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체류기- 10 .
9월22일일요일.
이틀동안계속된강행군으로우리두사람모두가약간지쳐있었기때문에늦게일어났고아침식사는
나만식당에가서먹었다.
아내는소화불량까지겹쳐상당히고생하는눈치다.

아내가일어나꽃그림을마무리한후,
오늘주일미사에참석하기위해노틀담을향해출발한것이11시30분.
지하철로cite역에서내려성당에도착한것이12시25분.
12시30분부터시작되는미사에참석했다.
관광객이포함된미사참석자는통로까지가득차있었고새롭게미사를시작할때마다집전하는
신부님들도교체됐다.
그리고우리가기다리던파이프올갠의연주가시작됐다.
그것은정말지축을울리는장대한소리였다.그렇게크고장엄한파이프올갠소리는처음들어봤다.
지금도우리부부는가끔그올갠소리에대해얘기를나누고있으며특히우리교회의올개니스트인
곽동순박사는직접그올갠을연주한일이있기때문에우리의얘기에크게공감해준다.

미사가끝난후밖으로나와생루이섬의강변로를따라산책하며그림그릴장소를물색했다.
아내는다리위에이젤을폈고나는강변로를따라산책하기도했고아름답게만든벤치에앉아
음악을듣기도했다.
생루이섬의카페는다른지역과다른색깔이있는데그건바로교묘한인종차별이다.
물론미국보다는덜하지만수많은관광객이몰리는장소가되다보니특히동양인에대한차별은
눈에보일정도다.
우리가점심먹은카페도마찬가지,
들어서는사람을보면서바닥을쓰는빗자루로입구쪽을향해먼지를쓸어내는무례한짓을
태연하게한다.
그건아주교활한,어떻게지적해낼수없는지능적인인종차별로볼수밖에없다.
어디에나좋은사람도있지만질적으로사악한인간도있는법이다.
삐갈지역이드러내놓고강도짓을한다면이지역은웃으면서사람을차별하는지능범죄지역이다.
날씨가제법추운데도일본인과중국인관광객은많았고한국인은거의보이지않았다.

오늘아내의그림은재빛하늘의빠리와뒤에서멀리보이는노틀담,그리고세느강과다리들이
질감있게그려져있고자기자신도만족해하는것같다.
아내가화장실이깨끗해서좋다는카페에들어가핫초코와티를시켜마시며몸을녹였다.
밖에오래있는것이어려울정도의좋지않은날씨다.
다시메트로를이용,
샹제리제끌레망소에서내려[뿌띠발레]에들어갔다.
선한사마리아인,풍속도,프로방스지방이렇게세점은정말좋은그림이었다.
그림들을보며둘이서발로걸어다니는여행이가지는여유를만끽했다.

그림들을돌아본후엊그제의피곤이아직남아있기때문에곧바로방으로돌아왔다.
침대에누워쉬면서아내와많은얘기를했다.
일단오늘의스케쥴은성공적이었다는것과앞으로비용을더절약해보자는얘기였다.
마담은우리가없는동안침대시트를새것으로갈았고꽃을벽난로위에정리해놓았으며
특히우리가벨기에에서돌아오던날은
히터를미리방가운데로옮겨켜놓는배려까지했다.
민박손님인코리안이마음에든다는의미일것이다.
저녁식사시간을전후해서오여사로부터두번전화가있었다.
피곤할테니자기집에와서목욕도하고푹쉬라는것이다.
그리고막사온바게뜨도있으니포도주도들면서함께지내자고했다.
그러나우리는피곤했기때문에완곡히이를거절했다.
사실다시밖에나가지하철로빠씨구까지오가는일은결코쉬운일이아니기때문이다.

생루이섬근처에서목격했던일.한미국인가정의빠리여행으로,
젊은부부와어린두아들로구성되어있었다.
그들은점심시간에쌀쌀한날씨에도불구하고강가산책로의벤치에앉아내개의서로다른
샌드위치를먹고있었다.
그러한절약정신이없이는비용이많이드는빠리여행은어려울것이다.
사실,건전한절약은미덕일수있다.
아주인상적인가족이었다.

한편도모꼬양은아픈정도가심해져서의사가왕진까지왔었고20일에일본으로돌아간후마담에게
전화가왔었다고한다.
우리와는만나지못하고헤어졌다.서로주소를가지고있기때문에앞으로연락이가능할것이다.

9월23일월요일.
구름이많고생각보다추운날씨다.
사실이곳날씨는가늠할수가없다.
어제생루이섬에서아내가그림을그리는동안쌀쌀한날씨에벤치에오래앉아있었기때문에
약간의감기기운이있었고아침에일어나니머리가아팠다.
아스피린두알을먹고,
아내도나도오전중에는계속방에서휴식을취하기로했다.
이제여행도중반,육체적으로도힘들때가된것이다.
얼마후,
둘이서시장에나가내가점심에먹을맛이있어보이는바게뜨샌드위치를사가지고돌아왔고
아내는누룽지에컵라면,멸치와고추장으로함께우리방탁자에서기분좋은점심식사를했다.
그리고는배낭과이젤등화구를짊어지고몽마르뜨를향해출발했다.

그유명한,
밤이면물정모르는한국인들이온갖봉변을당하는삐갈을거쳐아베스에서하차,역밖으로나가니
분위기가음침한게도무지마음에들지않았다.
한마디로불량해보이는골목들과주변이었다.
우리는다시메트로를이용,다음역인꼴랭꿀루에서하차,먼저유대인박물관을가기로하고
두사람에게길을물어제대로찾아갔으나정확한위치를알수가없어서마침우리앞에있는
프랑스경찰관에게위치를물어보니코앞의건물을가리키며웃는다.
그런데휴관.
사실여행안내책자대로라면오늘이오픈날이지만오늘은유대력으로중요한날이기때문에
휴관한다는것.
할수없이계단을통해싸끄레꿰르로올라갔고아내는늘열망하던그골목에서이젤을펴고
몽마르뜨를그리기시작했다.
나는성당안에오래앉아있었고정말오래간만에언덕주변을여유있게돌아봤다.
중간에약간의빗방울이비쳤지만그림을마감하고귀가.
내려올때는지하철표로버스를이용,메트로역까지올수있었다.
빠리에서의대중교통이편리한것은지하철과시내버스의운영주체가하나이기때문에같은표로
어디에서나지하철과버스를함께이용할수있다는데있다.
이시스템은생각보다더편리하다.

마담의저녁식사는뜻밖에도맷돼지고기요리였다.
맛이있었다.
이틀을앓고난세바스챤은수척해진얼굴로식탁에앉았고마담은아내의배탈을위해세바스챤의
약까지나눠줬다.
마담에게설명을들으니그약은마담과세바스챤이담당의사에게가서진찰후받은처방전으로
동네약국에서따로약을받아오는절차로구입한것이라고한다.
말하자면의,약분업인것이다.
식사후,
우리는방에돌아와미리사다놓은맛이좋은멜론과포도를먹었는데아내는전부토했다.
벨기에를다녀온휴유증이계속되고있는것이다.
오늘아침에는그동안여러번시도했으나실패했던아들과의통화가이루어졌다.
병원에근무하는의사인아들은워낙바쁘다보니제자리에있을때가드물다.
아내는아들과통화한후다시미국에있는딸과통화했고그후에야마음이편해진모습이다.
여행중에도자식들에게는그대로엄마인것이다.
그리고어제밤에쓴두통의편지를가까이에있는우체국에가서붙였다.
이곳우체국은아주묘하게생긴재미있는장치가하나있는데,
창구직원과사람들사이에는두꺼운유리벽이있고편지를창구직원에게전달하기위해서는
유리벽면밑에달려있는돌아가는접시를이용한다.
접시위에편지를놓고돌리면직원에게전달되고다시우편요금도접시위에놓고돌린다.
직원역시영수증등서류를접시위에놓고돌려서사람들이받도록한다.
왜이런이상하고불편한장치가우체국에있어야하는지를끝까지이해할수가없었다.

빠리의날씨는하루가다르게추워지고있으며우리가떠날때쯤엔제법겨울날씨가될것같다.
아내는여행때마다위에문제가생기는것같고그만큼본인의고생도큰것이다.
그래도오늘은평소그렇게원하던몽마르뜨에서아주아름다운그림을그렸으니크게만족해
한다.(아내의개인전때이그림은아주일찍팔렸다.)
그렇게조곰씩익숙해지면서빠리에서의시간은지나가고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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