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체류기- 14 .
9월27일금요일.
오늘은베네치아로떠나는날이다.
오전중에는밖으로나가지않고아내는몽소공원에서그린그림을손질하고나는미국에유학중인
딸에게전화했다.
이제는비교적잘적응하고있는것같다.늘건강에유의할것을거듭당부했다.

아침식사를하려고식당에가니마담은식탁위에두벌의우의를준비해놓았다.
혹시베네치아에서비가오면사용하라는것이다.
정말배려가깊은여자다.
식사후,
한참을침대에서쉰후배낭을싸기시작했다.
육개장컵라면상자에누룽지,멸치깐것,고추장을함께넣은후큰보자기에쌌다.
베네치아에서모두먹은후상자를버리고오기로했다.
11시30분,
동네택시정류장에서택시를타고드골2B공항을향해출발했다.
약25분주행했고요금은165프랑,생각보다는싼편이었다.
짐을싣고내려주는나이많은운전사의태도는정말신사다웠다.
우리나라택시운전자들을생각하며가슴이아팠다.

공항입구에서AirFrance데스크를물어보니이공항의시스템은먼저출국심사를받은후
보안구역으로들어가서해당데스크를찾아체크인하게되어있었다.
AllItaly데스크를찾아가니일단의중국인그룹이수속중이었다.
우리가흔히쓰는말에[호떡집에불이났다,]는게있다.
그들의소란스러움은사실그이상이었다.
그것은[아수라장]이었다.
큰목소리로떠들어대는그들의모습을보며같은동양인으로서창피하고곤혹스러웠다.
이소란스러운그룹과같은비행기를탈까봐걱정했는데알아보니그들은Roma로간다고한다.
모르기는해도우리도전에는비슷했을지모른다.
체크인이끝났는데Gate는아직미정,
그동안가까이에있는스낵에서초코크롸상2개,까뻬올레2잔으로간단히점심식사를했다.

Gate는25번으로모니터에나왔다.
25번을통해안으로들어가니ABCD탑승구중베네치아는D였다.
그앞에앉아탑승을기다리는데갑자기소나기,이현대식드골공항천정에서의자로물이떨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탑승시간이지연되고있다고생각했는데어나운스먼트가있었다.
불어는알아들을수가없고불어식영어는더어려웠다.
옆에앉아있는신사분에게영어로내용을물어보니베네치아에서오는비행기가아직도착하지
않아약30분정도딜레이된다는것이다.
자기는베네치아태생이라고했고영어구사력이좋았다.
우리옆에는프랑스인하나가신문을읽고있었는데불어판이지만[이스라엘]이라는큰글자는
뚜렷이보였다.
예의그신사분에게내용을물으니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게릴라사이에교전이있었고,
60여명이사망했다고한다.전투는지금도계속중이라고했다.
이어탑승이시작됐는데비행기까지는셔틀로이동했다.
이륙은정확히한시간늦은15시05분,
기종은AirBus304였다.
기내에는약간의빈자리가있었고짧은시간서둘러서비스하는간단한식사가있었다.
1시간15분비행후비행기는마르코폴로공항에착륙했다.

입국심사는뜻밖에까다로왔고시간도많이걸렸다.
왕복항공권과호텔예약의바우쳐까지요구한다.
이럴때를대비해나는언제나바우쳐를가지고다닌다.
짐작하기는계절적으로취업하려고입국하는외국인이많기때문에심사가엄격해진것같았다.
이태리공항을많이드나들었지만이런경우는처음이다.
심사대를통과한후,공항환전소에서미화100불을이태리리라로바꿨다.
133.000리라.
일단공항밖으로나가ATVO의리무진셔틀버스있는곳을확인한후공항안의매표소에서
5.000리라짜리승차권2매를구입,버스에탑승했다.
리무진은승객이3분의2정도차자바로삐아제데로마를향해출발했고에어콘을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우리가곤혹스러워한것은빠리와달리이곳은아주덥다는사실이었다.
이점은예측이완전히빗나간것이다.
리무진버스에대한사전정보와연구가큰도움이되었고이점광주에계신김영돈님에게감사했다.
택시를이용하고싶은유혹을뿌리치고저렴하고편리한리무진버스를이용해서기분도좋았다.
약20분주행후버스는삐아제데로마광장에도착했다.
내리면서운전사에게아침의버스출발시간을물어보니즉시시간표한장을건네준다.
뜻밖에좋은자료를얻은셈이다.
단독여행의경우이런자료를수집하는일에언제나신경을써야한다.
그만큼돌아가는길이편해지기때문이다.

광장에서작은다리하나를건너면우리가예약한OlympiaHotel이다.
베네치아를여행하는경우가장좋은방법은삐아제데로마광장까지온후다리하나건너면
투숙할수있는호텔을잡아야한다.
섬안의호텔을잡으면광장에서그곳까지가는것도문제지만(큰객선이나택시선을이용해야한다)
일단뭍에내려서도호텔까지짐을운반하는일이아주어렵다.
본인이직접가지고가야하는데길이요철이심한돌로되어있기때문에수트케이스의바퀴가거의깨지고만다.
때문에광장에서다리하나건너있는입구쪽호텔을잡는것이가장좋은방법이다.
올림피아호텔은지난7월에우리가묵었던곳이고후론트에서는이미예약된손님임을확인,
203호키를건네줬다.
그리고우리를안내한호텔보이는전에우리가요청한뜨거운물을갔다줬던그청년이었고
금방우리를알아봤다.
방은크고깨끗했다.
빌리에의낡은방에서이렇게좋은방으로옮기고보니별천지같았고특히화장실은깨끗하고
넓었다.
베네치아여행은나는두번째이지만아내는일곱번째다
그만큼베네치아는우리에게익숙한곳이기도하다.

먼저짐을푼후,
오후6시30분경에방을나왔다.
더어두워지기전에산책하기위해서였다.
저녁이되니기온도선선해져서카디건을걸치고꽤멀리가지걸어갔다.
아내는아주아름다운다리에서주변풍경을스케치했고작은광장에있는노천카페에서토스트빵으로
만든맛없는샌드위치와카푸치노를시켜먹었다.
돌아오는길에수퍼에서물을한병샀고피자한조각과포도큰송이를하나샀다.
일단방으로돌아온후아내는육개장컵라면으로,나는피자를먹었고포도까지겻들여먹으니
더없이훌륭한저녁식사가되었다.
우리는돌아갈때까지이컵라면전부를먹기로했다.
내일부터단둘이서여유있게,발로걸어서베네치아를돌아볼생각을하니정말기분이좋았고
특히아내는아주기뻐하는눈치다.
둘이서다니는여행은어려운점도많지만체험적으로얻는소득은그것보다훨씬더큰것이다.
그만큼자신감이생기고어려운일도헤쳐나갈수있다.
우리가계획하고있는내년의영국자동차여행을위해서도이번여행은사전준비라는측면이
있는것도사실이다.
우리는내일의기대되는일정을위해일찍취침하기로하고오래간만에아주깨끗한시트속으로
들어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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