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체류기- 6 .
9월17일.
날씨는계속청명했다.
그늘에서는춥고,볕에나서면더운,그런빠리의날씨다.
아내는작은쌕을등에메고,나는두툼한스웨터와허리쌕으로가볍게차리고나섰다.
그동안빠리를지나다니면서제대로보지못한곳이많았지만특히인상파화가들의작품이많은
올세이미술관이더그랬다.
올세이미술관은본래가기차역이었던것을미술관으로개조한,그내부구조가특이한곳이다.
아침시간에붐빌것을고려해일찍나온것이고,우리는오전11시에입장했다.
그리고우리가그곳을나온시간이오후5시.
그러니그안에6시간을있은셈이다.

장시간관람의피곤을예방하기위해자주,오래앉아감상하는방법을택했고그것은크게주효했다.
먼저3층부터시작,아래층까지내려오는방법을택했다.
좋아하는그림앞에서는느긋하게앉아아주천천히감상했다.
특히고호실(室)에서는이미가봤던오베르의교회와가제박사의초상을오랫동안감상했다.
관광시즌이지난것같은데도계속입장객이밀려드는것을보니그림을좋아하는사람들이
의외로많다는것을알수있었다.
동양인으로서는일본이압도적이었고다음이중국어를쓰는사람들이었으며(아마도대만인들일
것이다)한국인은전체의1%정도였다.
마음속한구석으로는섭섭한생각이들었다.

그런데세계여러나라사람들이섞여있는이런곳에서우리한국인들은금방표가난다.
가장큰특징은얼굴표정과복장이고대개는사람들의왕래가많은통로에모여서서그통행을
방해한다.
긴장된탓도있겠지만얼굴은잔뜩화가난표정이고양복에운동화를신고있는게그렇다.
다른하나는서로주고받는말소리가너무나크다.
도무지주위를,이곳이조용하게작품을감상하는미술관이라는사실을모르고있는것같다.
이런단점들은결국어릴때부터의교육으로밖에는달리고치는방법이없을것이다.

시간절약을위해밖에나가지않고구내에서점심식사를하기로하고3층의커다란카페로갔다.
이미거기엔긴줄이서있었고대기하는사람도많았다.
한참을기다려테이블에앉을수있었고,메뉴를잘살펴본후아내와나는서로다른샌드위치와
카푸치노를주문했다.
이미바게뜨샌드위치를먹다가입을베인경험이있는아내는그것을피하는경향이있다.
그러나내가주문한검은빵의프랑스식샌드위치가왔을때는저절로침이넘어갔다.
웨이트리스는빵이굳기때문에자르는칼을별도로가져다줬다.
물론아내의빵은부드럽고맛이있어보였다.
우리의옆자리에는이태리의보르고냐지방에서여행온두명의노부인들이우아하게
식사하고있었다.
두분은우리에게친절했고어디에서왔느냐고물었으며여러권의책을들고다니면서빠리를
관광하고있는중이었다.
정말배울점이많은노부인들이었다.

여러시간이곳의작품들을둘러봤지만정말마음을사로잡는작품은그리많지않았다.
그런데1층의구석,Orientalism이란방에서놀랄만한대형그림두점을발견했다.
하나는메카를향한순례자들의행열로서한무리의아랍인군상이낙타와함께사막을지나는
장대한광경이었다.
다른하나는오아시스에텐트를친일단의사람들이기도하는모습이었다.
족장은하늘을향해두손을들고진지하게기도하고남어지사람들은땅에엎드려있었고
하늘이주시지않으면생존할수없다는자세가그그림에담겨있었다.
아무것도없는광야와인간과신의관계를생각하게하는그림이었으며그두점은
LeonBelly의작품으로순례자는1861년에그린것이다.
특히우리부부는여러번의중동여행을통해사막을사랑하고사막의아름다움과깨끗함을익히
알기에더감동적이었다.

나는미술관안에있는책방에들어가직원들에게그두그림에대한문의와함께복사본이나
또는그그림들이들어있는화집을살수있는지를문의했다.
그사이아내는다른서가에서미국인들이그린중동에관한아주큰그림책을발견,반드시
사야한다는것이다.
내가봐도그렇게중동지역그림이집대성된화집은흔치않을것같았다.
680프랑(112.000원).
정말큰맘먹지않으면지불하기어려운값이었다.
그러나아내가화가인이상그것은내몫이었다.
감사한것은,
그책방직원들의친절한태도였다.
수많은사람들이드나드는바쁜시간인데도데스크의아가씨는우리가적어가지고간,두그림을
그린화가의이름과그림제목을살펴본후자기보다는다른코너의남자직원이그분야의담당
이라고일러주면서우리를그곳까지안내,그남자직원에게사연을설명하고우리를소개시켜
주었다.
남자직원의태도도정중하고친절했다.
동,서양을막론하고그림이사이에있을때의인간관계는대단히긴밀해진다.이상한유대감같은것이
생기기때문이다.
남자직원은우리가건넨쪽지를읽어본후서가에가서화집한권을들고와차례를찾았지만
같은화가의다른그림은있는데그두그림은없었다.
참으로애석한일이었다.
그러나그두직원들의성실한자세와친절은잊을수가없다

우리는전에로마에갔을때스페인광장아래쪽골목에있는제법큰책방에서우리가원하는
희귀본을찾은일이있다.
그러나그책방에는그책이없었다.
그때주인은잠시기다려달라고하더니자전거를타고는어디론가갔다.
한참후그는땀을흘리면서그희귀본을가지고왔고우리는정가대로그책을구입할수있었다.
얼마나감사한일인가.
예술에대한서구인들의성실한자세는분명우리가배워야할좋은점이다.

680프랑짜리그림책을가슴에안은아내의얼굴은정말빛이났다.
화가에게좋은그림책은그런것이다.
내가성능이좋은새낚시reel을샀을때처럼지금아내는행복한것이다.
그래서나는그마음을이해한다.
뮤제돌세를나온후우리는세느강의콩코드다리를건너기로하고걸었다.
아내는다리입구직전에서잠시동안그다리를스케치했다.
그리고지하철로민박집에돌아온후바로침대에누워쉬었다.
정말피곤한하루였지만6시간을뮤제돌세에있었다는사실은정말흐뭇한것이었다.
보고싶었던것들을보고싶은만큼감상했으니더바랄것이없었다.
사실단체여행으로는꿈도꿀수없는스케쥴이었다.
기분좋고행복한피로였다.

마담의저녁메뉴는,
칠면조요리와발이굵은마카로니.
정말보기에도멋지고맛이있는음식이었다.
본래칠면조를안먹는아내는손도못댔고,도모꼬양도겨우몇점드는시늉이다.
꼬마매튜는아예입도대지않고토스토에치즈를발라전자레인지에데워서먹는다.
결국아내는나중에방에와서육개장라면에멸치와고추장으로저녁을먹었다.
마담은,
적어도저녁식사에서는매일메인디쉬를바꾸고있기때문에대단히다양한프랑스가정요리를
맛보고있는셈이다.
그만큼저녁식사시간은재미있고또기다려진다.

낮시간,
여행사최부장에게전화를걸어[몽셀미셀]에다녀오는방법을알아봐달라고부탁했다.
이미서울을떠나기전빠리체류기간중반드시몽셀미셀에다녀온다는계획을세웠었다.
저녁식사후,
도모꼬양이우리방을노크,
기어이들어와서아내의그림들을감상했다.
특히꽃그림을아주좋아하고그림의재료,소요시간등에대해자세한질문들을했다.
일본인으로서는마음이열려있는아가씨이고사흘후인20일에떠난다고했다.
아내는기회가되면한국에한번오게했으면좋겠다고했다.

얼마후오여사에게서전화가왔다.
금요일에브르헤에가기위해일찍떠나야하니이틀후인목요일에는자기집에와서자는것이
좋겠다는것과음식은김밥을준비하겠다는내용이었다.
그리고서울에서우리직원이DHL로보낸[프랑스여행안내]책이도착했다고했다.
정말빨리온셈이다.
나는아내를통해몇가지내의견을전했다.
잠은이방에서자는것이가장편하고,프랑스에와서까지김밥먹을생각은없다는점과
우리가아주일찍오여사댁에가겠다는것등,
여행수단인자동차와숙박만해결된다면다른비용은내가지불하겠다는뜻을밝혔다.
너무많은신세를지는것이아주부담스러웠기때문이다.
그리고브르헤스케쥴에대해서는미리마담에게자세한얘기를해둬야한다.

몹씨피곤하지만정말뜻깊게보낸하루였다.
다시뮤제돌세에서하루를보내는기회는얻기어려울것이다.
감사한마음으로잠자리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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