간관계는가장중요한기본이다.
다른사람에대한어떤기본적배려도할줄모르는,이기적인인간으로가득찬사회는
모두가함께살기어려운’정글’일뿐이다.
먼저이점을깨달아야한다.

기본만바로잡히면,
나머지일들은쉽게풀릴수있다.기본은그렇게중요한것이다.
지난번WBC세계야구대회에서,
연승의한국팀에대해외국의스포츠기자들이평가한내용이있다.
‘한국팀은기본이잘돼있다.연습한그대로하고있다.’였다.
우리가봐도그누부신수비는기본에서나오는동작들이었다.
기본을복원하지않는한선진국이되기는어렵다.
돈과인간적기본이함께돼있는게선진국이다.
그들은짧은접촉에서도타인을배려하는표정과언어에대해가정에서부터학습한다.
대표적인것이모르는사람에게까지나타내보이는웃음과친절이다.
그것만으로도삶의환경은아주달라진다.
우리라고그렇게못할이유가없지않는가.
정말탁월한리더쉽이절실한싯점이다.
분해돼버린사회공동체를재조립해내는강력한지도력이지금처럼필요한때가없었다.
참으로가슴을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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